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 건넌 반려견 돌아와"…문의 폭주한 '이것' 정체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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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모 펠트 인형으로 반려동물 재현
"1년에 12개 작품만 제작…2년 기다리는 분도"
"가격에만 초점 맞춰진 건 아쉬워"
"1년에 12개 작품만 제작…2년 기다리는 분도"
"가격에만 초점 맞춰진 건 아쉬워"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6년이 됐지만, 언제나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이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울면서 작업하기도 했죠."
인천에서 7년째 반려동물 양모펠트 공방을 운영하는 강모(36) 씨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키우던 강아지가 나이 먹을수록 예정된 이별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면서 "7년 전 강아지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시작한 일이, 이젠 직업이 됐다"고 공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강 씨는 반려동물 양모펠트 작가다. 울 섬유를 단단하게 뭉쳐 강아지나 고양이의 윤곽을 만드는 '패팅(두드림)' 작업을 하고, 이어 의뢰인이 보내준 다양한 사진과 영상을 토대로 털의 색을 맞춘 양모를 심는다. 이걸 '식모' 작업이라 부른다. 레진 등의 다양한 특수 재료를 활용해 눈, 코, 입 등 신체 부위도 직접 제작한다. 조립을 마치고 살아있는 강아지를 다루듯 털을 정교하게 미용한다. 이렇게 하면 비로소 '반려동물 환생' 작업이 끝난다.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반려인에게 강 씨는 그야말로 '마술사'다. 강 씨에 따르면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추억을 평생 기억하기 위해" 작품을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려동물을 이미 떠나보낸 이, 혹은 보낼 준비를 하는 반려인에게 작품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강 씨가 맡을 수 있는 작품의 수는 연간 12 작품 내외. 평일 하루 4~5시간씩 꼬박 작업해야 3주 이내에 겨우 끝나기 때문이다.
강 씨는 스스로 "작품을 많이 맡는 편이 아니"라며 "화~일요일까지 내내 취미반, 자격증반 수업이 있어 작품을 직접 제작할 시간이 부족하다. 올해 제작 의뢰 예약은 모두 끝났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가격대는 몇만원대부터 20~5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키우던 동물의 종, 크기, 희망하는 작품의 유형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과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주로 같은 실물 크기로 전신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고 얼굴만 본떠 입체 액자로 만들거나, 열쇠고리 등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강 씨는 "실물 작품의 경우 한 작품에 최소 80시간이 넘게 들고, 앞서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것과 같이 수백만원의 비용을 받는 분들은 소수"라며 "비용만 부각돼 알려질 땐 진이 빠지기도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의뢰인과 인형에 구현되었으면 하는 모습에 대해 소통을 많이 하고 있고, 다양한 각도의 사진을 충분하게 받아 충분히 분석하고 제작한다"며 자신만의 작품 제작 노하우도 귀띔했다.
강 씨는 7년간 이 업계서 일하며 손목 통증을 얻었다. 직업병이다. 그는 "펠트 바늘을 이용해 뼈대에 양모를 찔러 넣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손목이 약해졌고 사진과 비교하며 정교하게 작품을 제작하다 보니 눈이 나빠졌다"면서도 "수공예를 하시는 분들은 모두 겪을 것이라 대단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장례문화의 발달과 양모펠트 인형 산업의 성장도 체감했다. 그는 "작품 예약 마감 공지를 해도 제작 의뢰가 들어오곤 한다"며 "보통 주변 작가님 소개를 해드리는데 내년, 내후년까지 기다리시겠다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제2의 직업 혹은 부업 목적으로 반려동물양모펠트 자격증 수업을 수강하는 분들도 많다"며 "자격증반 수업에선 도구 사용법, 견종별 윤곽, 식모, 표현 등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지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중한 가족을 잃어버린 슬픔의 본질은 모두 같다"며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되새기려는 분들이 취미반 수업에 주로 오시는데, 그때 수강생분들끼리 반려동물 이야기를 편히 나누는 모습에서 나도 위로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키우던 동물을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이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2022년 말 기준 국내 반려인이 약 126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반려인들이 어떻게 하면 가족과 다름없는 동물을 '잘 보내줄 수 있는' 장례 문화도 발달하는 모양새다.
그중 하나가 반려동물 양모펠트 인형이다. 강 씨와 같이 업력이 긴 전문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고, 인형을 제작하는 과정 자체를 경험하며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원데이 클래스 등의 수업을 듣는 반려인도 있다.
