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홀로서기'…이 없이 잇몸으로 '美제재 장벽'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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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테크의 역습
중국, 반도체 자립 '성큼'
설계는 화웨이, 생산은 SMIC
초미세공정에 쓰이는 노광장비
美 수출 규제로 공급 못 받지만
새 제조방식으로 5나노 칩 성공
"질보다 양으로" 물량 공세
연내 파운드리 라인 31개 증설
2년뒤 글로벌 점유율 2위 전망
패키징 고도화 등 기술 혁신도
중국, 반도체 자립 '성큼'
설계는 화웨이, 생산은 SMIC
초미세공정에 쓰이는 노광장비
美 수출 규제로 공급 못 받지만
새 제조방식으로 5나노 칩 성공
"질보다 양으로" 물량 공세
연내 파운드리 라인 31개 증설
2년뒤 글로벌 점유율 2위 전망
패키징 고도화 등 기술 혁신도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에 있는 첨단 과학기술단지인 창장하이테크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심장’으로 불린다. 최고급 주택단지를 지나자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 본사와 파운드리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와 함께 ‘반도체 원조’로 통하는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일하다 2000년 SMIC를 세운 장루징 회장은 2021년 이곳에 89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했다.
SMIC는 이곳에서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과 바이두, 텐센트, 샤오미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칩을 생산하고 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올리겠다고 선언한 중국 정부는 SMIC 등 중국 파운드리 3사의 파운드리 라인을 올해까지 31개 증설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생산능력 기준 중국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2026년 26%로 대만(44%)에 이어 2위에 오를 전망이다. 일단 질(質) 대신 양(量)을 앞세워 미국의 반도체 제재 장벽을 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SMIC는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5나노급 칩을 조만간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에 짓고 있는 300㎜ 웨이퍼 라인이 이를 말해준다. 화웨이 스마트폰이 애플을 제치고 중국 1위에 오른 것도 SMIC가 제조한 첨단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 덕분이다.
SMIC가 EUV의 전(前) 기술인 심자외선(DUV) 장비로 5나노 공정에 성공했다면 미국의 대중 기술 장벽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세계 파운드리 1, 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EUV 장비를 활용해 3나노 공정으로 칩을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2020년 상반기만 해도 SMIC의 최신 공정은 10나노로 TSMC와 2년 이상 격차가 있었지만 이제 1년 이내로 좁혀졌다”고 말했다.
‘칩렛(chiplet)’으로 불리는 패키징 기술이 대표적이다. 하나의 칩에 중앙처리장치(CPU), 램(RAM),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이 들어가는 엔비디아의 슈퍼AI 칩은 모든 구성품을 같은 공정으로 제조해야 한다. 고도의 미세공정이 필요한 만큼 EUV는 필수다. 중국은 각각의 칩을 설계한 뒤 하나의 칩으로 연결하는 칩렛 기술을 활용해 DUV만으로 고성능 칩을 생산했다고 강조한다.
칩렛의 성패를 가르는 건 패키징 실력이다. 중국은 세계 패키징 시장의 38%를 차지하는 등 이 분야 강국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중국 정부가 패키징 원천기술 관련 30여 개 프로젝트에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룽신테크가 최근 자체 기술로 CPU 3A6000을 개발한 것도 우회 기술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놉시스 등 미국이 90% 이상을 장악한 전자설계자동화소프트웨어(EDA) 없이 칩을 설계하고도 인텔의 최신형 14세대 CPU와 동일한 성능의 제품을 제조했다. EDA는 미국이 대중 수출 금지 목록에 올린 대표적인 반도체 기술이다.
상하이=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SMIC는 이곳에서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과 바이두, 텐센트, 샤오미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칩을 생산하고 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올리겠다고 선언한 중국 정부는 SMIC 등 중국 파운드리 3사의 파운드리 라인을 올해까지 31개 증설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생산능력 기준 중국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2026년 26%로 대만(44%)에 이어 2위에 오를 전망이다. 일단 질(質) 대신 양(量)을 앞세워 미국의 반도체 제재 장벽을 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운드리 기술 격차 1년 이내로
국유기업인 SMIC의 실체는 거의 알려진 게 없다. 기술 탈취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도체 자립화를 추진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고성능 AI칩 등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에 필수 장비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SMIC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게 2020년이다. 10나노 이하 공정은 꿈도 못 꾸게 하겠다는 미국의 ‘절명수(絶命手)’였다.하지만 SMIC는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5나노급 칩을 조만간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에 짓고 있는 300㎜ 웨이퍼 라인이 이를 말해준다. 화웨이 스마트폰이 애플을 제치고 중국 1위에 오른 것도 SMIC가 제조한 첨단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 덕분이다.
SMIC가 EUV의 전(前) 기술인 심자외선(DUV) 장비로 5나노 공정에 성공했다면 미국의 대중 기술 장벽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세계 파운드리 1, 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EUV 장비를 활용해 3나노 공정으로 칩을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2020년 상반기만 해도 SMIC의 최신 공정은 10나노로 TSMC와 2년 이상 격차가 있었지만 이제 1년 이내로 좁혀졌다”고 말했다.
인텔급 CPU도 생산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 반도체업계에선 중국이 해외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쓴 전략을 이렇게 표현한다. 중국식 제조 혁신으로 미국 제재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다.‘칩렛(chiplet)’으로 불리는 패키징 기술이 대표적이다. 하나의 칩에 중앙처리장치(CPU), 램(RAM),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이 들어가는 엔비디아의 슈퍼AI 칩은 모든 구성품을 같은 공정으로 제조해야 한다. 고도의 미세공정이 필요한 만큼 EUV는 필수다. 중국은 각각의 칩을 설계한 뒤 하나의 칩으로 연결하는 칩렛 기술을 활용해 DUV만으로 고성능 칩을 생산했다고 강조한다.
칩렛의 성패를 가르는 건 패키징 실력이다. 중국은 세계 패키징 시장의 38%를 차지하는 등 이 분야 강국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중국 정부가 패키징 원천기술 관련 30여 개 프로젝트에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룽신테크가 최근 자체 기술로 CPU 3A6000을 개발한 것도 우회 기술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놉시스 등 미국이 90% 이상을 장악한 전자설계자동화소프트웨어(EDA) 없이 칩을 설계하고도 인텔의 최신형 14세대 CPU와 동일한 성능의 제품을 제조했다. EDA는 미국이 대중 수출 금지 목록에 올린 대표적인 반도체 기술이다.
상하이=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