“한국에서의 성공과 평가보다 미국 시장을 기준으로 철저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합니다.”
“수익과 비용을 고려해 미국 전역을 목표로 할지, 특정 지역을 목표로 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선배 창업가와 벤처캐피탈(VC) 관계자 등 창업 관련 전문가들과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만나 현지 정보와 투자동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행사가 마련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500글로벌’ 본사에서 열린 ‘언라킹 실리콘밸리 포 K-스타트업’ 행사에서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주최로, 한국에서 창업진흥원과 펜벤처스코리아, 미국의 한국벤처투자 미국사무소와 IBK창공 실리콘밸리가 함께 개최한 이 행사에서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는 23개 스타트업과 실리콘밸리 현지 관계자들이 영상 회의 형식으로 대화를 나눴다.
사진 :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사진 :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김성겸 전 블라인드 공동대표는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와 필요한 자원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 한국에서의 성공과 주변의 평가보다는 미국 시장 기준으로 철저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즈라 곽 플릿업 CEO는 “미국 진출을 준비할 때 직접 창업자가 미국 현지에 나와 시장 크기와 비용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며 “비용 등을 고려해 미국 지역 전체를 목표로 할지 특정 주를 목표로 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시 리 스윗 CEO는 “과거 실패 경험을 통해 시장을 세부적으로 분석 후, 협업 플랫폼 스윗의 고객전략을 기업 사이즈에 중점을 뒀다”며 “시장조사 자료에 의존하지 말고 본인들의 제품․서비스 특성 및 입체적 시장분석을 통해 미국에 직접 진출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와 관련한 관계자들의 조언도 있었다. 이호찬 ACVC 파트너스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경우 VC와 스타트업의 이해관계 일치가 투자의 가장 중요한 선결 조건”이라며 “먼저 리드 투자자에 대한 확실한 비전 제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보다 미국에서 M&A가 활발한 만큼, 엑시트 할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은 것 같다”며 “한국 스타트업의 경우 글로벌 VC 입장에서 초기 단계에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가하거나 한국에서의 투자 레퍼런스를 쌓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칼 최 얼룸나이 칼 최 파트너는 “실리콘밸리 지역의 벤처투자가 올해 초부터 활발해지고 있고 현재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다”며 “앞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접목된 분야 또는 항공우주․국방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사진 :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질의응답 시간에 한국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미국 진출 시 소요되는 비용, 미국 현지 팀 구성 및 한국과의 협업문제, 직원 채용 등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오갔다. 참석자들은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 진출 시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초기에 한국보다 매출증가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고려해 팀 구성 및 직원채용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발음이나 문법이 완벽할 필요는 없으나 본인 회사의 비전과 제품․서비스를 완벽히 설명하고 투자자 또는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영어 능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 또 주마다 법률과 규제가 차이가 있고 별도의 연방법도 있으므로 인허가나 직원 채용 및 관리에서 반드시 규정을 확인하고 필요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임정택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는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의 문을 두드리고 있고 다수의 성공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일부 스타트업의 경우 준비부족, 언어 및 비즈니스 문화 차이 등으로 애로와 시행착오를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기업 애로 해소를 위해 실리콘밸리에 이미 진출한 스타트업이나 한국에서 진출을 준비 중인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