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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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 인사위원회에서 사실상 해고인 '계약 해지' 징계를 받은 이민호 전 심판이 "인사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며 "팬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드리고 싶다"고 고개 숙였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O는 전날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민호 심판위원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중 ABS(자동 투구 판정시스템) 판정 관련 실수와 부적절한 언행 때문이다.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던 당시 경기 상황을 되짚어보면 삼성 김지찬이 2루 도루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NC 선발 이재학이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졌지만, 심판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이재학이 공 3개를 더 던진 뒤 NC 강인권 감독이 나와 항의했다. 자동 볼 판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더그아웃 태블릿 화면에 아까 그 공이 스트라이크로 찍혔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4심의 합의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이들의 대화가 노출됐다. 이민호 전 심판은 "안 들렸으면 안 들렸다고 사인을 주고 해야 되는데 그냥 넘어가 버린 거잖아"라고 했고, 문승훈 주심은 "지나간 거는 지나간 걸로 해야지"라고 말한다.

이어 이민호 전 심판은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하세요). 아셨죠? 이거 우리가 빠져나갈 궁리는 그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알았죠?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라고 말한다. 이에 문승훈 주심은 "지직 거리고 볼 같았다"라고 하는데 이민호 전 심판은 "같았다가 아니라 볼이라고 나왔다고 그렇게 하시라고 우리가 안 깨지려면"이라고 받아친다.

심판진이 책임을 면하려고 '볼로 들었다'며 말을 맞추는 듯한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이민호 전 심판은 문제가 됐던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우리가 깨지지 않으려면'이라는 발언에 대해서 "심판진 대화가 아예 처음부터 들렸다면, 오해가 줄었을 것"이라며 "방송 중계에 우리 목소리가 나오기 전에, 주심과 3루심에게 여러 번 'ABS 판정이 어떻게 들렸나'라고 확인했다. 심판 조장이 팬들에게 어필 상황 등에 관해 설명하기 전, 팀원들에게 '이런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주지하는 데 방송에 목소리가 잡힌 그 장면은 '주심은 볼로 들었다'라는 걸, 조장으로서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장면이었다"라고 했다.

'우리가 빠져나갈 건'이란 표현은 '심판의 은어'라고 해명했다. 이민호 전 심판은 "심판들끼리 '어필 상황을 정리하고, 매뉴얼대로 경기를 속개하자'라는 의미로 '빠져나간다'라는 은어를 쓴다"며 "물론 이런 은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당연히 오해할 수 있다. 이런 오해를 불러 죄송하다. 다만, 조작이나 은폐 행위가 아니었다는 건,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팬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ABS 음성을 잘못 들어 오심했다고 인지했다면 마이크를 잡고 "ABS에서 스트라이크라고 판정한 공을 볼이라고 잘못 판단했다. 하지만, 어필 시효가 지나 경기는 원심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죄송하다"고 말했을 것"이라며 "당시 경기장에서는 그때까지 상황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이민호 전 심판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떠나게 돼 우리 심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우리 심판들은 오늘도 공정한 판정을 하고자 그라운드 위에 선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묵묵히 공정한 판정을 내리고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