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물화 거장의 붓질을 바꾼 건…'두 번의 로마의 휴일'이었다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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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추상표현주의 거장 빌럼 더 코닝
뉴욕서 인물화 그리던 쿠닝
두 번의 로마 여행서 강렬한 영감
이후 대담하고 실험적 추상화 도전
다양한 색채·자유로운 곡선 돋보여
뉴욕서 인물화 그리던 쿠닝
두 번의 로마 여행서 강렬한 영감
이후 대담하고 실험적 추상화 도전
다양한 색채·자유로운 곡선 돋보여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태어나 20대 초반 미국에 정착한 빌럼 드 쿠닝의 이야기(1904~1997)다. 수식어는 또 있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가장 비싼 그림 2위(약 4474억원) 기록을 갖고 있는 20세기 최고가 기록의 화가라는 사실. 추상화로서는 드물게 피카소, 모네, 고갱 등의 그림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1960년 뉴욕으로 돌아온 그는 목가적 풍경에 심취했다. ‘나폴리의 나무, 빌라 보르게세, 강으로 가는 문’ 등 이탈리아의 특정 장소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그렇다. 이 전시는 드 쿠닝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1950년대 말부터 1980년대 말까지 30년을 집중 조명한다. 스스로를 수없이 재창조했던 위대한 화가에게 이탈리아는 어떤 존재였을까. 1960년에 그는 “나는 더 자유로워졌다. 내 모든 힘이 내 안에 있고, 그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日 안도가 만든 공간…中 쩡판즈, 8년간 완성한 걸작을 걸다
꼭 봐야할 전시 1순위 - 가깝고 먼/지금과 그때
![美 인물화 거장의 붓질을 바꾼 건…'두 번의 로마의 휴일'이었다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AA.36526401.1.jpg)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기간 곳곳에서 열리는 수십 개의 전시 가운데 꼭 봐야할 전시 1순위로 꼽히는 전시 중엔 쩡판즈의 ‘Near and Far/ Now and Then(가깝고 먼/지금과 그때)’가 있다. 16세기 베네치아에서 가장 오래된 수녀원으로 쓰이던 ‘스쿠올라 그란데 델라 미제리코디아’가 거대한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웅장한 기둥과 어두운 조명 사이로 빛나는 그의 작품들이 첫인상. 멀리서 보면 직물을 짜낸 ‘태피스트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눈을 의심하며 가까이 다가가면 물결치는듯 덧바르고 채색한 그만의 독창적인 기법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번 전시엔 구상적 표현을 반복해 추상을 재정의하려는 쩡판즈의 야심작들이 집약돼 있다. 그의 새로운 기법은 인상파 화가를 떠올리게 한다. 동양과 서양의 익숙한 도상들을 그만의 해석으로 만들어냈다. 모나리자, 인상파의 빛, 해골 도상 등이 그렇다. 기독교와 불교, 도교의 도상도 넘나든다. 하나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만 30가지 이상의 밝은 안료가 쓰였다. 습식 기법을 적극 활용해 전통적인 회화의 아름다움과 공예의 멋까지 동시에 구현했다.

쩡판즈와 안도가 조우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둘은 10년 전 쩡판즈가 안도에게 박물관을 설계해 달라고 먼저 제안하며 만났다. 이는 2016년 베이징 현대미술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Parcours’에서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는 캄캄한 수도원 채광창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가 그의 거대한 회화 사이를 오가는데, 환각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전시의 감동은 2층 전시장 맨 끝 ‘비밀의 방’에서 마무리된다. 수제 종이에 그린 작품은 기독교, 불교, 문인화 도상학을 야심차게 결합한 쩡판즈의 완전히 새로운 작품들이다. 송(960~1279)과 원(1260~1368)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흑백 수묵 산수화의 정점을 구현하는 동시에 청나라 초기 수묵 산수화의 모호함도 결합했다. 지난 20년간 중국 전통 회화의 철학을 서양의 추상과 사실주의에 자유롭게 결합해온 쩡판즈의 또 다른 전환기적 작품으로 해석된다. 그는 “내 그림은 종이와 흑연 등 회화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들이 큰 축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눈이다”며 “마지막 조각은 결국 관람객들이다”고 했다.
베네치아=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