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자산을 배분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이 1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최근 1년간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평균 10%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리자 연금계좌를 통해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수익률 상위권에 오른 TDF들은 주로 미국 증시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자산 배분을 통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투알아서TDF’ 수익률 1위

'텐·텐' 명중…퇴직연금 시장서 빛나는 TDF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TDF 상품 중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TDF알아서ETF포커스’였다. 2030(13.34%), 2035(14.31%), 2040(15.57%), 2045(17.15%) 등 주요 빈티지(TDF의 목표 은퇴 시점)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2050 TDF 중에서는 ‘마이다스기본TDF’가 18.22%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6.01%)을 약 7~12%포인트 앞섰다.

‘NH-아문디 하나로TDF’와 ‘KCGI 프리덤TDF’ ‘KB다이나믹TDF’ 등도 주요 빈티지에서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NH-아문디 하나로TDF는 최근 1년간 2035·2040 빈티지에서 각각 수익률 13.03%, 15.06%를 기록해 2위에 올랐다. 삼성자산운용은 TDF 시장 점유율이 18%로 미래에셋자산운용(3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수익률 10위권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TDF가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은 성장률이 높은 자산군 선별, 변동성을 줄이는 자산 배분 등에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각 자산의 장기 기대수익률, 상관관계 등을 분석하는 모델인 ‘장기자본시장가정’을 개발해 이에 맞는 ETF를 편입하는 패시브 전략을 취했다.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 전무는 “주식은 미국 성장주 ETF에 환노출로 투자하고 채권은 국내 채권을 편입한다”며 “이 두 자산군이 서로 상관관계가 작고 수익률 그래프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하위권 TDF들은 특정 테마 위주로 운용하거나 위험성이 작은 전략을 사용했다. ‘대신343 TDF 2035’는 1년 수익률이 1.62%에 불과했다. ‘TIGER 2차전지테마’ ‘HANARO Fn K-POP&미디어’ 등 테마형 ETF 등을 편입해 손실을 본 탓이다. 신영자산운용 TDF는 ‘로 리스크 로 리턴’ 구조로 수익률이 같은 기간 6~8%에 그쳤다.

○변동성 지표인 샤프지수 잘 살펴야

TDF 시장은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 도입 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날 기준 국내 전체 TDF 설정액은 9조3826억원으로 올 들어 8080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유입된 금액(3940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TDF는 가입자가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는 기존 연금상품과 달리 은퇴 시점을 정해주면 자동 자산 배분 프로그램이 자산별 비중을 조정해주기 때문에 바쁜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청년기에는 성장주와 고수익 채권 등에 자산을 집중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 배당주와 국채 비중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TDF를 잘 선택하기 위해서는 샤프지수(투자 위험 대비 수익률)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 투자 상품인 만큼 투자 시점이나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작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샤프지수가 높을수록 수익률 대비 변동성이 낮다는 의미다. 최근 1년간 샤프지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투자 TDF알아서ETF포커스의 샤프지수가 1.76에 달해 가장 높았다. 마이다스기본TDF와 KCGI 프리덤TDF는 각각 1.53, 1.27이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