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 박혜진, 파격 근황 봤더니 [이일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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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 박혜진 씨
기획부터 출판, 마케팅까지…다람출판사 대표로
"퇴사 후 다음 스텝 고민, 책에 매력 느껴"
기획부터 출판, 마케팅까지…다람출판사 대표로
"퇴사 후 다음 스텝 고민, 책에 매력 느껴"
케이블이 태동하고 종편도 없던 지상파 3사 시절, 방송사 간판 뉴스프로그램 앵커를 5년간이나 맡았다. 아나운서의 인기와 영향력이 유명 연예인에 버금갈 시기에 그야말로 '국민 진행자'였던 셈이다. 방송사를 나온 지 10년, 여전히 박혜진이라는 이름 석 자에 MBC '뉴스데스크'가 따라 붙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이제는 다람출판사 사장"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박씨는 2001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고, 2004년 10월부터 2006년 2월까지 MBC '뉴스데스크' 주말, 2006년 3월부터 2009년 4월까지 평일을 진행하며 'MBC의 얼굴'로 활약했다. 언론인을 꿈꾸는 많은 여대생의 롤모델로 꼽히기도 했지만 MBC가 파업 등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던 2014년 퇴사했다. 이후 몇몇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얼굴을 비추기도 했지만, 이제 그의 본업은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박씨가 대표로 있는 다람출판사는 자기개발서와 에세이뿐 아니라 해외의 실험적인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3명의 소설가와 함께 '관계'에 관한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눈을 반짝이던 박씨였다. "아직 규모가 작아 기획은 물론 편집과 교열, 마케팅까지 모두 제가 하고 있다"면서 "정말 바쁘고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가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미소 지었다. ▲ 근황을 소개해 주세요.
책을 만들고 있어요. 새로 나올 책이 있어서 요즘은 거기에 집중하고 있고요. 방송이나 행사 진행도 종종 하긴 해요. IPTV에서 격주로 진행하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고, 클래식 공연에도 진행자로 나서고 있고요. 그래도 요즘 제 본업은 책이죠.
▲ 방송사 간판 앵커 출신인데 왜 방송이 아닌, 출판으로 전업하셨는지 궁금해요.
그런 질문을 진짜 많이 받았어요.(웃음) 사실 전 책과 인연이 깊어요. 책을 좋아했고, 방송하던 때에도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면서 책을 소개했어요. 좋은 구절이 있으면 밑줄 치고 옮겨 적으면서 필사 노트를 만들었고요. 책 저자를 인터뷰하는 프로그램도 했요. 퇴사 후 문학 팟캐스트도 하고요. 그렇게 짚어보니 여러 개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깊게 들어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퇴사 후 다음 스텝을 고민했던 시기에 책에 더욱 매력을 느꼈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었어요. 방송이 그러했듯 책도 제가 좋아하고, 의미 있는 작업이기에 하게 됐죠.
▲ 책과 관련한 직업과 업무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책방도 있고, 작가도 있고요. 그중 '출판'이라는 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방송도 그렇고, 제가 지금 하는 일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지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이 사는 사회인데 나를 알고, 타인을 이해하고, 공존하려면 서사를 알아야 하잖아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책의 형태로 담는다면 그건 출판이더라고요. 그래서 출판까지 오게 된 거 같아요.
▲ 출판사 운영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했을까요?
출판사를 운영하기에 앞서 관련 강연이나 수업도 들었죠. 출판사가 설립된 건 10년 정도 됐는데, 그땐 남편과 함께 운영했어요. 저는 한발 뒤에 물러서 있었죠. 그러다 3년 전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 이름을 부를 때' 출간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대표로 나서게 됐어요. 남편이 대표였으니 인수인계과정은 자연스럽게 이뤄졌어요. 제가 아내니까요.(웃음) ▲ '다람'이라는 이름도 귀여워요. 의미가 있을까요?
다람은 '다람쥐'에서 따왔어요. 로고도 다람쥐 모양입니다.(웃음) 다람쥐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한가득 입에 물고 이동하더라고요. 입에 꽉 차면 땅에 묻고, 다시 입에 한가득 도토리를 물고 오고요. 여기에서 '아름다운 망각'이 이뤄지는데, 다람쥐가 도토리를 어디에 묻는지 잊어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다람쥐가 잊어버린 도토리는 자라 상수리나무가 되고, 더 많은 도토리가 생기죠. 이 이야기가 너무 귀엽고 아름답더라고요.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았던 거처럼, 저희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모아서 그런 뿌리를 만들고 싶어서 이름 짓게 됐어요.
▲ 어찌 보면 회사원에서 대표로 신분이 상승했는데, 대표가 되니 어떤가요?
