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낙선자 만난 윤석열 대통령 "제 부족함, 정말 깊이 성찰"

총선 참패 용산 책임론 인정

오찬서 소통 부족 등 고언 쏟아져
"대통령 혼자 다 한다" 지적도

尹 "고견 많이 들려달라"며 경청
수직적 당정 관계 바뀔지 주목

< 낙선 의원들에게 고개 숙인 尹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격려 오찬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날 오찬은 22대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공천받지 못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24일 오찬을 함께하며 “여러분을 뒷받침해드리지 못한 제 부족함에 대해 정말 깊이 성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선거 참패에 대한 ‘용산 책임론’을 일정 부분 인정한 셈이다. 낙선자들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혼자 너무 다 하시려고 한다. 책임을 나눠야 한다” “쓴소리를 하면 몰아내니 자유롭게 발언하지 못하는 경직된 분위기가 당내에 형성됐다”는 등 고언을 쏟아냈고, 윤 대통령은 주로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참모들에게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윤 대통령이 여당 내 비주류 의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외연 확장 작업해야”

윤 대통령은 이날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과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찬을 했다. 총선 이후 현역 의원들과 공식 오찬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 의원 중 상당수는 외연 확장을 강조했다고 한다. 최재형 의원은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해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향점이 같다면 우리와 함께 갈 수 있는 많은 사람과 연합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해 온 모든 것을 바꾸고 고쳐보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과의 대선 당시 선거 연합을 깬 것이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5선 중진인 서병수 의원은 “과거와 달리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해 중도를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선거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며 “당에서 소외되고 거리가 있던 사람들도 함께 끌어안아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모두 당내 비윤계로 꼽히는 인사다.

소통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비례대표인 서정숙 의원은 “소통을 강화하고 그 내용이 위로 잘 전달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의원은 권한 분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 혼자 독박 쓸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장관과 총리에게 권한을 일부 주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잦은 현장 행보가 ‘독선’ ‘불통’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尹 “여러분 의견 듣는 게 도리”

대통령실은 이날 오찬이 격려 차원에서 마련됐지만 당과 정부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그간 정치권에선 수직적 당정관계 탓에 당과 대통령실 간 소통이 소홀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의원들의 의견을 듣기 전 첫머리 발언에서 “최일선 현장에서 온몸으로 민심을 느낀 의원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와 민생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온 여러분들의 지혜가 꼭 필요한 만큼 고견을 많이 들려달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참석 의원들은 현장에서 느낀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경청했다”며 “일부 참석자와 총선 패인에 관해서도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여러분들은 제가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동료들이자 한 팀”이라며 “당정의 역량이 튼튼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