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당초 2000명에서 최대 1000명까지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의료계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는 25일부터 의대 교수들의 사직도 이어질 예정이어서 진료 공백에 따른 환자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강원대 경북대 충남대 등 6개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대학별로 50~100% 범위에서 자율 감축하기로 했다. 의대 증원 발표 후 두 달여 만에 ‘2000명 증원’ 고수 입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요지부동이다.

전국 의대 학장들은 21일 정부에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동결하고 의료계와의 협의체에서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20일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정부는 의정 간 대화를 위해 이번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하고 위원장에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내정했지만 의료계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제출한 사직서도 25일부터 일부 효력이 발생해 환자들의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대거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더라도 민법에 따라 제출 1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직서를 모아놨을 뿐 아직 제출하지 않은 사례도 많아 실제 얼마나 사직할지는 미지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월 19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지난 18일 기준 총 681건이다. 수술 지연이 435건으로 가장 많고 진료 차질 130건, 진료 거절 84건, 입원 지연 32건이었다.

한편 박성욱 아산의료원장과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 정융기 울산대병원장, 유창식 강릉아산병원장 등 울산대 의대 부속·협력병원장들은 이날 각 병원 소속 전공의들에게 “현장에 복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최근 증원에 관한 문제가 대학의 자율 결정 등으로 유연하게 전환됨에 따라 의대 교육과 병원 진료가 전환점을 마련할 계기가 됐다”며 “병원도 전공의 교육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을 향해 병원과 대학의 기능 정상화에 동참해달라고 했다. 병원장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있지만 우리 앞에 있는 환자의 불편과 진료 공백을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위해 진료와 교육의 현장에 복귀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