동일한 지점이 좋고, 힘들어요. 방송은 기획과 섭외, 이런 부분들은 제작진이 담당하고, 방송하는 저는 마무리 단계에서 요리하는 역할을 해요. 하지만 선택받아야만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죠. 이 일은 제가 대표고, 직접 미팅하고, 섭외하고, 기획, 출간, 홍보까지 전부하고 있어요. 내 의지로 뭔가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 그게 또 부담돼요. 지금도 뚝딱뚝딱하긴 하지만, 함께 하는 업계 동료들이 생겨서 이들과 대화하면서 트렌드도 읽고, 도움도 얻고 있어요.
▲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렵다' 느낀 건 뭘까요?
마케팅이요. (웃음) 책을 만들어 팔아보니 정말 어려워요. 매번 몸으로 느껴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책이 출판되는데, 그중 다람이 만든 책이 독자들의 눈에 띄고, 귀에 들리고, 손에 닿게 하기까지 과정이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스마트폰과 경쟁하는 것도 힘들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을지,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제 SNS로도 열심히 알라고, 직접 대면하는 북콘서트, 북토크 같은 행사도 많이 하고요. 열심히 제안서를 써서 정부 지원 사업에 채택돼 오디오북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엄마가 된 MBC 후배 아나운서 서현진, 문지애, 최현정 씨와 저까지 4명의 목소리로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를 읽었어요. 시인과 소설가 엄마가 육아를 하며 성장해가는 얘길 담았는데, 열심히 만들었죠.
▲ 엄청 바빠 보여요.(웃음)
정말 바빠요. 혼자 다 해야 하니까요. 저자 미팅도 하고, 출간 준비도 해야하고, 인쇄소도 제가 직접 가야 해요. 서점 미팅, 행사 기획, 서점 연계 행사 시 섭외 이런 것들도 다 제가 하거든요. 이런 여러 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하게 되니 정신이 없어요.
▲ 혹시 후회하진 않으세요?
전혀요. 즐거워요. 에너지가 생기는 거 같아요. 제가 기획하고 만든 책을 다른 독자들이 읽고 감정을 공유할 땐 기분이 상기되고, 달뜬 느낌을 받아요. 힘들지 않은 일들이 뭐가 있겠어요. 그래서 더 보람되고, '더 좋은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하죠. 체력적으로 예전만은 못하지만, 정신적으로 뭔가 살아있다고 느끼고요.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반응하고, 새로운 걸 창조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에너지를 느껴요. '그 좋은 회사 왜 나오냐' 했던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잃는 것이 있어야 새로운 걸 할 수 있잖아요. 좋으니까 하는 일이에요.
▲ 출판인으로서 노하우나 나름의 기준이 있나요?
아직 제가 그럴 말할 위치는 안되고요.(웃음) 위로와 성장의 발판이 되는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는 거 같아요. 시대가 요구하는 주제, 그런 글을 써줄 수 있는 작가를 섭외하기도 하고요. 해외 출판물도 2권 출간됐는데, 재밌고 작품성이 있는 것들을 위주로 봤어요. 여성 서사를 담은 '스몰프레저'는 유명 서점 북클럽 책으로도 선정됐고, 영국에 있는 저자가 한국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어요. 작년 겨울에 나온 '디 임플로이'라는 SF소설은 부커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어요. 덴마크 시인이 쓴 소설인데 굉장히 독특하고 실험적이라 국내 작가들에게도 '이렇게 소설을 쓸 수 있구나'라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 사회적인 분위기가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사업 종사자로서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을 거 같아요.
아쉬움은 있어요. 1년에 책 한권을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문해력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인내력도 감소하고요. 긴 글을 못 보니 긴 영상도 못 봐요. 글도, 영상도 짧아지고, 그러면서 뇌가 긴 글, 긴 영상을 소화하는 능력을 서서히 잃어가는 거 같아요. 글과 영상을 보며 '자기화'라는 필터링이 돼야 하는데, 요즘은 모든 게 휘발돼 자기 생각으로 정리도 덜 되는 분위기 같고요. 그래서 독서캠페인, 독서 모임 같은 활동도 여력이 된다면 이끌고 싶어요. 미디어에 몸담았던 사람이니, 미디어와 출판이라는 시장을 잘 연결해서 가교 구실을 하고 싶어요.
