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사진=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20%를 웃도는 시청률로 최고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에서도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빌빌대고 있다. 제작을 맡은 작품들의 1분기 방영회차가 전년 대비 크게 줄어 외형과 이익이 모두 감소한 상황이어서다. 2분기도 편성작품이 줄고 상각 부담이 늘며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39분 현재 스튜디오드래곤은 전일보다 250원(0.61%) 내린 4만900원에 거래 중이다. 전일에는 보합 가격인 4만1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11%가량 하락하며 4만원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올 들어서는 주가가 20% 넘게 밀렸다.

이는 배우 김지원과 김수현 주연의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기록적인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눈물의 여왕은 최근 시청률에서 21.6%(전국 가구 기준 평균)를 기록했는데 이는 자체 최고를 경신한 것뿐 아니라 tvN 전체 드라마를 통틀어 '역대급' 수치다. 2020년 2월 종영한 '사랑의 불시착'이 21.7%로 역대 1위 자리에 올라가 있는 가운데, 0.1%포인트차로 바짝 추격한 셈이다. 드라마는 종영까지 두 회차를 남겨둔 상황이어서, 역대 최고 시청률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기획하고 제작한 회사 스튜디오드래곤에 대해 증권가는 '관망모드'를 권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최근 3개월 주가 흐름. 이미지=네이버 증권서비스
스튜디오드래곤 최근 3개월 주가 흐름. 이미지=네이버 증권서비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실적 추정치를 낮춘다"는 이유로 목표주가를 기존 7만500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확 깎았다.

이 연구원은 회사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539억원, 17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7.1%, 19.6% 감소한 수치다. 그는 "편성 부진에도 판매처가 다양해지면서 신작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고, 글로벌 프로젝트도 순항 중이라 외형 대비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라면서도 "상반기까지는 다소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는 시선이 조금 다르다. 그는 "라인업이 늘며 실적 회복될 것으로 보며 '텐트폴'(막대한 자본과 유명 출연진이 투입돼 흥행이 기대되는 상업 작) 오리지널 작품이 대부분 하반기에 편성돼 있기 때문에 하반기 들어선 업황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상저하고의 주가 흐름이 예상되는 만큼 이 연구원은 장기적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 회사를 두고 어둑한 전망을 내놓은 곳은 유진투자증권뿐만이 아니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달 들어서만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증권사 상당수가 목표주가를 내렸다. 제시된 목표주가 중 최고 금액은 7만8000원, 최저는 5만2000원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드라마 큰 흥행몰이를 했다고 해서 실적을 크게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TV를 잘 보지 않는 요즘 시대 케이블 시청률이 20%를 넘은 것은 사실상 과거 40~50%대 대흥행 드라마 수준과 맞먹는다"면서도 "편성 부진 등으로 실적 전망을 낮추면서 목표가 눈높이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워낙 다양한 라인업들에서 수익성을 꾀하는 구조인 만큼 한 작품의 흥행은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올리는 측면에선 좋지만 실적을 단번에 개선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현 주가와 기존 목표주가와의 괴리율이 컸던 만큼, 이 괴리율을 낮추기 위함도 목표주가를 내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즉 현재 주가가 기존의 증권사들이 제시했던 눈높이를 못 따라가니, 증권사들이 다시 목표주가를 낮추는 상황인 것이다. 금융당국은 2017년부터 괴리율 공시제를 운영 중이어서, 애널리스트들은 실제 주가와 확연히 큰 차이가 나는 주가를 제시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