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과 고문조차 서슴치 않았던 폐륜의 과학자와 의사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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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해나무
528쪽|2만5000원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해나무
528쪽|2만5000원
![Getty Images Bank](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520524.1.jpg)
차라리 총을 쏴달라고 애원하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나치는 다시 이들을 꺼냈다. 담요를 감싸는 것부터 알코올 섭취, 피부 접촉, 뜨거운 목욕물 등으로 어떻게 다시 체온을 올릴 수 있는지 실험했다.
이를 통해 나치 연구자들은 극심한 저체온증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을 알아냈다. 바로 따뜻한 물에 넣어 체온을 빨리, 적극적으로 올리는 것이었다. 담요를 덮어 서서히 체온을 올려야 쇼크에 빠지지 않는다는 당시의 지배적인 통념을 뒤집은 결과였다.
![살인과 고문조차 서슴치 않았던 폐륜의 과학자와 의사들 [서평]](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520526.1.jpg)
토머스 에디슨은 경쟁 기술인 교류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개 44마리, 송아지 6마리, 말 2마리를 전기로 고문해 죽였다. 초창기 해부학자들은 시신을 구하기 위해 도굴꾼과 거래했으며, 신경과 의사 월터 프리먼은 명성에 눈이 멀어 정신질환자들의 뇌 속을 얼음송곳으로 헤집는 수술을 단행했다.
존 커틀러도 있다. 그는 미국 의사였다. 성병 퇴치에 앞장서 사람들에게 존경받았다. 하지만 2003년 사후 그의 만행이 드러났다. 그는 1940년대 과테말라에서 5000여명을 성병에 감염시키는 생체 실험을 했다. 미국 앨라배마주 흑인들을 상대로 벌인 악명 높은 ‘터스키기 매독 생체실험 사건’ 역시 그의 주도로 이뤄졌다.
저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며 책을 끝낸다. “많은 사람은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위대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