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크고 효율도 높다"…'바다 위 고층 아파트' HMM 함부르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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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4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높은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아"
고효율 엔진 및 스크러버 장착해 환경 규제 대응 "이 배의 선장이라는 것은 굉장한 자부심입니다.
"
지난 19일 부산신항 3부두의 HMM '함부르크호'에서 만난 이창인(56) 선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선장은 올해로 35년째 배를 타고 있다.
초대형 2만4천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의 선장은 같은 직급 안에서도 오직 '최고 베테랑'에게만 주어지는 자리라고 한다.
실제 마주한 함부르크호는 항구에 주차돼있던 아반떼가 장난감처럼 보일 만큼 그 크기가 압도적이었다.
이날 새벽 입항한 HMM 함부르크호는 안벽에 정박해 컨테이너 하역에 한창이었다.
HMM 함부르크호의 최대 적재량은 2만3천964TEU로 4년 전 건조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다.
다만 현재는 대만 선사 에버그린의 컨테이너선(2만3천992TEU)이 간발 차로 그 타이틀을 쥐고 있다.
바닥부터 갑판까지 높이 36m, 선박 꼭대기에 위치한 안테나까지는 81m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고층 아파트'라고 볼 수 있다.
HMM은 지난 2018년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12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각 선박은 세계 주요 항구의 이름을 본떠 명명됐으며, 함부르크호는 이 중 일곱번째로 인도됐다.
이 선장은 "선박 규모가 큰 만큼 신경 쓸 게 많다"고 했다.
제동거리가 길고 선회 반경도 크기 때문에 좁은 운하를 지날 때는 전 선원이 밤을 새우며 비상대기해야 한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선박 길이는 400m로, 함부르크호는 그보다 딱 2㎝ 짧다.
그는 "길이뿐 아니라 폭도 넓어 선박이 수로에 딱 들어맞아 양옆으로는 바로 땅이 보일 정도"라며 "전 선원이 '풀 스탠바이'하고 앞뒤로 예인선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조심히 지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웬만한 배는 6∼7m 파도가 오면 뒤집어지지만, 이 배는 거뜬히 뚫고 갈 수 있다"며 "높은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게 이 배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애정을 보였다.
브릿지(조종실)를 나와 가파른 철제 계단을 따라 기관실로 향했다.
들어서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고 날카로운 기계 소음이 귀를 때렸다.
최형도 기관장은 "기관실이 다루는 주된 기계는 엔진과 발전기"라며 "엔진이 선박의 '다리'라면 발전기는 선박 곳곳에 위치한 보조기기에 피를 공급해주는 '심장'"이라고 설명했다.
함부르크호의 메인 엔진은 6만38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2000년대에는 유가가 저렴해 이보다 작은 선박에서도 고출력의 엔진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연료 효율이 높고 저속 운항에 유리한 엔진을 선호하는 추세라는 게 최 기관장의 설명이다.
또 선박에는 총 5대의 발전기가 있으며 발전기 한 대를 한 달 돌릴 때마다 일반가정 약 200가구에서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을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함부르크호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탈황장치 '스크러버'도 장착됐다.
스크러버는 연료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을 씻어내리는 친환경 설비를 말한다.
최 기관장은 "저유황유는 고유황유보다 약 1.5배 비싸다"며 "스크러버를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유류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TEU 기준 HMM의 스크러버 설치율은 83.3%로, 전 세계 평균(38.3%)을 크게 웃돈다.
이날 만난 함부르크호는 사흘간 부산항에 머물다 지난 22일 중국 상하이로 향했다.
평소라면 석 달에 한 번 부산으로 돌아오지만, 최근에는 항해 일수가 20일가량 늘어 넉 달 가까이 소요된다.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대신 희망봉을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선장도 항해 중 대외적 불안을 체감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중동 갈등을 틈타 소말리아 해적들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희망봉을 돌기 전 수역과 가까워질 때면 해양수산부와 회사에 통항 계획을 미리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선장은 "항해가 길어지면서 부식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점이 가장 불편하다"면서도 "모든 선원이 각자의 자리에서는 전문가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크기의 배를 탔다는 것에 다들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연합뉴스
고효율 엔진 및 스크러버 장착해 환경 규제 대응 "이 배의 선장이라는 것은 굉장한 자부심입니다.
