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회장과 사진 찍는 인도 직원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인도 하리아주 구르가온의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차 제공
< 정 회장과 사진 찍는 인도 직원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인도 하리아주 구르가온의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신성장 벨트’의 생산 허브로 인도를 점찍었다. 이를 위해 현재 114만 대 수준인 인도 생산 규모를 내년까지 150만 대로 확대하는 동시에 주요 전기차 모델도 조기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데다 저렴한 인건비 등을 감안할 때 신흥국용 중저가 차량 생산기지로 삼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인도에 150만 대 생산 체제 구축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지난 23일 인도 하리아주 구르가온에 있는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을 찾아 현대차·기아 업무보고를 받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정 회장이 인도를 찾은 건 지난해 8월에 이어 8개월 만으로, 장재훈 현대차 사장 등 경영진도 함께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인도 시장에 특화한 전기차 개발은 물론 전기차 인프라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2030년까지 인도의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인도에 공을 들이는 첫 번째 이유는 14억 인구를 거느린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빠르게 늘면서 자동차 시장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인도의 지난해 승용차 시장 규모는 410만 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다. 인도 정부는 2030년 500만 대로 커질 승용차 시장의 3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재 114만 대인 인도 공장 생산 능력을 내년 하반기까지 150만 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마하라슈트라주에 20만 대 이상 규모의 신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아도 올해 상반기 현지 생산 능력을 지난해 38만6000대에서 43만1000대로 늘린다. 여기에 기존 공장도 증설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또 올 하반기 인도에서 처음 생산하는 전기차를 내놓고, 2030년까지 5개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기로 했다. 기존 목표 시점(2032년)을 2년 앞당긴 것이다. 현대차는 2030년 인도에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 세우는 등 관련 인프라도 구축하기로 했다.

○해외 첫 타운홀 미팅은 인도

정 회장은 이날 해외에선 처음으로 인도에서 타운홀 미팅도 열었다. 현대차 인도권역본부에서 일하는 직원 400여 명이 참석했다. 첸나이공장, 푸네공장 및 각 지역본부 직원 3000여 명은 온라인을 통해 정 회장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정 회장은 직원들에게 “다양성은 우리의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다양성을 조화롭게 융합시켜 창의성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과 관련해선 “인도의 우호적인 시장 여건과 현대차의 소형차에 대한 전문성 및 기술력이 시너지를 낸 덕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28년간 차량 824만 대를 판매했다. 2019년 인도에서 첫 판매를 시작한 기아도 연간 20만 대 이상을 팔고 있다. 올해 현대차·기아의 인도 판매 목표는 지난해보다 3.9% 늘어난 89만2000대다.

정 회장은 인도 미팅을 마친 뒤 싱가포르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시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지난해 싱가포르에 연 현대차 글로벌 혁신센터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개발(R&D)과 제조, 미래 모빌리티 테스트베드 등을 갖춘 시설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