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정원·교육의 질에 대한 기대이익 침해…채무 불이행"
충북대 시작으로 총 32개대 신청 예정…尹대통령 상대 손배소도 예고
의대생들, 총장 상대로 "내년 정원 늘리지 말라" 가처분 신청(종합)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이 대학 총장을 상대로 내년 입학전형 계획에 증원분을 반영하지 말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정부의 증원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잇따라 각하되자 전략을 바꾼 것으로, 이번 주 안으로 대학별로 비슷한 취지의 가처분 신청이 이어질 예정이다.

충북대 의대생 168명은 22일 정부와 충북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대학 입학 전형 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충북대 총장이 의대 입학정원을 49명에서 200명으로 증원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맞춰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충북대 총장이 시행계획을 변경할 경우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이를 승인하면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의대생들은 정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배분 결정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냈지만, 법원은 증원의 직접 상대방은 각 대학 총장이라 신청인 적격이 없다며 잇따라 각하했다.

이에 당사자적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가처분 신청으로 법적 대응 방향을 돌린 것이다.

이들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동의 없이 증원 결정을 해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대학 입학 전에 형성된 입학정원과 교육의 질에 대한 기대이익을 침해했으므로 사법상 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성 충북대 의대 학생회장은 신청서 제출 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충북대 의대에는 당장 신입생 200명이 들어갈 공간 자체가 없고 지금도 카데바(해부용 시신) 1구에 8명씩 붙어서 실습하고 있다"며 "증원 강행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와 의학교육의 퇴보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노정훈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공동비대위원장도 "학생들은 의학교육의 당사자로서 졸속 증원 정책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우리나라의 미래 의료를 망치는 의료 개악을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취지의 의대생 가처분 신청은 이날 증원 규모가 가장 큰 충북대를 시작으로 강원대·제주대에서도 제기됐다.

이번주 안으로 성균관대·동국대·단국대·인하대·울산대 등 다른 서울 외 지역 의대로 확장될 예정이다.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정원이 늘어나지 않은 서울 소재 8개 의대를 뺀 나머지 32개 의대생들이 신청인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의대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민사 가처분 심문은 보통 일주일 내에 열리고 2주 내로 결정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달 말 안에는 결정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음주께 유급당하는 의대생들을 대리해 윤석열 대통령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차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라며 "헌법소원은 각하된 행정법원 집행정지의 즉시항고 결정까지 지켜보고서 의대생·전공의·수험생·교수 사건을 모두 모아 제기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