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 그 배경엔 선진국의 '각자도생' 통화정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요즘 외환시장이 시끄럽다. 원·달러 환율이 4월 16일 장중 1400원대에 진입하면서 202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이라는 숫자를 다시 접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과 일본의 외환 당국자들의 개입성 발언과 중동 지역의 리스크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으면서 외환시장은 다시 잠잠해졌으나, 원·달러 환율이 연초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는 점은 여전한 불안 요인이다.
필자는 앞서 1월19일자 기고문에서 올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선진국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속도 차이 때문에 강달러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이 전개되는 양상은 속도 차이를 넘어서 방향성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강달러 경계감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각자도생의 통화정책으로 탄생한 강달러, 중동 위험이 속도를 높여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채권시장에 반영된 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5~6회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의 견조한 고용지표를 바탕으로 올해 예상 경제 성장률은 상향조정 되었고, 물가가 예상만큼 하락하지 못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1~2회까지 축소됐다.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점도표를 통해 연내 3회 인하를 고수했지만, 3월 FOMC 이후 발표된 미국의 경기지표들은 기준금리 3회 인하를 뒷받침한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견조한 모습이다. 아울러 Fed 위원들의 발언도 점차 매파적인 성향이 강화됐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혹은 다시 인상(No cut or hike)을 걱정하는 모습들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유럽은 경기의 하강 압력이 더 높아지고 있다. 유럽 경제를 이끌어가는 독일의 제조업 생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관광객들에도 불구하고 PIGS(관광산업 중심의 남유럽 국가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경기 회복도 제한되면서 유로 지역의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유럽의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보다 더 빠르게 낮아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자극하는 양상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ECB 정책위원들의 언론 인터뷰 역시 6월 인하 기대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동결 혹은 인상을 향해 방향성을 틀어가고 있다. 유럽의 기준금리는 더욱 빠르게 아래쪽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금리 차이는 확대되고 있다. 유럽 채권시장의 대표 벤치마크로 꼽히는 독일 금리와 미국 채권 금리 사이 스프레드 확대는 결국 유로화 약세와 달러 강세로 나타난다.
일본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정책 변경으로 인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약화하고 있다. 동시에 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엔화 매수 포지션이 청산되어 엔화 약세 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달러 강세를 거들고 있다.
올해 달러 강세는 선진국 통화정책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달러의 방향성 자체가 약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은 환경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달러의 방향성이 강세를 향하는 가운데, 속도를 결정하는 기타 요인들도 안심할 수는 없다.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행스럽게도 더 이상 확대되고 있지는 않으나, 만약 다시 긴장이 고조되는 경우 유가 상승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불안 요인이다. 공급 충격에 기인한 유가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Fed의 피벗 기대감을 더 약화할 수 있다.
유가 상승은 미국 채권 금리 상승 및 달러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현재로서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나, 양국의 교전이 확전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원유 주요 수송지)이 봉쇄될 가능성도 꼬리 위험(tail risk)으로 상존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이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이상, 환율 낙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과 속도가 모두 상승을 가리키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원화 자체의 절하 요인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달러 환율에 가장 중요한 수출 증가율은 올해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이 진행되고 있고, 무역수지도 흑자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내수 부문이 수출 개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이 위험 요인이지만, 이는 직접적인 원화 절하 요인으로 보기 힘들다.
최근 달러 강세로 한국의 신용크레딧스왑(CDS) 가산금리가 상승했으나, 2022년 10월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했던 구간에 비해서는 낮아 자금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특히 외환 옵션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직접적으로 불거졌던 12일 이후 원화 약세(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위험 반전(Risk Reversal) 옵션 변동성이 높아졌지만, 1개월물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에서 단기적 쏠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글로벌 펀더멘탈과 선진국들의 차별화된 통화정책이 강달러를 지지하는 환경이고 여기에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환율 급등으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대적으로 원화 자체의 절하 압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기는 힘들어 보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급등에 대한 반발적 조정으로 당분간은 1300원 후반대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어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이 여전히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이상, 환율 낙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본 견해는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가 아닌 개인의 의견입니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
각자도생(各自圖生)의 통화정책과 원·달러 환율
2022년 10월 이후 다시 접하게 된 1400원 레벨요즘 외환시장이 시끄럽다. 원·달러 환율이 4월 16일 장중 1400원대에 진입하면서 202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이라는 숫자를 다시 접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과 일본의 외환 당국자들의 개입성 발언과 중동 지역의 리스크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으면서 외환시장은 다시 잠잠해졌으나, 원·달러 환율이 연초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는 점은 여전한 불안 요인이다.
