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불붙었는데…동력 잃은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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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셨듯이, 반도체 업황에 따라 한국 경제 성장의 희비가 엇갈리는 구도가 됐습니다.
최근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다시 찾아오면서 대규모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이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이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에 보조금 규모를 높여가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정부의 보조금 지원은 전무해 격화되는 반도체 '쩐의 전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창율 기자입니다.
<기자>
미중 무역분쟁이 촉발한 반도체 전쟁. 이젠 시장 패권을 잡기 위한 '쩐의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전쟁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정형곤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에서 생산해서 해외로 수출되는 우리 반도체의 글로벌 마켓셰어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도체) 생태계라고 하는 건 한 번 잃어버리면 회복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그런 구조입니다]
반도체 강국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막강한 무기인 '보조금'은 없고, 우회적인 세액 공제나 인허가 단축, 산업단지 조성 등 간접 지원이 전부입니다.
지금이라도 직접 보조금 지원에 대한 공론화에 나서야 하지만, 제대로 된 논의의 첫발도 떼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보조금 지원을 공약으로 내건 여당은 총선에서 참패했고, 압승을 거둔 야당은 "보조금이 대기업과 특정산업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며 언급조차 피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진 가운데, 부처간 의견도 엇갈립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격적인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미 예산과 세액공제를 통해 충분한 혜택을 주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형곤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금까지 여러 정책도 많이 내놓고 지원책도 많이 내놓고 했지만, 직접적인 보조금이 대기업과 우리 소부장 기업에 전반적으로 같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반도체는 굳건한 생태계 조성이 중요한 산업이라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절실합니다.
[전배근 /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책지원실장 :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부분, 소부장은 아직 글로벌 기업들한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HBM이 상당히 이슈가 되면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게 패키징 분야인데, 여기서도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설비 투자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K칩스법'도 올해 말로 시효가 끝나는 상황.
여기저기 눈치보는 정책으로 다시 찾아온 '반도체의 봄'을 떠나 보내지 않으려면 지금이라고 정부와 정치권 모두 반도체 지원 경쟁에 뛰어들어야 할 때입니다.
한국경제TV 한창율입니다.
한창율기자 crh20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