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악장이 끝나지 않았는데, 객석에서 박수가 계속 나왔어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은선, 베를린 필 하모닉 지휘
'세계 3대 악단' 포디엄에 올라
한국인은 정명훈 이어 두 번째
"단원 팀워크 덕에 원하는 연주"
'세계 3대 악단' 포디엄에 올라
한국인은 정명훈 이어 두 번째
"단원 팀워크 덕에 원하는 연주"
“왜 세계 최고의 악단인지 알 수 있는 경험이었죠. 여러 번 연주할수록 개별 단원들의 재량이 더 나왔고, 호흡도 갈수록 좋아지는 게 느껴졌어요.”
지난 18~20일 독일 베를린시 필하모니아홀에서 한국 여성 최초로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공연 무대에 선 마에스트라 김은선(44)이 연주를 마치고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지난 21일 화상으로 만난 김은선은 베를린필 데뷔 공연을 갓 마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음악에 집중하느라 정확한 반응은 모르겠지만, 악장 간 박수가 계속 나왔어요. 마지막 악장까지 끝나고 박수치는 게 룰이긴 하지만, 그래도 연주가 괜찮으니 자연스럽게 (박수가)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김은선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최초의 역사를 쓰고 있다. 연세대에서 작곡을 전공하다가 대학 4학년 때부터 지휘와 인연을 맺은 그는 2019년 여성 지휘자 최초로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 음악감독으로 발탁됐다. 지난 2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고 이번에는 베를린필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김은선은 지난해 5월에는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베를린필의 객원 지휘자가 됐다. 아시아인에게 베를린필 포디움은 일본인 오키사와 노도카와 한국인 정명훈 등만 허락된 자리였다.
지휘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 베를린필의 지휘를 마친 김은선은 “내가 원하는 음악을 전달했을 때 수석 단원들이 상의하면서 호흡을 맞추더라”며 “지휘자 입장에서 이끌기 편했다”고 말했다. “베를린필 특유의 사운드와 호흡이 정말 크다고 느꼈어요. 이를테면 달빛이 비치는 풍경을 표현하고자 할 때, 단원들끼리 ‘보잉을 이렇게 하자’며 자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죠. 물론 제가 내놓은 방향 안에서요.”
지휘자로서 원하는 음악을 단원들이 연주하게 하려면 이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필수다. ‘지휘는 경륜의 영역’이라는 말은 이 때문이다. 김은선은 “나이가 들수록 단원들을 믿고 맡겨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연습 기간이 짧아서 마냥 제가 원할 때까지 물고 늘어질 순 없어요. 특히, 베를린필 같은 곳은 당장 (제 지시대로) 바뀌지 않아도 본 연주에선 제가 원한 것의 2~3배 정도 나와요. 그런 게 노하우인 것 같아요. 경험이 쌓이면서 지금 당장 안달하지 않아도 되고, 단원들을 믿어도 된다는 걸 알게 됐죠. 확실히 연륜이 생기면 더 보이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김은선은 이번 공연에서 베를린필과 쇤베르크의 ‘기대’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지휘했다. 오페라 지휘를 많이 한 김은선은 성악곡이 포함된 쇤베르크의 기대와 본인이 제일 자신있는 라흐마니노프 3번을 택했다고. 마침 올해는 쇤베르크 탄생 150주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나이도 비슷하고, 전쟁 뒤에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음악 스타일은 굉장히 다르죠. 라흐마니노프는 낭만주의의 끝자락까지 간 사람이고, 쇤베르크는 그걸 파괴하고 나아가려 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어요.”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지난 18~20일 독일 베를린시 필하모니아홀에서 한국 여성 최초로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공연 무대에 선 마에스트라 김은선(44)이 연주를 마치고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지난 21일 화상으로 만난 김은선은 베를린필 데뷔 공연을 갓 마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음악에 집중하느라 정확한 반응은 모르겠지만, 악장 간 박수가 계속 나왔어요. 마지막 악장까지 끝나고 박수치는 게 룰이긴 하지만, 그래도 연주가 괜찮으니 자연스럽게 (박수가)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김은선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최초의 역사를 쓰고 있다. 연세대에서 작곡을 전공하다가 대학 4학년 때부터 지휘와 인연을 맺은 그는 2019년 여성 지휘자 최초로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 음악감독으로 발탁됐다. 지난 2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고 이번에는 베를린필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김은선은 지난해 5월에는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베를린필의 객원 지휘자가 됐다. 아시아인에게 베를린필 포디움은 일본인 오키사와 노도카와 한국인 정명훈 등만 허락된 자리였다.
지휘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 베를린필의 지휘를 마친 김은선은 “내가 원하는 음악을 전달했을 때 수석 단원들이 상의하면서 호흡을 맞추더라”며 “지휘자 입장에서 이끌기 편했다”고 말했다. “베를린필 특유의 사운드와 호흡이 정말 크다고 느꼈어요. 이를테면 달빛이 비치는 풍경을 표현하고자 할 때, 단원들끼리 ‘보잉을 이렇게 하자’며 자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죠. 물론 제가 내놓은 방향 안에서요.”
지휘자로서 원하는 음악을 단원들이 연주하게 하려면 이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필수다. ‘지휘는 경륜의 영역’이라는 말은 이 때문이다. 김은선은 “나이가 들수록 단원들을 믿고 맡겨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연습 기간이 짧아서 마냥 제가 원할 때까지 물고 늘어질 순 없어요. 특히, 베를린필 같은 곳은 당장 (제 지시대로) 바뀌지 않아도 본 연주에선 제가 원한 것의 2~3배 정도 나와요. 그런 게 노하우인 것 같아요. 경험이 쌓이면서 지금 당장 안달하지 않아도 되고, 단원들을 믿어도 된다는 걸 알게 됐죠. 확실히 연륜이 생기면 더 보이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김은선은 이번 공연에서 베를린필과 쇤베르크의 ‘기대’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지휘했다. 오페라 지휘를 많이 한 김은선은 성악곡이 포함된 쇤베르크의 기대와 본인이 제일 자신있는 라흐마니노프 3번을 택했다고. 마침 올해는 쇤베르크 탄생 150주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나이도 비슷하고, 전쟁 뒤에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음악 스타일은 굉장히 다르죠. 라흐마니노프는 낭만주의의 끝자락까지 간 사람이고, 쇤베르크는 그걸 파괴하고 나아가려 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어요.”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