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네는 짐승 같은 직감으로 귀녀의 임신 사실을 알아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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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손태선의 '발레 화가의 서재'
토지, 등장인물의 위태로움
토지, 등장인물의 위태로움

긴 소설이 끝나갈 때면 몹시 서운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아껴 읽게 되고, 1권부터 다시 곱씹어 본다. 결국 21권째 소설은 “독립만세”를 외치면서 끝이 나지만….
“계집이란 근본부터 괭이 같은 것이라 잠시라도 쓰다듬어주지 않으면 달아나게 마련 아닙니까” 사냥에 미친 강포수를 빗대어 평산이 치수에게 하는 말이다. 최치수의 지체, 최치수의 재물, 최치수의 학식, 최치수의 오만 그런 것들이 말할 수 없는 큰 덩어리가 되어 평산 자신을 그 밑에 짓눌리어 자꾸 작아지는 것 같은 생각이 그를 슬프게 했고, 걷잡을 수 없게 안정을 잃게 했던 것이다.
몰락 양반의 후예이자 최치수의 재종형인 조준구의 암시에 의해, 김평산은 사냥에서 오발 사고를 가장해 최치수를 살해한다. 이 과정에서 최참판댁 계집종인 귀녀는 자수당에서 칠성과 추악하고 비인간적인 밀회를 거듭하는데, 이는 ‘행위는 오로지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한마디 말로 정리된다. 그들이 밀회를 거듭하던 중 뒤따라 온 강포수와 귀녀는 하룻밤을 보내고, 귀녀는 강포수의 아이를 임신한다.

“약살 돈이 어디 있노”, “초상 치는 데는 돈 안드까” 찰지게 받아친다.
양반과 상놈 사이에 시비는 성립될 수 없다. 응징이 있을 뿐이다.
손태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