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실적 엉망인데 시간 외 폭등 이유는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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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화요일> 23일(미 동부시간) 아침부터 어닝 서프라이즈가 줄이었습니다. GE GM 스포티파이 등이 시장 기대를 넘는 1분기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장 마감 뒤 테슬라의 실적을 걱정하던 투자자들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S&P글로벌이 발표한 4월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예상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왔습니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강한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희망을 잃어가던 월가는 힘을 되찾았습니다.
잇따른 어닝 서프라이즈
유럽 증시에서 독일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는 AI 수요에 힘입어 클라우드 매출이 25%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빅테크 실적 발표를 앞두고 AI에서 강력한 수익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습니다. SAP의 주가는 5.52% 상승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졌습니다. ▷GE 에어로스페이스는 1분기 실적이 기대를 상회했고, 주가는 8.28%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 회사는 GE에서 항공사업을 분사해 만든 곳입니다. ▷GM(4.33%)은 1분기 실적이 좋았을 뿐 아니라 연간 매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폴 제이컵슨 최고재무책임자는 "자동차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예상만큼 빠르지는 않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가이던스를 다시 높여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스포티파이(11.41%)는 1분기 이익이 1억9700만 유로로 전년 동기(-2억2500만 유로) 대비 흑자 전환했고, 주당순이익(EPS)은 97유로센트로 월가 기대 62유로센트를 상회했습니다. 또 월간 활성 사용자도 19% 증가한 6억1500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나허는 실적이 월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고 7.21% 상승했습니다. ▷노바티스(2.27%)도 실적이 월가 기대를 상회했을 뿐 아니라 연간 가이던스도 상향 조정했습니다. ▷킴벌리 클라크(5.51%)도 매출이 추정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생명보험사 글로브 라이프(14.11%)는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고 ▷UPS(2.41%)는 1분기에 주당 1.43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월가 컨센서스 1.29달러를 초과한 것입니다.
물론 기대에 못 미치는 곳도 있었습니다. ▷펩시코(-2.97%)는 매출은 182억5000만 달러로 1년 전 178억5000만 달러, 추정치 180억800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순이익은 주당 1.48달러로 전년도 1.40달러보다 증가했지만, 월가 예상 1.52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트블루는 2분기 및 2024년 전체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한 후 18.7% 급락했습니다. 찰스 슈왑은 "제트블루 등 일부 실망스러운 실적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오늘 아침 대부분은 좋은 실적을 내놓았고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제 둔화? 금리 인하 기대 상승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0.3~0.4% 상승세로 출발한 가운데 오전 9시 45분 S&P글로벌의 4월 PMI(예비치)가 발표됐습니다. 4월 제조업 PMI는 49.9를 기록했습니다. 3월(51.9)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고, 넉 달 만에 가장 부진했습니다. 월가는 52로 살짝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오히려 위축 국면까지 떨어진 것이죠. PMI는 '50'을 기준으로 업황 확장과 위축을 나타냅니다. 서비스업 PMI도 3월 51.7에서 4월 50.9로 약화했습니다. 역시 예상 52에 미치지 못했고요. 가까스로 위축 국면은 면했지만, 다섯 달 만에 가장 부진했습니다.
S&P글로벌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하였다. 응답 기업들은 비정상적으로 느려진 비즈니스 활동 성장을 보고했다. 4월 신규 수주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고 기업의 미래 생산 기대가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경기가 더 둔화할 수 있다. 어려워진 사업 환경으로 인해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팬데믹 초기 제외) 가장 빠른 속도로 인력을 감축했다. 수요 악화 및 노동 시장의 냉각은 가격 압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4월에는 상품 및 서비스의 판매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는 경향을 보였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JP모건은 "4월 PMI는 예상치 못하게 낮아졌다. 3월의 강한 성장에 비해 이번 분기의 시작이 부진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런 데이터는 2분기 GDP 성장률이 약 1.5%로 추가 냉각될 것이라는 우리 예측에 부합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는 "S&P 글로벌의 서비스 PMI에서 고용 지수는 3월 51.5에서 4월 47.3으로 급락했다. 이는 2010년대 평균보다 훨씬 낮다. 민간 서비스업에서의 고용이 눈에 띄게 감소할 위험이 있음을 나타낸다. 이런 약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으로 시장에 작용했습니다. 서비스업이 냉각되고 고용이 줄어든다면, 끈적끈적한 서비스 인플레이션도 꺾일 수가 있습니다. 오름세를 보이던 뉴욕 채권 시장의 금리는 PMI 발표 직후 뚝 떨어졌습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4.64%→4.58%로 급락했고, 2년물은 4.99%→4.92%로 미끄러졌습니다. 결국, 오후 4시께 2년물은 4.4bp 내린 4.927%, 10년물은 2.3bp 내린 4.60%에 거래됐습니다. 미 재무부의 국채 2년물 경매도 성공적으로 치러져 금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월가에선 69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로 인해 소화 불량에 대한 우려가 있었죠. 하지만, 응찰률이 최근 6회 평균 2.59배를 크게 넘어서는 2.659배에 달하면서 발행 금리가 4.898%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WI) 4.904%보다 낮게 결정됐습니다. 해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수요도 66.2%로 최근 6회 평균 62.9%보다 많았고요. PMI 둔화로 6, 7월 금리 인하 기대도 조금 되살아났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에서 6월 인하 베팅은 전날 16.6%에서 19.3%로 높아졌고, 7월 인하 기대는 43.4%에서 46%로 올라갔습니다. 