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부터 줄세워 의대 가는 나라에선 '판 바꾸는 혁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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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 경제학자 김현철 홍콩과기대 교수
의사-타직종간 격차 너무 커
과도한 사교육 문제 등 초래
'똑똑한 문제아' 많이 나와야
의사-타직종간 격차 너무 커
과도한 사교육 문제 등 초래
'똑똑한 문제아' 많이 나와야
“1등부터 줄 세워 의대에 가는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판을 바꾸는 혁신’은 탄생하지 못할 겁니다. ‘똑똑한 문제아’들이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죠.”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최근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내 유일한 의사 출신 경제학자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건강 불평등 같은 ‘사회의 질환’을 고치기 위해 경제학자로 직업을 바꿨다.
그를 만난 것은 ‘의대 증원’을 두고 불거진 의정 갈등의 해법을 듣기 위해서다. 그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노동시장이 이분화해 의사와 의사가 아닌 사람 간 연봉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한국에서 ‘의대 쏠림’은 당연한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나는 강도 높은 집단행동에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정부와 필요 없다는 의료계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의사 수가 모자랄 가능성이 높다는 데 동의합니다. 의사 수가 10년 뒤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란 분석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 등 여러 곳에서 나왔죠. 예측엔 한계가 있습니다. ‘10년 뒤 주가가 얼마가 될까’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죠. 1만5000명이 완벽한 수치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
▷의사만큼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직업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해왔습니다.
“건강한 격차는 필요하죠. 격차가 지나친 것은 문제입니다. 사교육에 투자해 의사가 됐을 때 누리는 이득이 지나치게 큽니다. 국내 소득 상위 0.1% 중 29%는 대기업 임원, 22%는 의사, 20%는 금융업 종사자입니다. 이들 중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업은 의사뿐이죠. 의대에 가면 평균 4억원을 벌지만 다른 직종은 1억원도 못 법니다. 이런 사회가 공정한 사회일까요.”
▷대안은 무엇인가요.
“부가 쏠린 쪽을 누르는 방법이 있고, 다른 쪽을 올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결국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의사 안에서도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죠. 실손보험 환자를 보면서 수익을 올리는 비급여 진료분야, 미용 등은 10~15년 사이 소득이 크게 뛰었습니다. 15년간 정부가 방기한 것이죠.”
▷실손보험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본인부담금을 50% 정도로 올리는 게 대안입니다. 공보험을 2단계나 3단계로 계층화하는 것도 방법이죠. 지금 건강보험은 모두 동일한 패키지입니다. 여기에 민간 실손보험을 얹은 구조이죠. 실손보험 대신 공보험을 얹는 구조를 고민해야 합니다. ”
▷‘혁신 기업’ 탄생이 중요합니다.
“미국 경제가 잘나가는 것은 판을 바꾸는 기술 기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테슬라 등은 없던 것을 만들었죠. 선진국 중 꼴찌인 한국이 도약하려면 혁신이 필요합니다. 병원산업은 낙수효과와 국부 창출이 없습니다. 이런 분야로 최상위 인력이 가는 것은 국가적 낭비죠.”
▷‘똑똑한 문제아’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지네요.
“혁신 기업은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에서 나옵니다. 상위 3% 정도만 혁신적 사고를 갖추고 있어도 됩니다. 한국은 영재고, 과학고 등에서 창의력을 키워주는 게 필요합니다.”
글=이지현/사진=이솔 기자 bluesky@hankyung.com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최근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내 유일한 의사 출신 경제학자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건강 불평등 같은 ‘사회의 질환’을 고치기 위해 경제학자로 직업을 바꿨다.
그를 만난 것은 ‘의대 증원’을 두고 불거진 의정 갈등의 해법을 듣기 위해서다. 그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노동시장이 이분화해 의사와 의사가 아닌 사람 간 연봉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한국에서 ‘의대 쏠림’은 당연한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나는 강도 높은 집단행동에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정부와 필요 없다는 의료계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의사 수가 모자랄 가능성이 높다는 데 동의합니다. 의사 수가 10년 뒤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란 분석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 등 여러 곳에서 나왔죠. 예측엔 한계가 있습니다. ‘10년 뒤 주가가 얼마가 될까’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죠. 1만5000명이 완벽한 수치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
▷의사만큼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직업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해왔습니다.
“건강한 격차는 필요하죠. 격차가 지나친 것은 문제입니다. 사교육에 투자해 의사가 됐을 때 누리는 이득이 지나치게 큽니다. 국내 소득 상위 0.1% 중 29%는 대기업 임원, 22%는 의사, 20%는 금융업 종사자입니다. 이들 중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업은 의사뿐이죠. 의대에 가면 평균 4억원을 벌지만 다른 직종은 1억원도 못 법니다. 이런 사회가 공정한 사회일까요.”
▷대안은 무엇인가요.
“부가 쏠린 쪽을 누르는 방법이 있고, 다른 쪽을 올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결국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의사 안에서도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죠. 실손보험 환자를 보면서 수익을 올리는 비급여 진료분야, 미용 등은 10~15년 사이 소득이 크게 뛰었습니다. 15년간 정부가 방기한 것이죠.”
▷실손보험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본인부담금을 50% 정도로 올리는 게 대안입니다. 공보험을 2단계나 3단계로 계층화하는 것도 방법이죠. 지금 건강보험은 모두 동일한 패키지입니다. 여기에 민간 실손보험을 얹은 구조이죠. 실손보험 대신 공보험을 얹는 구조를 고민해야 합니다. ”
▷‘혁신 기업’ 탄생이 중요합니다.
“미국 경제가 잘나가는 것은 판을 바꾸는 기술 기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테슬라 등은 없던 것을 만들었죠. 선진국 중 꼴찌인 한국이 도약하려면 혁신이 필요합니다. 병원산업은 낙수효과와 국부 창출이 없습니다. 이런 분야로 최상위 인력이 가는 것은 국가적 낭비죠.”
▷‘똑똑한 문제아’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지네요.
“혁신 기업은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에서 나옵니다. 상위 3% 정도만 혁신적 사고를 갖추고 있어도 됩니다. 한국은 영재고, 과학고 등에서 창의력을 키워주는 게 필요합니다.”
글=이지현/사진=이솔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