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이사 / 사진제공=어도어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이사 / 사진제공=어도어
'뉴진스 엄마'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탈(脫) 하이브' 시도에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의 과거 인터뷰가 재조명되고 있다.

민 대표는 지난해 1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쉽게 '하이브 자본'을 외치는데 개인적으로 동의가 안 되는 표현"이라며 뉴진스 성공의 1등 공신에 대해 하이브를 제외하고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해 이목을 끌었다.

민 대표는 "투자금이 결정돼 투자가 성사된 이후의 실제 세부 레이블 경영 전략은 하이브와 무관한 레이블의 독자 재량이기도 하거니와 난 당시 하이브 외에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내게는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었고, 투자처가 어디든 '창작의 독립'·'무간섭' 조항은 1순위였을 것이라 사실 꼭 하이브여야 할 이유도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하이브 소속 가수들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민 대표의 말처럼 뉴진스는 자체적 앱 '포닝'을 사용 중이다.

민 대표는 올해 1월 방송된 일본 NHK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성을 지향하는 큰 시장에선 히트 공식들을 손쉽게 리바이벌해서 모방이 나오고 메인 스트림에서 먹히는 정형화된 스타일이 정해진다"며 "저는 그걸 좀 깨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이브는 지난 22일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등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해온 정황을 파악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민 대표 측은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을 이 사태의 본질로 꼽으며 아일릿을 뉴진스의 '아류'라고 표현하는 등 불만을 제기했다.

어도어는 각 레이블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를 언급하며 "어도어는 그 레이블 중 하나인데 어도어 및 그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일릿의 티저 사진이 발표된 후 '뉴진스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폭발적으로 온라인을 뒤덮었다.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대표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했다"며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이라는 레이블 혼자 한 일이 아니며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일간스포츠에 따르면 민 대표는 어도어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는 하이브의 주장엔 "제가 가진 18%의 지분으로 어떻게 경영권 탈취가 되겠느냐"라며 "80% 지분권자인 하이브 동의 없이 어도어가 하이브로 독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일을 도모했다는 하이브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국내 1위 가요 기획사인 하이브와 최근 K팝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걸그룹 뉴진스의 '엄마'로 알려진 민 대표의 갈등에 이날 하이브 주가는 8% 가까이 급락하며 시가총액은 하루에만 약 7497억원이 날아가 8조8511억원이 됐다. 23일 오전 장 초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나 증권가에서는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어도어 감사 이슈로 인해 당분간 하이브 주가는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장 중요한 뉴진스의 향후 활동과 관련, 뉴진스의 전속계약권은 하이브에 귀속돼 있다"면서 "예정된 일정을 포함한 향후 활동이 정상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진스는 다음 달 24일 새 싱글 발표를 앞뒀고, 당장 이달 27일 신곡 '버블 검'(Bubble Gum) 뮤직비디오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