리처드 클라리다 전 Fed 부의장(핌코 고문)은 CNBC 인터뷰에서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 Fed가 금리 인하를 줄이면 매파적 실수를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미 달러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0.37% 떨어져 105.68을 기록했습니다. 이틀째 내림세가 이어진 것이죠. 3월 신규주택 매매는 전월 대비 8.8% 증가한 연율 69만3000채로 집계됐습니다. 2023년 9월 이후 가장 빠른 증가율로 월가 예측(1.1%)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다만 2월 수치는 큰 폭으로 하향 수정됐습니다. 웰스파고는 "신규주택 매매는 견실한 거시경제 여건이 순풍으로 남아 있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모기지 금리 상승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가 하락하고 달러가 떨어지자 주가 상승세는 가속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69%, S&P500 지수는 1.20% 올랐고 나스닥은 1.59%나 뛰었습니다. 다우는 2주 내 최고치, S&P500 지수는 일주일 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S&P500 11개 업종 중 소재를 제외한 10개 업종이 상승하는 등 오름세는 광범위했습니다. 그동안 단기에 큰 폭 하락했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1.86%), IT(1.71%) 등 기술주 반등 폭이 컸습니다. ▲엔비디아(3.65%) ▲마이크론(3.06%) ▲AMD(2.44%) 등 반도체가 이틀째 큰 폭 상승했고 ▲메타(2.98%) ▲마이크로소프트(1.65%) ▲아마존(1.30%) ▲알파벳(1.25%) 등 빅테크도 많이 올랐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헤지펀드들이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다. 기술(반도체, 일부 소프트웨어) 임의소비재(주로 전자상거래), 산업재,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에너지 등을 매수하고 있다. 헬스케어가 유일하게 매도하는 업종이다. 현재 공매도 비율은 낮은 상황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찰스 슈왑의 네이선 페터슨 파생 이사는 "국채수익률이 소폭 하락한 데 힘입어 주식이 과매도 상황에서 계속 반등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Fed의 금리 정책이 경제와 주식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빅테크 이익은 단기 주가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ASML과 TSMC의 기대에 못 미친 가이던스로 인해 투자 심리가 상처를 입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알파벳이 AI 제품의 성장에 대해 실적으로 보여주면 감정이 바뀔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테슬라 실적은 엉망…주가는?
장 마감 직후 실적 발표가 예정된 테슬라는 장 초반 하락하다가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자 오름세로 전환했습니다. 1.85% 상승세로 정규장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나온 테슬라의 1분기 실적은 기대보다 더 나빴습니다.
▶매출= 213억 달러 vs 예상 221억5000만 달러
▶조정 EPS= 45센트 vs 예상 51센트
▶자동차 사업 총마진(규제 크레딧 제외)= 16.4% vs 예상 16.2%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55% 줄어들었습니다. 모두 예상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테슬라는 "차량 증가율은 2023년보다 현저히 낮을 수 있다"(Still Sees ‘Notably Lower’ Volume Growth Rate For 2024)라며 2024년 자동차 인도량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자동차 재고는 4분기 말 15일분에서 1분기 말 28일분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월가가 주목한 규제 크레딧을 제외한 자동차 사업의 총마진은 16.4%로 예상 16.2%를 살짝 앞섰습니다. 4분기 17.2%보다는 감소한 것이죠.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25억 3000만 달러가 감소했습니다. 모든 점에서 나빴죠. 하지만 이런 1분기 실적이 나온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주주 서한에서 "우리는 이전에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새로운 모델의 출시를 가속하기 위해 미래 차량 라인업을 업데이트했다. 새로운 차량은 좀 더 저렴한 모델을 포함한다"라고 밝힌 덕분입니다. 최근 로이터가 "테슬라가 모델 2 개발을 포기하고 로보택시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라고 보도한 뒤 시장은 모델2 포기 가능성을 촉각을 곤두세워왔습니다. 가격 2만5000달러 대의 모델 2 없이는 중국 전기차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 판매량을 늘릴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모델 2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저렴한 차량을 내년 하반기 생산하기 시작하겠다고 명확히 한 것입니다. 웨드 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모델 2는 지평선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핵심 초점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1분기 평균 차량 판매가격은 전분기보다 1% 높아졌습니다. 평균 10만 달러에 달하는 사이버트럭 판매 덕분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로보택시에 대해서는 "로보택시 제품은 계속해서 혁신적인 언박스형(unboxed) 제조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래에 제공될 차량 호출 기능을 개발 중이다. 소프트웨어 경험이 우리 모든 제품에서 동급 최고라고 믿으며 차량 호출 기능을 테슬라 앱에 원활하게 통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이버트럭의 경우 4월 한 주에 1000대 이상을 생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올해 5만 대 생산이라는 월가 기대에 부합한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콘퍼런스 콜에서 당초 2025년 하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던 새로운 모델 생산을 “올해 말은 아니더라도 2025년 초”에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머스크는 또 엔비디아 H100 칩을 8만5000개를 설치해 AI 훈련을 할 것이라고 밝혔고, 미국에서 완전자율주행(FSD) 옵션을 갖춘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한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에 라이센싱 해주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테슬라처럼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도 시간 외에서 5% 이상 상승하고 있습니다.
▶매출 36억6000만 달러 vs 예상 36억 달러
▶EPS 1.20달러 vs 예상 1.07달러
실적 개선은 자동차 칩 분야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된 덕분으로 풀이됐습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는 2분기 이익을 주당 1.05~1.25달러로 예상했는데, 이는 월가 추정 1.16달러보다 나은 것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