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시장에서 기업을 판단하는 양대 지표로 단연 매출과 영업이익이 꼽힌다. 상장사에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2011년 이전 일반기업회계기준(K-GAPP) 시절부터 그랬다. 두 지표는 개인투자자에게도 재무제표 중 가장 익숙한 항목으로 통한다.

그런데 이 중 영업이익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질 예정이다. IFRS가 새 기준을 만들어서다. IFRS는 2027년부터 기업이 투자·재무활동을 제외한 기업 활동에서 얻은 이익을 영업이익으로 규정하도록 이달 초 결정했다.

IFRS는 새 기준서가 도입되면 글로벌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비교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가·기업별로 표기법이 들쭉날쭉했던 손익 항목을 동일 기준 선상에서 일괄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한국도 글로벌 자본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IFRS의 시각이다.

하지만 회계기준을 바꾸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기존 국제 기준엔 영업이익 항목이 아예 없다 보니 대부분 국가는 새 개념을 그저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한국에선 오랜 기간 같은 이름의 항목이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국내 상장사들은 매출에서 매출원가, 판매비, 관리비 등을 차감해 영업이익을 집계한다. 주요 지표의 의미가 확 바뀌는 과정에서 기업과 투자자의 혼란이 예상되는 이유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국내에 쓰인 기존 영업이익 개념을 다른 용어로 바꾼 뒤 기업이 재무제표에 추가 표기하도록 하는 방안, 새 영업이익 항목에 대해 주석을 달아 기존 개념에 담았던 정보를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공시작성자인 기업과 정보 이용자인 투자자들은 이 같은 대안이 충분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수십 년 동안 자본시장에서 쓰인 용어를 단순 변경하면 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투자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주석 공시도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정기결산 때만 작성하게 돼 있어서다. 투자자가 주석을 확인할 수 없는 잠정실적 공시 등의 경우엔 기존 영업이익 항목을 확인할 길이 없다. 기업들은 재무제표 작성 부담도 우려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은 올초 이미 전산 언어로 주석 공시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일대 혼란을 겪었다. 공시 내용이 늘어나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은 IFRS를 전면 도입한 나라다. 새 영업이익 개념을 도입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사실상 없다. 주요 변화를 앞두고 기업과 투자자의 불편과 오인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탄탄한 보완책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