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뉴진스? 만들어도 내가 만들지"…민희진, 분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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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어도어 내홍
민희진, 하이브 반격의 이유
"경영권 탈취 시도" 어도어 감사 착수
어도어, '뉴진스 베끼기'로 반격 나서
레이블 간 '창작권 침해' 공론화
민희진, 하이브 반격의 이유
"경영권 탈취 시도" 어도어 감사 착수
어도어, '뉴진스 베끼기'로 반격 나서
레이블 간 '창작권 침해' 공론화
국내 대표 가요 기획사 하이브(352820)가 산하 레이블 어도어 경영진들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어도어 측이 '자회사 간 걸그룹 표절' 문제를 공론화하며 반격에 나섰다. 경영권 탈취를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왜 '뉴진스 베끼기'를 반격 카드로 꺼낸 것일까.
하이브는 지난 22일 오전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등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해온 정황을 파악해 이들을 상대로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하고, 대면 진술 확보에 나섰다.
하이브가 민 대표 등에 보낸 감사 질의서에 따르면 하이브는 ▲경영권 탈취 목적으로 취득한 핵심 정보 유출 ▲부적절 외부 컨설팅 의혹 ▲아티스트 개인정보 유출 ▲인사 채용 비위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들이 올 초부터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해외 투자자문사,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관계자 등에게 매각 구조를 검토받는 등 경영권 탈취를 위한 계획을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하이브 아티스트에 대한 부정 여론 형성 작업 및 아티스트 부모들에 대한 회유 작업 등에 대한 제보를 받아 진위파악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어도어의 지분 18%를 지닌 민 대표가 80%를 지닌 1대 주주 하이브를 상대로 쿠데타를 계획하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모회사인 하이브의 지분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 대표 측근으로 꾸려진 이사회의 결의를 통한 제3자 유상증자 시도 가능성은 남아있다.
일단 어도어는 '하이브의 뉴진스 베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어도어는 수장의 입김이 강한 대표적인 레이블인바, 해당 입장은 곧 민 대표의 입장과 동일하다. 이에 따르면 뉴진스를 프로듀싱한 민 대표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대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뉴진스의 콘셉트를 신인 그룹 아일릿을 론칭하는데 허락도 없이 차용했다는 것이었다.
업계에서는 하이브와 어도어의 관계에 대해 꽤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돌았다. 민 대표를 영입할 당시에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 대표가 우호적인 사이었으나, 걸그룹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민 대표는 레이블 어도어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하이브는 민 대표 없이 쏘스뮤직과 함께 걸그룹 르세라핌을 론칭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어도어도 독자적으로 뉴진스를 론칭했다.
자연스럽게 방 의장이 만든 르세라핌과 민 대표가 제작한 뉴진스로 나뉘어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프로듀싱 영역이 철저히 분리된 상태에서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건 뉴진스였다. 2002년 SM엔터테인먼트 공채 평사원으로 입사해 비주얼 디렉터로 활약하며 이사 자리까지 오른 민 대표는 뉴진스로 또 한 번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인정받았다.
창작 능력은 민 대표를 현재의 자리에 있게 한 핵심 역량이었다. 소녀시대가 'gee'로 활동할 당시 스니키진에 흰 티셔츠를 매칭해 유행시킨 것도, 엑소 '으르렁' 활동에 교복 패션을 고안해낸 것도 민 대표였다. 비디오테이프 모양의 음반으로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콘셉트를 자랑했던 f(x)의 '핑크 테이프(PINK TAPE)'는 민 대표의 '역작'으로 꼽히기도 한다. 방탄소년단 뷔 역시 이 앨범을 언급하며 "민 대표님이 만드셨다고 하더라. '이분이랑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민 대표가 프로듀서로 내놓은 첫 그룹이 뉴진스였다. 멤버 선발부터 안무, 음악 기획 등 전 과정을 총괄한 그야말로 '공들인'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뉴진스가 크게 성공하면서 민 대표는 무분별한 콘셉트 차용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지붕 사이인 하이브에 대한 반감이 컸다. 모 그룹을 두고 '남자 뉴진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자 민 대표는 "남자 뉴진스를 만들어도 내가 만들지"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와 비슷한 느낌으로 데뷔하며 분노가 터졌다.
뉴진스가 데뷔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그룹임을 감안하면 이미지 소비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민 대표 역시 우려가 컸고, 특히 방 의장 역시 작곡가 및 프로듀서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창작의 가치를 잘 아는 업력을 지니고 있기에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어도어는 "아일릿의 티저 사진이 발표된 후 '뉴진스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폭발적으로 온라인을 뒤덮었다.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며 "하이브와 빌리프랩, 그리고 방시혁 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나 대책 마련은 하지 않으면서 단지 민 대표 개인을 회사에서 쫓아내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단 한 줄을 제외하고는 입장문 전부를 '하이브의 뉴진스 베끼기'를 피력하는 데 썼다. 이에 대해 하이브 및 아일릿 소속 레이블인 빌리프랩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도 했다. 유사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하이브도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각 레이블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멀티 레이블 체제'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도어 측도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이 요구된다. 현재까지는 "어이없는 내용의 언론 플레이"라고만 반박한 상태다. '뉴진스 베끼기'에 대해 항의하자 돌연 민 대표의 직무를 정지하고 사임 절차를 밟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게 어도어의 입장으로, 핵심 정보 유출, 외부 컨설팅 의혹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내놓지 않았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하이브는 지난 22일 오전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등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해온 정황을 파악해 이들을 상대로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하고, 대면 진술 확보에 나섰다.