반려동물 양모펠트 인형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22년 12월 강형욱 씨의 유튜브에서 등장하면서다. 해당 영상은 현재 4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7개월 전 유튜브 채널 '탐구생활'을 통해 알려진 한 반려동물 양모펠트 작가는 뛰어난 손재주로 작품당 2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동물을 양모펠트로 형상화하는 문화가 발달하면서 고가의 작품 의뢰가 아니더라도 다이소에선 직접 강아지 모양 양모펠트 열쇠고리를 만들 수 있는 DIY 키트도 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모 펠트 인형 등으로 떠난 동물을 기리는 과정이 펫로스 증후군 극복에 긍정적 영향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진홍 건국대 혁신공유대학 스마트동물보건융합전공 교수는 "펫로스 증후군을 마주하는 것에는 '예방'과 '극복' 두 가지 측면이 있다"며 "특히 반려동물의 수명이 인간보다 훨씬 짧은 만큼 '언젠가 헤어질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예방'의 과정이 중요한데, 인형을 제작해보면서 행복한 순간을 추억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든다는 것 자체로 펫로스 증후군을 이겨낼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모펠트의 경우 반려 문화가 발달한 해외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수공예 기법"이라며 "반려동물을 기리는 문화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 분야의 시장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인천에서 7년째 반려동물 양모펠트 공방을 운영하는 강모(36) 씨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키우던 강아지가 나이 먹을수록 예정된 이별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면서 "7년 전 강아지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시작한 일이, 이젠 직업이 됐다"고 공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강 씨는 반려동물 양모펠트 작가다. 울 섬유를 단단하게 뭉쳐 강아지나 고양이의 윤곽을 만드는 '패팅(두드림)' 작업을 하고, 이어 의뢰인이 보내준 다양한 사진과 영상을 토대로 털의 색을 맞춘 양모를 심는다. 이걸 '식모' 작업이라 부른다. 레진 등의 다양한 특수 재료를 활용해 눈, 코, 입 등 신체 부위도 직접 제작한다. 조립을 마치고 살아있는 강아지를 다루듯 털을 정교하게 미용한다. 이렇게 하면 비로소 '반려동물 환생' 작업이 끝난다.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반려인에게 강 씨는 그야말로 '마술사'다. 강 씨에 따르면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추억을 평생 기억하기 위해" 작품을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려동물을 이미 떠나보낸 이, 혹은 보낼 준비를 하는 반려인에게 작품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강 씨가 맡을 수 있는 작품의 수는 연간 12 작품 내외. 평일 하루 4~5시간씩 꼬박 작업해야 3주 이내에 겨우 끝나기 때문이다.
강 씨는 스스로 "작품을 많이 맡는 편이 아니"라며 "화~일요일까지 내내 취미반, 자격증반 수업이 있어 작품을 직접 제작할 시간이 부족하다. 올해 제작 의뢰 예약은 모두 끝났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가격대는 몇만원대부터 20~5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키우던 동물의 종, 크기, 희망하는 작품의 유형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과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주로 같은 실물 크기로 전신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고 얼굴만 본떠 입체 액자로 만들거나, 열쇠고리 등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강 씨는 "실물 작품의 경우 한 작품에 최소 80시간이 넘게 들고, 앞서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것과 같이 수백만원의 비용을 받는 분들은 소수"라며 "비용만 부각돼 알려질 땐 진이 빠지기도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의뢰인과 인형에 구현되었으면 하는 모습에 대해 소통을 많이 하고 있고, 다양한 각도의 사진을 충분하게 받아 충분히 분석하고 제작한다"며 자신만의 작품 제작 노하우도 귀띔했다.
강 씨는 7년간 이 업계서 일하며 손목 통증을 얻었다. 직업병이다. 그는 "펠트 바늘을 이용해 뼈대에 양모를 찔러 넣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손목이 약해졌고 사진과 비교하며 정교하게 작품을 제작하다 보니 눈이 나빠졌다"면서도 "수공예를 하시는 분들은 모두 겪을 것이라 대단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장례문화의 발달과 양모펠트 인형 산업의 성장도 체감했다. 그는 "작품 예약 마감 공지를 해도 제작 의뢰가 들어오곤 한다"며 "보통 주변 작가님 소개를 해드리는데 내년, 내후년까지 기다리시겠다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제2의 직업 혹은 부업 목적으로 반려동물양모펠트 자격증 수업을 수강하는 분들도 많다"며 "자격증반 수업에선 도구 사용법, 견종별 윤곽, 식모, 표현 등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지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중한 가족을 잃어버린 슬픔의 본질은 모두 같다"며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되새기려는 분들이 취미반 수업에 주로 오시는데, 그때 수강생분들끼리 반려동물 이야기를 편히 나누는 모습에서 나도 위로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키우던 동물을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이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2022년 말 기준 국내 반려인이 약 126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반려인들이 어떻게 하면 가족과 다름없는 동물을 '잘 보내줄 수 있는' 장례 문화도 발달하는 모양새다.
그중 하나가 반려동물 양모펠트 인형이다. 강 씨와 같이 업력이 긴 전문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고, 인형을 제작하는 과정 자체를 경험하며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원데이 클래스 등의 수업을 듣는 반려인도 있다.
반려동물 양모펠트 인형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22년 12월 강형욱 씨의 유튜브에서 등장하면서다. 해당 영상은 현재 4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7개월 전 유튜브 채널 '탐구생활'을 통해 알려진 한 반려동물 양모펠트 작가는 뛰어난 손재주로 작품당 2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동물을 양모펠트로 형상화하는 문화가 발달하면서 고가의 작품 의뢰가 아니더라도 다이소에선 직접 강아지 모양 양모펠트 열쇠고리를 만들 수 있는 DIY 키트도 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모 펠트 인형 등으로 떠난 동물을 기리는 과정이 펫로스 증후군 극복에 긍정적 영향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진홍 건국대 혁신공유대학 스마트동물보건융합전공 교수는 "펫로스 증후군을 마주하는 것에는 '예방'과 '극복' 두 가지 측면이 있다"며 "특히 반려동물의 수명이 인간보다 훨씬 짧은 만큼 '언젠가 헤어질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예방'의 과정이 중요한데, 인형을 제작해보면서 행복한 순간을 추억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든다는 것 자체로 펫로스 증후군을 이겨낼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모펠트의 경우 반려 문화가 발달한 해외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수공예 기법"이라며 "반려동물을 기리는 문화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 분야의 시장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