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치솟는 구리 가격, AI가 밀어올렸다 [원자재 포커스]
국제 구리 가격이 연일 치솟는 배경에 인공지능(AI) 열풍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에 구리 배선이 들어가서다. 국제 구리 수요가 장기간 증가하면서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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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7월물) 가격은 파운드(약 0.45㎏)당 전 거래일 대비 0.001달러(0.02%) 하락한 4.4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올 들어 구리 가격은 15.3% 상승했다. 이달 들어 이날까지 상승 폭은 12%에 육박한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7월물) 가격도 전 거래일 대비 t당 67달러(0.6%) 상승한 9773.5달러에 장 마감했다.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달 8600달러선을 넘어선 뒤 이달 들어 9000달러를 넘겼다. t당 가격이 1만 달러를 넘을 것이란 기대감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연일 치솟는 구리 가격, AI가 밀어올렸다 [원자재 포커스]
미국 선물거래업체 ROJ퓨처스의 애널리스트인 존 카루소는 마켓워치에 "구리의 미래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산업 메커니즘이 전환하며 구리 가격은 장기간 우상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구리 가격이 연일 상승한 배경엔 AI 열풍이 있다.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에 구리 배선이 활용돼서다. 미국 구리개발협회(CD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1메가와트(MW)당 27t 규모 구리가 쓰인다.

전기차(EV)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도 구리는 필수 원자재로 꼽힌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당 평균 83kg의 구리가 사용된다. 21.8kg의 구리가 들어가는 내연기관차의 3.8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기차 공급이 점차 늘어나면서 구리 수요가 지정학적 위기와 무관하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금융투자업체 누버거 버먼의 데이비드 와그 부사장은 "글로벌 제조업의 흐름이 바뀌면서 구리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구매관리자지수 지표도 개선되면서 단기간 구리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리 공급량은 정체된 상태다. 광산 개발과 실제 상용화가 까다로워서다. 구리 광산 개발은 허가에만 최소 10년이 걸린다. 사업 타당성 검토와 인허가 과정, 자금조달과 건설 등을 거치면 최소 20년 이상 걸린다. 구리 공급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세계 5위 구리 생산 광산인 코브레 파나마 광산이 폐쇄됐다. 호주 아이사 광산마저 안전성 문제로 문을 닫는 등 기존 광산에서 채굴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신규 광산 개발 건수는 늘지 않고 있다.

국제구리 연구그룹(ICSG)에 따르면 세계 구리 재고는 작년 1월 10만 9000t에서 올해 1월 8만 4000t으로 감소했다. 3년 연속 재고량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올해 구리 공급량을 전년보다 5% 성장에서 3%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정제 구리 시장에서 53만4000t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와그 부사장은 "새로운 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부진한데다 공급량도 제한적으로 늘고 있다"며 "초과 수요 상태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