하이브가 민 대표 등에 보낸 감사 질의서에 따르면 하이브는 ▲경영권 탈취 목적으로 취득한 핵심 정보 유출 ▲부적절 외부 컨설팅 의혹 ▲아티스트 개인정보 유출 ▲인사 채용 비위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들이 올 초부터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해외 투자자문사,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관계자 등에게 매각 구조를 검토받는 등 경영권 탈취를 위한 계획을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하이브 아티스트에 대한 부정 여론 형성 작업 및 아티스트 부모들에 대한 회유 작업 등에 대한 제보를 받아 진위파악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어도어의 지분 18%를 지닌 민 대표가 80%를 지닌 1대 주주 하이브를 상대로 쿠데타를 계획하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모회사인 하이브의 지분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 대표 측근으로 꾸려진 이사회의 결의를 통한 제3자 유상증자 시도 가능성은 남아있다.
일단 어도어는 '하이브의 뉴진스 베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어도어는 수장의 입김이 강한 대표적인 레이블인바, 해당 입장은 곧 민 대표의 입장과 동일하다. 이에 따르면 뉴진스를 프로듀싱한 민 대표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대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뉴진스의 콘셉트를 신인 그룹 아일릿을 론칭하는데 허락도 없이 차용했다는 것이었다.
업계에서는 하이브와 어도어의 관계에 대해 꽤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돌았다. 민 대표를 영입할 당시에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 대표가 우호적인 사이었으나, 걸그룹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민 대표는 레이블 어도어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하이브는 민 대표 없이 쏘스뮤직과 함께 걸그룹 르세라핌을 론칭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어도어도 독자적으로 뉴진스를 론칭했다.
자연스럽게 방 의장이 만든 르세라핌과 민 대표가 제작한 뉴진스로 나뉘어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프로듀싱 영역이 철저히 분리된 상태에서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건 뉴진스였다. 2002년 SM엔터테인먼트 공채 평사원으로 입사해 비주얼 디렉터로 활약하며 이사 자리까지 오른 민 대표는 뉴진스로 또 한 번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인정받았다.
창작 능력은 민 대표를 현재의 자리에 있게 한 핵심 역량이었다. 소녀시대가 'gee'로 활동할 당시 스니키진에 흰 티셔츠를 매칭해 유행시킨 것도, 엑소 '으르렁' 활동에 교복 패션을 고안해낸 것도 민 대표였다. 비디오테이프 모양의 음반으로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콘셉트를 자랑했던 f(x)의 '핑크 테이프(PINK TAPE)'는 민 대표의 '역작'으로 꼽히기도 한다. 방탄소년단 뷔 역시 이 앨범을 언급하며 "민 대표님이 만드셨다고 하더라. '이분이랑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민 대표가 프로듀서로 내놓은 첫 그룹이 뉴진스였다. 멤버 선발부터 안무, 음악 기획 등 전 과정을 총괄한 그야말로 '공들인'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뉴진스가 크게 성공하면서 민 대표는 무분별한 콘셉트 차용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지붕 사이인 하이브에 대한 반감이 컸다. 모 그룹을 두고 '남자 뉴진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자 민 대표는 "남자 뉴진스를 만들어도 내가 만들지"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와 비슷한 느낌으로 데뷔하며 분노가 터졌다.
뉴진스가 데뷔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그룹임을 감안하면 이미지 소비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민 대표 역시 우려가 컸고, 특히 방 의장 역시 작곡가 및 프로듀서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창작의 가치를 잘 아는 업력을 지니고 있기에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어도어는 "아일릿의 티저 사진이 발표된 후 '뉴진스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폭발적으로 온라인을 뒤덮었다.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며 "하이브와 빌리프랩, 그리고 방시혁 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나 대책 마련은 하지 않으면서 단지 민 대표 개인을 회사에서 쫓아내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단 한 줄을 제외하고는 입장문 전부를 '하이브의 뉴진스 베끼기'를 피력하는 데 썼다. 이에 대해 하이브 및 아일릿 소속 레이블인 빌리프랩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도 했다. 유사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하이브도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각 레이블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멀티 레이블 체제'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도어 측도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이 요구된다. 현재까지는 "어이없는 내용의 언론 플레이"라고만 반박한 상태다. '뉴진스 베끼기'에 대해 항의하자 돌연 민 대표의 직무를 정지하고 사임 절차를 밟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게 어도어의 입장으로, 핵심 정보 유출, 외부 컨설팅 의혹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내놓지 않았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