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5년 만에 위기 맞은 광주형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의 벤치마킹 대상은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 프로젝트’였다. 2001년 경기 침체기에 새 생산회사를 세워 라인을 가동하되 임금은 낮추는 것이 폭스바겐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광주광역시의 첫 제안은 2014년 나왔지만 본격화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였다. 2017년 국정과제로 선정된 데다 이용섭 전 장관(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이 2018년 광주시장에 당선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참여 제안을 받은 현대자동차는 원래 내켜 하지 않았다. 국내엔 이미 생산망이 완비돼 있고 경차 라인의 채산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일자리 위협을 느낀 현대차 노조는 파업까지 벌이며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끝까지 정부의 의중을 거스르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밀고 당기는 협상이 이뤄졌다. 누적 생산 35만 대까지 무노조·무파업, 상대적 저임금 등을 골자로 하는 노사민정 협약은 이렇게 맺어졌고 그 결과 2019년 탄생한 회사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다.

GGM은 지난해까지 캐스퍼를 11만 대 생산했다. 지난해엔 매출 1065억원, 영업이익 236억원을 올리면서 선전했다. 하지만 올 들어 무노조 협약이 무너졌다. 지난 2월 상급단체 없이 기업별 노조를 지향하는 1노조가 생겼다. 이어 지난달엔 2노조가 결성됐으며 2노조는 최근 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근로자들이 노조를 만든 것은 평균 연봉이 3500만원대로 현대차와 차이가 큰 데서 나온 불만 때문이다. 사측이 약속 위반이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민노총이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민노총은 전체 근로자가 600여 명인 GGM에서 조합원 모집을 본격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임금과 근로조건 등의 교섭을 노사 상생협의회가 맡았지만 앞으론 민노총이 나설 공산이 크다. GGM은 벌써부터 민노총 주도의 강경 투쟁을 걱정하고 있다. 자칫 사태가 악화하면 광주시민들이 애써 만든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 협약 당사자인 광주시와 시민들이 어떤 해법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