"
지난 19일 부산신항 3부두의 HMM '함부르크호'에서 만난 이창인(56) 선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선장은 올해로 35년째 배를 타고 있다.
초대형 2만4천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의 선장은 같은 직급 안에서도 오직 '최고 베테랑'에게만 주어지는 자리라고 한다.
실제 마주한 함부르크호는 항구에 주차돼있던 아반떼가 장난감처럼 보일 만큼 그 크기가 압도적이었다.
이날 새벽 입항한 HMM 함부르크호는 안벽에 정박해 컨테이너 하역에 한창이었다.
HMM 함부르크호의 최대 적재량은 2만3천964TEU로 4년 전 건조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다.
다만 현재는 대만 선사 에버그린의 컨테이너선(2만3천992TEU)이 간발 차로 그 타이틀을 쥐고 있다.
바닥부터 갑판까지 높이 36m, 선박 꼭대기에 위치한 안테나까지는 81m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고층 아파트'라고 볼 수 있다.
HMM은 지난 2018년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12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각 선박은 세계 주요 항구의 이름을 본떠 명명됐으며, 함부르크호는 이 중 일곱번째로 인도됐다.
이 선장은 "선박 규모가 큰 만큼 신경 쓸 게 많다"고 했다.
제동거리가 길고 선회 반경도 크기 때문에 좁은 운하를 지날 때는 전 선원이 밤을 새우며 비상대기해야 한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선박 길이는 400m로, 함부르크호는 그보다 딱 2㎝ 짧다.
그는 "길이뿐 아니라 폭도 넓어 선박이 수로에 딱 들어맞아 양옆으로는 바로 땅이 보일 정도"라며 "전 선원이 '풀 스탠바이'하고 앞뒤로 예인선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조심히 지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웬만한 배는 6∼7m 파도가 오면 뒤집어지지만, 이 배는 거뜬히 뚫고 갈 수 있다"며 "높은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게 이 배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애정을 보였다.
브릿지(조종실)를 나와 가파른 철제 계단을 따라 기관실로 향했다.
들어서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고 날카로운 기계 소음이 귀를 때렸다.
최형도 기관장은 "기관실이 다루는 주된 기계는 엔진과 발전기"라며 "엔진이 선박의 '다리'라면 발전기는 선박 곳곳에 위치한 보조기기에 피를 공급해주는 '심장'"이라고 설명했다.
함부르크호의 메인 엔진은 6만38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2000년대에는 유가가 저렴해 이보다 작은 선박에서도 고출력의 엔진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연료 효율이 높고 저속 운항에 유리한 엔진을 선호하는 추세라는 게 최 기관장의 설명이다.
또 선박에는 총 5대의 발전기가 있으며 발전기 한 대를 한 달 돌릴 때마다 일반가정 약 200가구에서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을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함부르크호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탈황장치 '스크러버'도 장착됐다.
스크러버는 연료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을 씻어내리는 친환경 설비를 말한다.
최 기관장은 "저유황유는 고유황유보다 약 1.5배 비싸다"며 "스크러버를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유류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TEU 기준 HMM의 스크러버 설치율은 83.3%로, 전 세계 평균(38.3%)을 크게 웃돈다.
이날 만난 함부르크호는 사흘간 부산항에 머물다 지난 22일 중국 상하이로 향했다.
평소라면 석 달에 한 번 부산으로 돌아오지만, 최근에는 항해 일수가 20일가량 늘어 넉 달 가까이 소요된다.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대신 희망봉을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선장도 항해 중 대외적 불안을 체감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중동 갈등을 틈타 소말리아 해적들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희망봉을 돌기 전 수역과 가까워질 때면 해양수산부와 회사에 통항 계획을 미리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선장은 "항해가 길어지면서 부식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점이 가장 불편하다"면서도 "모든 선원이 각자의 자리에서는 전문가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크기의 배를 탔다는 것에 다들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