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 없는 청담동 갤러리들은 끼리끼리 뭉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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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4개 갤러리 협의체 결성
원앤제이는 서동욱의 사실적 구상화
지갤러리는 장효주의 추상 조각 전시
원앤제이는 서동욱의 사실적 구상화
지갤러리는 장효주의 추상 조각 전시
‘한국의 대표 부촌’ 서울 청담동이 미술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2022년부터다. 국내 최대 규모 미술 행사인 프리즈 서울이 인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화이트큐브를 비롯한 외국 유력 화랑들이 청담동에 진출한 것도, 국내 화랑들의 강남 이전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를 전후해서다. 덕분에 청담동은 서울 화랑가(街) 중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청담동에도 약점은 있다.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가을 한철을 제외하면 미술 애호가들을 끌어모을 ‘구심점’이 없다는 것. 삼청동의 국립현대미술관, 한남동의 리움미술관이 일년 내내 미술 애호가들을 끌어모으며 인근 갤러리들에 ‘낙수 효과’를 일으키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심점이 없는 대신 우리끼리 뭉치자.” 국내 중견 화랑인 원앤제이갤러리와 지갤러리, 이유진갤러리, 외국계 화랑인 탕컨템포러리아트 등 청담동 일대 화랑들이 함께 협의체를 만든 건 이런 취지에서다.
서울 내에서 특정 지역에 있는 화랑들이 이처럼 뭉친 건 이례적이다. 지갤러리 관계자는 “청담동 화랑가 전체의 매력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의체를 만들었다”며 “간담회를 비롯한 행사를 함께 개최하는 등 앞으로 다양한 협업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기획전을 열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포부처럼, 이들 갤러리에서는 지금 각각 특색이 전혀 다른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서동욱의 개인전 '토성이 온다'에는 사실적인 구상 회화들이 나와 있다. 프랑스 에콜 데 보자르에서 영상을 공부한 작가답게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연출이 특징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영화의 줄거리와 같은 일종의 내러티브를 그림에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극사실주의에 가까웠던 전작들과는 달리 의도적으로 세부 디테일을 조금 느슨하게 그린 게 이번 전시작들의 특징이다. 서 작가는 “이때까지는 세밀한 표현을 통해 사실성을 극대화시켰는데, 이제는 나만의 형식을 찾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28일까지 열린다.
반면 지갤러리는 신예 작가 장효주의 개인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를 통해 추상적인 조형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에는 미지의 생물이 벗은 허물처럼 보이는 조각들이 즐비하다. 지퍼를 내린 채 입구를 활짝 벌린 옷 모양의 실리콘 작품들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작품 표면에는 투명한 막이 보인다. 장 작가는 “현실과 디지털 가상현실의 관계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디지털 가상현실은 기본적으로 현실을 모방해 만든 허상이다. 장 작가는 이를 ‘껍데기’로 표현했다. 작품 표면에 투명한 막을 두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다경 지갤러리 디렉터는 “핸드폰 속 세상에 손을 뻗어도 액정을 터치할 수만 있을 뿐, 그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는 없는 현실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껍데기는 그 자체로 실체가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작품으로 가득찬 전시장에서 그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 ‘허상이지만 실체가 있는 존재’인 껍데기를 통해, 만질 수 없지만 현실감을 갖고 있는 디지털 가상현실의 속성을 표현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
이 밖에도 탕컨템포러리에서는 독일 작가 요나스 부르게르트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유진갤러리에서는 전병구와 경현수 등 소속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하지만 청담동에도 약점은 있다.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가을 한철을 제외하면 미술 애호가들을 끌어모을 ‘구심점’이 없다는 것. 삼청동의 국립현대미술관, 한남동의 리움미술관이 일년 내내 미술 애호가들을 끌어모으며 인근 갤러리들에 ‘낙수 효과’를 일으키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심점이 없는 대신 우리끼리 뭉치자.” 국내 중견 화랑인 원앤제이갤러리와 지갤러리, 이유진갤러리, 외국계 화랑인 탕컨템포러리아트 등 청담동 일대 화랑들이 함께 협의체를 만든 건 이런 취지에서다.
서울 내에서 특정 지역에 있는 화랑들이 이처럼 뭉친 건 이례적이다. 지갤러리 관계자는 “청담동 화랑가 전체의 매력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의체를 만들었다”며 “간담회를 비롯한 행사를 함께 개최하는 등 앞으로 다양한 협업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기획전을 열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포부처럼, 이들 갤러리에서는 지금 각각 특색이 전혀 다른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서동욱의 개인전 '토성이 온다'에는 사실적인 구상 회화들이 나와 있다. 프랑스 에콜 데 보자르에서 영상을 공부한 작가답게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연출이 특징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영화의 줄거리와 같은 일종의 내러티브를 그림에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극사실주의에 가까웠던 전작들과는 달리 의도적으로 세부 디테일을 조금 느슨하게 그린 게 이번 전시작들의 특징이다. 서 작가는 “이때까지는 세밀한 표현을 통해 사실성을 극대화시켰는데, 이제는 나만의 형식을 찾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28일까지 열린다.
반면 지갤러리는 신예 작가 장효주의 개인전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렵습니다'를 통해 추상적인 조형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에는 미지의 생물이 벗은 허물처럼 보이는 조각들이 즐비하다. 지퍼를 내린 채 입구를 활짝 벌린 옷 모양의 실리콘 작품들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작품 표면에는 투명한 막이 보인다. 장 작가는 “현실과 디지털 가상현실의 관계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디지털 가상현실은 기본적으로 현실을 모방해 만든 허상이다. 장 작가는 이를 ‘껍데기’로 표현했다. 작품 표면에 투명한 막을 두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다경 지갤러리 디렉터는 “핸드폰 속 세상에 손을 뻗어도 액정을 터치할 수만 있을 뿐, 그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는 없는 현실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껍데기는 그 자체로 실체가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작품으로 가득찬 전시장에서 그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 ‘허상이지만 실체가 있는 존재’인 껍데기를 통해, 만질 수 없지만 현실감을 갖고 있는 디지털 가상현실의 속성을 표현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
이 밖에도 탕컨템포러리에서는 독일 작가 요나스 부르게르트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유진갤러리에서는 전병구와 경현수 등 소속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