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18일 오후 3시 7분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던 애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 그린랩스가 대규모 인력 감축과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스마트팜 사업을 정리하고 농산물 데이터 사업에 집중하면서 적자 폭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막바지' 그린랩스, 농산물 플랫폼으로 정상화 기지개 [긱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그린랩스는 지난해 매출 373억원, 영업손실 359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6.7% 감소했지만 영업손실 규모를 전년보다 64.8% 줄이는 데 성공했다. 작년 하반기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스마트팜 사업을 전면 중단한 영향이다.

2017년 설립된 이 회사는 국내 애그테크 기업 중 ‘유망주’로 꼽혔다. 핵심 사업은 스마트팜과 데이터 기반 농산물 도매유통업이다. 2022년 1월 1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가 8000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위기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초다. 기존 경영진의 경영 실책 및 부정행위 등 이슈로 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 기존 주주인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총 500억원을 긴급 수혈하고 경영에 참여하면서 기사회생할 기회를 얻었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를 비롯한 새 경영진은 스마트팜 사업을 정리하고 500명에 달했던 직원을 100명 수준으로 줄였다. 대신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린랩스는 농민 93만 명을 회원으로 확보한 농산물 유통 플랫폼 ‘팜모닝’을 통해 전국 재배 작물 현황을 알 수 있는 빅데이터를 구축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한 ‘팜모닝 매니지먼트 시스템(FMS)’을 통해 고객사는 필요한 작물과 수량을 재배하고 있을 확률이 높은 농가를 찾아가 농산물을 직매입할 수 있다.

그린랩스의 또 다른 기대주는 곡물 무역 시스템 ‘그레인스캐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글로벌 수출업자(패커)의 정보를 구매자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다. 인공지능(AI)으로 수집한 글로벌 곡물 수출업자 관련 빅데이터를 통해 국내 구매자는 곡물의 국제 시세와 적정 구매 시기 등을 파악하고 글로벌 수출업자들은 국내 곡물 수요를 예상할 수 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