▲ 앞으로 다람출판사에서 나올 새로운 기획이나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올해엔 국내 문학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해요. 옴니버스 형식으로 3명의 작가가 각자의 이야기를 꾸미는 데 하나의 관계로 구현되는 거죠. 이미 1기 작가들의 초고는 다 완성됐어요. 소설가들은 작업을 할 때 혼자 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이번에는 순조롭게 대화를 나누며 진행된 거 같아요. 이 이야기를 독자들이 즐겁게 접근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건 저의 몫인 거 같아요. 분량도 딱 읽기 쉽게, 즐기기 편할 정도로 고려했어요. 이런 새로운 시도,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보고, 삶을 반추하며, 자기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느낄 수 있길 바라봅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박씨는 2001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고, 2004년 10월부터 2006년 2월까지 MBC '뉴스데스크' 주말, 2006년 3월부터 2009년 4월까지 평일을 진행하며 'MBC의 얼굴'로 활약했다. 언론인을 꿈꾸는 많은 여대생의 롤모델로 꼽히기도 했지만 MBC가 파업 등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던 2014년 퇴사했다. 이후 몇몇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얼굴을 비추기도 했지만, 이제 그의 본업은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박씨가 대표로 있는 다람출판사는 자기개발서와 에세이뿐 아니라 해외의 실험적인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3명의 소설가와 함께 '관계'에 관한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눈을 반짝이던 박씨였다. "아직 규모가 작아 기획은 물론 편집과 교열, 마케팅까지 모두 제가 하고 있다"면서 "정말 바쁘고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가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미소 지었다. ▲ 근황을 소개해 주세요.
책을 만들고 있어요. 새로 나올 책이 있어서 요즘은 거기에 집중하고 있고요. 방송이나 행사 진행도 종종 하긴 해요. IPTV에서 격주로 진행하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고, 클래식 공연에도 진행자로 나서고 있고요. 그래도 요즘 제 본업은 책이죠.
▲ 방송사 간판 앵커 출신인데 왜 방송이 아닌, 출판으로 전업하셨는지 궁금해요.
그런 질문을 진짜 많이 받았어요.(웃음) 사실 전 책과 인연이 깊어요. 책을 좋아했고, 방송하던 때에도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면서 책을 소개했어요. 좋은 구절이 있으면 밑줄 치고 옮겨 적으면서 필사 노트를 만들었고요. 책 저자를 인터뷰하는 프로그램도 했요. 퇴사 후 문학 팟캐스트도 하고요. 그렇게 짚어보니 여러 개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깊게 들어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퇴사 후 다음 스텝을 고민했던 시기에 책에 더욱 매력을 느꼈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었어요. 방송이 그러했듯 책도 제가 좋아하고, 의미 있는 작업이기에 하게 됐죠.
▲ 책과 관련한 직업과 업무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책방도 있고, 작가도 있고요. 그중 '출판'이라는 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방송도 그렇고, 제가 지금 하는 일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지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이 사는 사회인데 나를 알고, 타인을 이해하고, 공존하려면 서사를 알아야 하잖아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책의 형태로 담는다면 그건 출판이더라고요. 그래서 출판까지 오게 된 거 같아요.
▲ 출판사 운영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했을까요?
출판사를 운영하기에 앞서 관련 강연이나 수업도 들었죠. 출판사가 설립된 건 10년 정도 됐는데, 그땐 남편과 함께 운영했어요. 저는 한발 뒤에 물러서 있었죠. 그러다 3년 전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 이름을 부를 때' 출간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대표로 나서게 됐어요. 남편이 대표였으니 인수인계과정은 자연스럽게 이뤄졌어요. 제가 아내니까요.(웃음) ▲ '다람'이라는 이름도 귀여워요. 의미가 있을까요?
다람은 '다람쥐'에서 따왔어요. 로고도 다람쥐 모양입니다.(웃음) 다람쥐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한가득 입에 물고 이동하더라고요. 입에 꽉 차면 땅에 묻고, 다시 입에 한가득 도토리를 물고 오고요. 여기에서 '아름다운 망각'이 이뤄지는데, 다람쥐가 도토리를 어디에 묻는지 잊어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다람쥐가 잊어버린 도토리는 자라 상수리나무가 되고, 더 많은 도토리가 생기죠. 이 이야기가 너무 귀엽고 아름답더라고요.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았던 거처럼, 저희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모아서 그런 뿌리를 만들고 싶어서 이름 짓게 됐어요.
▲ 어찌 보면 회사원에서 대표로 신분이 상승했는데, 대표가 되니 어떤가요?
동일한 지점이 좋고, 힘들어요. 방송은 기획과 섭외, 이런 부분들은 제작진이 담당하고, 방송하는 저는 마무리 단계에서 요리하는 역할을 해요. 하지만 선택받아야만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죠. 이 일은 제가 대표고, 직접 미팅하고, 섭외하고, 기획, 출간, 홍보까지 전부하고 있어요. 내 의지로 뭔가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 그게 또 부담돼요. 지금도 뚝딱뚝딱하긴 하지만, 함께 하는 업계 동료들이 생겨서 이들과 대화하면서 트렌드도 읽고, 도움도 얻고 있어요.
