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경기 최악이라고?…여긴 대기표 뽑고 기다린다
상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공실률과 수익률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이다. 실수요자보다 투자자가 많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에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대표적인 상업용 부동산 중 하나인 오피스 시장은 고금리 장기화에도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 A급 오피스는 공실률이 3% 안팎 수준이다. 임차인이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달리 봄바람이 불고 있는 서울 오피스 시장에 대해 알아봤다.

훈풍 부는 대형 오피스 시장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 존스랑라살(JLL)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 A급 오피스 시장 거래 금액은 약 3조462억원으로 집계됐다. 1000억원을 넘는 대형 계약이 7건이나 체결되면서 직전 분기에 비해 거래 금액이 27.6% 늘었다.

JLL은 연면적 3만3000㎡ 이상, 바닥면적 1089㎡ 이상의 우수한 시설을 갖추고 입지가 뛰어난 오피스 건물을 'A급'으로 분류한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 존스랑라살(JLL)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 A급 오피스 시장 거래 금액은 약 3조462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27.6% 증가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오피스 빌딩 모습. /한경DB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 존스랑라살(JLL)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 A급 오피스 시장 거래 금액은 약 3조462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27.6% 증가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오피스 빌딩 모습. /한경DB
1분기 가장 규모가 컸던 거래는 강남권역의 아크플레이스로, 블랙스톤이 코람코자산신탁에 약 7900억원에 매각했다. 도심권역의 메트로타워(4200억원)와 서울로타워(3100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신규 PFV 설립을 통해 메트로타워와 서울로타워를 매입했다. 향후 밀레니엄 힐튼 부지와 통합해 대규모 복합시설로 개발될 예정이다.

오피스 시장의 거래 활성화는 다른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분위기와 대비된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 코리아가 내놓은 '2024년 1분기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 규모는 3조 80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전체 시장 중 오피스 거래가 약 2조7943억 원으로 전체 시장 규모의 73.5%를 차지했다.

특히 강남권역과 도심권역의 대형 자산 거래 완료로 작년 동기 약 1조401억원 대비 2.5배 이상 투자 규모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물류 시장은 작년 동기 대비 70% 하락한 약 5918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공급보다 수요 많아…자연 공실률 밑돌아

오피스 시장이 나 홀로 호황인 건 '안정적인 임대 수요'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공실률이 낮고 임대료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 JLL에 따르면 서울 A급 오피스 시장의 임대료 상승세는 1분기에도 지속되고 있다. 평균 실질임대료는 작년 4분기 ㎡당 3만2156원에서 1분기 3만4401원으로 상승했다.

공실률은 여의도권역의 대형 프라임급 자산인 TP타워(연면적 14만1669㎡)가 준공되면서 작년 4분기 평균 1.5%에서 올해 1분기 2.9%로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이마저도 오피스 시장에서 '자연공실률'(공급과 수요가 균형인 상태에서의 최저 공실률)이라고 칭하는 통상 5%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서울 A급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1분기 기준 2.9%로, '자연공실률'(공급과 수요가 균형인 상태에서의 최저 공실률) 5%를 크게 밑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오피스 빌딩 모습. /한경DB
서울 A급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1분기 기준 2.9%로, '자연공실률'(공급과 수요가 균형인 상태에서의 최저 공실률) 5%를 크게 밑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오피스 빌딩 모습. /한경DB
임대료가 급등하고, 오피스 공급은 부족하자 사옥을 직접 매입한 기업들도 잇따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소유한 강남권역의 T412는 침구업체 알레르망에 약 3300억원에, 코람코자산신탁이 보유한 케이스퀘어시티는 퍼시픽자산운용에 3100억원에 매각됐다.

최수혜 CBRE 코리아 리서치 총괄상무는 "올해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오피스 시장의 대형 거래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서울 오피스의 평균 공실률은 일시적으로 상승했으나 작년 대부분의 면적이 선임차 완료된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이후 임차인의 입주와 함께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 오피스 시장의 연중 임대료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이후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투자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지만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퍼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