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연합뉴스
지난 2022년 말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휘청였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강원도가 설립한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신청을 발표하고, 강원도가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부도처리하면서다. 채권시장은 대대적인 혼란을 겪었다. 정부는 시장 유동성 프로그램을 확대했고, 한국은행은 42조원 규모의 유동성지원 방침을 내놨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금융시장 위기로 기록된 이 사태에 대한 위기경보는 약 6개월 전부터 나타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이 최근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의 조기경보모형에 따른 것이다.

예측력 뛰어난 AI 경보모형

한은은 24일 이 모형을 소개하는 'BOK이슈노트 : 데이터기반 금융·외환 조기경보모형'을 발표했다. 김태완 금융결제국 차장과 박정희 디지털혁신실 과장, 이현창 디지털신기술팀장 등이 개발한 이 모델에 따르면 조기경보지수는 2022년 2분기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1월 0.5까지 상승하기까지 약 6개월 간 경고음이 울렸다는 것이다.

한은이 새롭게 만든 조기경보지수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기반의 학습을 통해 산출한 것이다. 금융시스템의 취약성 여부를 판단하는 변수와 위기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는 변수(트리거)를 함께 분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취약성 변수는 레버리지, 자금조달, 자산가격 변수다. GDP대비 부채비율, 은행 레버리지, 단기 외채 비율, 주택매매가격지수 등으로 구성된다. 트리거 변수는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무역분쟁 등이지만 이는 계량하기 어려운 요소다. 이런 한계 때문에 연구진은 변동성지수(VIX), 원·달러 환율 변동성, 금리 스프레드 등으로 트리거 변수를 평가했다.

이렇게 만든 모형으로 2022년의 상황을 시뮬레이션 했더니 6개월 전부터 경고음이 울렸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엔 2007년까지 0이던 경보지수가 2008년9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다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우엔 조기경보모형이 제때 경고음을 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 위기인가? 물었더니

한은이 복합금융압력지수(CFPI)를 이용해 식별한 한국의 위기 상황은 1997년 이후 총 다섯차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외환위기, 2001년 IT버블,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등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환율도 1400원까지 뛰면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 또다른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측력이 뛰어난 이 조기경보모형에 최근의 상황이 위기인지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박정희 과장은 이같은 질문에 대해 "지난 3월까지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현재 위험지수는 중위값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장 불안이 나타난 경우는 위험지수가 상위 10~30%에 해당했던 것을 감안하면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박 과장의 설명이다.

환율의 경우엔 "최근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변동성은 작년 하반기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며 "조기경보모형에 포함된 변수가 변동성이기 때문에 최근 상황이 위험지수 상승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새롭게 개발한 모형을 국내외 주요 기관과 공유해 위기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국제금융센터 등이 조기경보 위험을 분석해 정부 등에 알리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