▲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렵다' 느낀 건 뭘까요?
마케팅이요. (웃음) 책을 만들어 팔아보니 정말 어려워요. 매번 몸으로 느껴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책이 출판되는데, 그중 다람이 만든 책이 독자들의 눈에 띄고, 귀에 들리고, 손에 닿게 하기까지 과정이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스마트폰과 경쟁하는 것도 힘들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을지,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제 SNS로도 열심히 알라고, 직접 대면하는 북콘서트, 북토크 같은 행사도 많이 하고요. 열심히 제안서를 써서 정부 지원 사업에 채택돼 오디오북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엄마가 된 MBC 후배 아나운서 서현진, 문지애, 최현정 씨와 저까지 4명의 목소리로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를 읽었어요. 시인과 소설가 엄마가 육아를 하며 성장해가는 얘길 담았는데, 열심히 만들었죠.
▲ 엄청 바빠 보여요.(웃음)
정말 바빠요. 혼자 다 해야 하니까요. 저자 미팅도 하고, 출간 준비도 해야하고, 인쇄소도 제가 직접 가야 해요. 서점 미팅, 행사 기획, 서점 연계 행사 시 섭외 이런 것들도 다 제가 하거든요. 이런 여러 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하게 되니 정신이 없어요.
▲ 혹시 후회하진 않으세요?
전혀요. 즐거워요. 에너지가 생기는 거 같아요. 제가 기획하고 만든 책을 다른 독자들이 읽고 감정을 공유할 땐 기분이 상기되고, 달뜬 느낌을 받아요. 힘들지 않은 일들이 뭐가 있겠어요. 그래서 더 보람되고, '더 좋은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하죠. 체력적으로 예전만은 못하지만, 정신적으로 뭔가 살아있다고 느끼고요.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반응하고, 새로운 걸 창조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에너지를 느껴요. '그 좋은 회사 왜 나오냐' 했던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잃는 것이 있어야 새로운 걸 할 수 있잖아요. 좋으니까 하는 일이에요.
▲ 출판인으로서 노하우나 나름의 기준이 있나요?
아직 제가 그럴 말할 위치는 안되고요.(웃음) 위로와 성장의 발판이 되는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는 거 같아요. 시대가 요구하는 주제, 그런 글을 써줄 수 있는 작가를 섭외하기도 하고요. 해외 출판물도 2권 출간됐는데, 재밌고 작품성이 있는 것들을 위주로 봤어요. 여성 서사를 담은 '스몰프레저'는 유명 서점 북클럽 책으로도 선정됐고, 영국에 있는 저자가 한국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어요. 작년 겨울에 나온 '디 임플로이'라는 SF소설은 부커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어요. 덴마크 시인이 쓴 소설인데 굉장히 독특하고 실험적이라 국내 작가들에게도 '이렇게 소설을 쓸 수 있구나'라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 사회적인 분위기가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사업 종사자로서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을 거 같아요.
아쉬움은 있어요. 1년에 책 한권을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문해력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인내력도 감소하고요. 긴 글을 못 보니 긴 영상도 못 봐요. 글도, 영상도 짧아지고, 그러면서 뇌가 긴 글, 긴 영상을 소화하는 능력을 서서히 잃어가는 거 같아요. 글과 영상을 보며 '자기화'라는 필터링이 돼야 하는데, 요즘은 모든 게 휘발돼 자기 생각으로 정리도 덜 되는 분위기 같고요. 그래서 독서캠페인, 독서 모임 같은 활동도 여력이 된다면 이끌고 싶어요. 미디어에 몸담았던 사람이니, 미디어와 출판이라는 시장을 잘 연결해서 가교 구실을 하고 싶어요.
▲ 앞으로 다람출판사에서 나올 새로운 기획이나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올해엔 국내 문학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해요. 옴니버스 형식으로 3명의 작가가 각자의 이야기를 꾸미는 데 하나의 관계로 구현되는 거죠. 이미 1기 작가들의 초고는 다 완성됐어요. 소설가들은 작업을 할 때 혼자 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이번에는 순조롭게 대화를 나누며 진행된 거 같아요. 이 이야기를 독자들이 즐겁게 접근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건 저의 몫인 거 같아요. 분량도 딱 읽기 쉽게, 즐기기 편할 정도로 고려했어요. 이런 새로운 시도,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보고, 삶을 반추하며, 자기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느낄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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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