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 구상권 대상…‘제3자’는 누구인가
#사례1
갑회사 소속 A근로자는 같은 회사 소속 B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였고, B근로자는 이를 견디다 못해 자살하였다. A근로자는 B근로자의 유족과 ‘B근로자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을 산재 보험급여와는 별도로 합의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합의하고 합의금을 지급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B근로자의 유족에게 산재 보험급여를 지급한 후 A근로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였다.

#사례2
A는 굴삭기 임대인이다. A는 갑회사와 굴삭기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갑회사 공사현장에서 굴삭기를 운전하다가 갑회사 소속 B근로자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A는 위 (사례1)과 동일하게 B근로자의 유족과 합의하고 합의금을 지급한 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구상권 행사를 당하였다.

위 각 사례에서 A는 구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을까?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사례1)에서는 없고, (사례2)에서는 있다. (사례2)에서 A가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 행사를 예상하지 못하고 합의금을 지급한 것이라면 A로서는 매우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처럼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다음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여기서 제3자라 함은 보험자, 보험가입자(사업주) 및 해당 수급권자를 제외한 자 중,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없는 자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 내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나 민법 또는 국가배상법의 규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를 말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6다32910 판결 등).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용자(보험가입자)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무상 사용자(보험가입자)는 재해를 입은 근로자와 합의를 할 때에 ‘산재 보험급여와는 별도로 합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 통상이고, 이렇게 합의를 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동일한 사업주에 의해 고용된 동료 근로자도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동료 근로자에 의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다른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 그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가해행위는 마치 사업장 내 기계기구 등의 위험과 같이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 위험이 현실화하여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대하여는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보험적 내지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8다12408 판결). 동료 근로자의 가해행위가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매우 큰 경우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다263748 판결). 따라서 (사례1)에서 A에게는 구상금 지급의무가 없는 것이다.

원수급인이 보험가입자인 상황에서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가 하수급인의 행위로 재해를 입은 경우 하수급인도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 근거는 ①구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구 보험료징수법)에서 건설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의하여 시행되는 경우에는 그 원수급인을 사업주로 의제하도록 정한 것은 통상 재정적으로 영세한 처지의 하수급인에 비하여 보험료 납부 능력이 양호한 원수급인으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궁극적으로는 영세한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재해 근로자를 신속·공정하게 보상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이지, 하수급인을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에서 제외시켜 관련 업무상 재해에 대한 최종 보상책임귀속자로 정하기 위함은 아닌 점, ②원수급인이 그와 같은 하도급에 관한 보험가입이나 보험료 납부 등의 업무에서 벗어나고자 할 경우 일정한 절차에 따라 하수급인을 사업주로 인정받고자 하는 신청을 하고 공단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위 규정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는 종전에 원수급인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에 있던 하수급인의 보험료납부의무 인수에 관한 절차이지, 그와 같은 승인으로 인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에서 아예 배제되어 있던 하수급인이 비로소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에 편입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③산재보험법 제89조가 하수급인이 업무상의 재해에 대해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금품을 수급권자에게 미리 지급한 경우 구 보험료징수법 제9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구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취지로 이해할 수 있고, 만약 하수급인을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법 제87조에 따라 구상할 수 있는 제3자에 포함시키면 산재보험법 제89조에 의한 하수급인의 구상권과 모순되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점 등이다(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4다204666 판결).

반면, 중기 소유자가 중기를 임대한 후 임차인의 작업지시에 따라 직접 그 중기를 운전하여 작업하던 중 임차인의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입힌 경우, 중기 소유자는 임차인으로부터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사람 즉 동일한 사업주에 의해 고용된 동료 근로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제3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8768 판결, 대법원ᅠ2007. 3. 29.ᅠ선고ᅠ2006다86948ᅠ판결). 따라서 (사례2)에서 A에게는 구상금 지급의무가 있는 것이다.

가해자가 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 책임보험자는 ‘제3자’에 해당한다. 피해자의 책임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상법 제724조 제2항)은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는 별개의 권리여서, 가해자가 ‘제3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책임보험자는 ‘제3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4다219416 판결).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인 사업주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사용자인 사업주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는 ‘제3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2다119092 판결).

백종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