필자는 앞서 1월19일자 기고문에서 올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선진국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속도 차이 때문에 강달러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이 전개되는 양상은 속도 차이를 넘어서 방향성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강달러 경계감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각자도생의 통화정책으로 탄생한 강달러, 중동 위험이 속도를 높여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채권시장에 반영된 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5~6회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의 견조한 고용지표를 바탕으로 올해 예상 경제 성장률은 상향조정 되었고, 물가가 예상만큼 하락하지 못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1~2회까지 축소됐다.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점도표를 통해 연내 3회 인하를 고수했지만, 3월 FOMC 이후 발표된 미국의 경기지표들은 기준금리 3회 인하를 뒷받침한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견조한 모습이다. 아울러 Fed 위원들의 발언도 점차 매파적인 성향이 강화됐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혹은 다시 인상(No cut or hike)을 걱정하는 모습들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유럽은 경기의 하강 압력이 더 높아지고 있다. 유럽 경제를 이끌어가는 독일의 제조업 생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관광객들에도 불구하고 PIGS(관광산업 중심의 남유럽 국가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경기 회복도 제한되면서 유로 지역의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유럽의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보다 더 빠르게 낮아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자극하는 양상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ECB 정책위원들의 언론 인터뷰 역시 6월 인하 기대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동결 혹은 인상을 향해 방향성을 틀어가고 있다. 유럽의 기준금리는 더욱 빠르게 아래쪽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금리 차이는 확대되고 있다. 유럽 채권시장의 대표 벤치마크로 꼽히는 독일 금리와 미국 채권 금리 사이 스프레드 확대는 결국 유로화 약세와 달러 강세로 나타난다.
일본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정책 변경으로 인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약화하고 있다. 동시에 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엔화 매수 포지션이 청산되어 엔화 약세 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달러 강세를 거들고 있다.
올해 달러 강세는 선진국 통화정책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달러의 방향성 자체가 약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은 환경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달러의 방향성이 강세를 향하는 가운데, 속도를 결정하는 기타 요인들도 안심할 수는 없다.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행스럽게도 더 이상 확대되고 있지는 않으나, 만약 다시 긴장이 고조되는 경우 유가 상승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불안 요인이다. 공급 충격에 기인한 유가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Fed의 피벗 기대감을 더 약화할 수 있다.
유가 상승은 미국 채권 금리 상승 및 달러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현재로서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나, 양국의 교전이 확전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원유 주요 수송지)이 봉쇄될 가능성도 꼬리 위험(tail risk)으로 상존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이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이상, 환율 낙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과 속도가 모두 상승을 가리키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원화 자체의 절하 요인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달러 환율에 가장 중요한 수출 증가율은 올해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이 진행되고 있고, 무역수지도 흑자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내수 부문이 수출 개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이 위험 요인이지만, 이는 직접적인 원화 절하 요인으로 보기 힘들다.
최근 달러 강세로 한국의 신용크레딧스왑(CDS) 가산금리가 상승했으나, 2022년 10월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했던 구간에 비해서는 낮아 자금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특히 외환 옵션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직접적으로 불거졌던 12일 이후 원화 약세(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위험 반전(Risk Reversal) 옵션 변동성이 높아졌지만, 1개월물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에서 단기적 쏠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글로벌 펀더멘탈과 선진국들의 차별화된 통화정책이 강달러를 지지하는 환경이고 여기에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환율 급등으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대적으로 원화 자체의 절하 압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기는 힘들어 보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급등에 대한 반발적 조정으로 당분간은 1300원 후반대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어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이 여전히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이상, 환율 낙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본 견해는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가 아닌 개인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