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원어치 팔린 '국민 초콜릿'…MZ 홀릴 '파격' 변신한다 [설리의 트렌드 인사이트]
초콜릿은 언제 한국에 들어왔을까. 두 가지 설(說)이 있다. 하나는 조선시대 러시아 공관의 부인이 명성황후에게 초콜릿을 선물로 바쳤다는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궁중에 초콜릿을 퍼뜨렸다는 얘기도 있다. 당시 초콜릿은 특권층의 음식이었다. 1950년 6·25 전쟁 때 미군이 초콜릿을 들여오며 일반인들도 초콜릿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본격적인 대중화 이끈 건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다. 1975년 롯데제과는 ‘가나초콜릿’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가나초콜릿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국민 초콜릿’으로 자리잡았다. 5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국내 판 형태의 초콜릿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1.3조원어치 팔린 '국민 초콜릿'…MZ 홀릴 '파격' 변신한다 [설리의 트렌드 인사이트]
1975년 롯데웰푸드는 초콜릿 신제품 개발에 앞서 스위스의 세계적인 초콜릿 기술자인 막스 브락스씨를 초빙해 기술 자문을 받았다. 스위스산 부드러운 초콜릿이 한국인의 입맛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나초콜릿 출시에 맞춰 대대적인 홍보 행사도 열었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기술 개발, 마케팅에 힘입어 가나초콜릿은 불티나게 팔렸다. 수입 초콜릿이 점유한 국내 초콜릿 시장을 파고들어 그해 약 3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듬해엔 약 47%까지 점유율을 확대했다.

가나초콜릿은 198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로 그라인드 공법’을 도입, 적용했다. 카카오 원료를 초미립자 형태로 균일하게 분쇄해 부드럽고 진한 풍미를 구현하는 공법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첨단 설비를 적극 도입하고, 철저하고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한 것이 가나초콜릿이 시장을 선도하고 오래 살아남은 비결”이라고 했다.

가나초콜릿은 특유의 감성을 살린 광고 마케팅으로도 유명하다. 이미연, 채시라, 전지현, 아이유에 이르기까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끈 연예인들을 광고 모델로 썼다. 가나초콜릿 광고는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트렌치 코트에 숨어 초콜릿을 먹는 여성 모델이 나오는 광고에서 점차 여성 모델이나 남성 모델이 단독으로 등장하는 광고로 바뀌었다.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가나초콜릿의 누적판매액은 약 1조 3000억원이다. 수량으로 환산하면 약 66억 갑. 출시 이후 1초당 약 4개씩 판매한 셈이다. 가나초콜릿의 연간 매출은 약 600억원이다.
1.3조원어치 팔린 '국민 초콜릿'…MZ 홀릴 '파격' 변신한다 [설리의 트렌드 인사이트]
가나초콜릿은 최근 변신을 꾀하고 있다. MZ세대를 겨냥해 ‘가나, 디저트가 되다’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하고, 고급 제품인 ‘프리미엄 가나’ 등을 선보이는 등 ‘제2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대전 강릉 부산 등 전국 유명 위스키바와 함께 위스키와 곁들여 먹는 프리미엄 가나 페어링 서비스도 선보였다. 서울 성수동, 부산 전포동에서 팝업 스토어인 ‘가나 초콜릿 하우스’를 열기도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