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0조원을 투입해 충북 청주시 낸드플래시 생산기지에 D램 공장을 짓는다. 낸드플래시 공장을 추가하려던 당초 계획을 접고 D램을 생산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하자 발 빠르게 생산 전략을 바꾼 것이다. HBM 기술뿐 아니라 생산능력에서도 경쟁사에 밀리지 않겠다는 SK하이닉스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SK, 20兆 전격 투자…AI 반도체 '승부수'
SK하이닉스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청주 M15X 공장을 D램 생산기지로 전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SK하이닉스가 M15X를 낸드플래시 공장으로 짓기 위해 터파기 공사를 한 터라 건물을 짓고 장비만 들여놓으면 곧바로 D램을 찍어낼 수 있다. 이 덕분에 일반적인 반도체 공장 건설보다 공기를 확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가 예상한 양산 시점은 내년 11월이다. 이후 순차적으로 장비를 추가로 들여와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장 건설(5조3000억원)과 장비 구입 등에 모두 20조원이 소요된다.

SK하이닉스의 생산 전략 변경은 AI 시대를 맞아 HBM과 서버용 더블데이트레이트(DDR)5 같은 고부가가치 D램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HBM 매출이 5년간 연평균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 등 HBM을 활용해 ‘AI 가속기’(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를 제작하는 회사들은 선급금까지 주면서 SK하이닉스에 ‘원활한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급증하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M15X가 HBM 패키징(TSV) 라인을 확충하고 있는 M15 공장과 가까운 점도 생산 전략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