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로 결혼했는데 대기업 다닌다고 못받아?"…신혼부부 혜택 확 늘어난다
작년만 해도 맞벌이 신혼부부가 각자 450만원 이상 벌면(부부 합산 1억원 이상)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많지 않았다. 청년 때 공공분양 특별공급 소득 기준만 봐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40%(1인가구 기준 487만원)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신혼부부가 되면 둘이 합쳐 758만원으로 기준이 빡빡해진다.

비싼 집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을 못해서 전세로 살자니 혜택을 받을 길은 더 요원해졌다. 금리가 낮은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의 소득 요건은 6000만원으로 낮다. 임대료가 저렴한 청년안심주택으로 가자니 소득요건(140%)이 걸림돌이다. "신혼부부가 되느니 미혼으로 남아 청년 혜택을 받겠다"고 식만 올린 신혼부부가 많았던 이유다.

'그림의 떡' 신혼부부 지원 대전환

'저소득 신혼부부만 지원해야 할까, 아니면 모든 신혼부부를 밀어줘야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초 발표한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기준 완화'를 계기로 신혼부부 관련 혜택 소득 기준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정부와 서울시에서 나오고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지난해 이후 출생아를 둔 가정에 최저 연 1.6% 금리(전세는 1.1%)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 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부부 합산 연 소득 기준 1억3000만원을 놓고 '어렵게 맞벌이하는 사람은 차별하는 거냐'는 불만이 많았다. 이번에 기준을 2억원으로 올리기로 하면서 신생아를 갖고 있는 거의 모든 신혼부부가 수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외벽에 걸린 버팀목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안내문. /뉴스1
서울 시내 한 은행의 외벽에 걸린 버팀목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안내문. /뉴스1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소득 기준은 작년 10월 60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상향하더니 이번에 다시 7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1억원이면 2022년 기준으로 전체 신혼부부의 63.5%가 버팀목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저소득층 지원보다는 저출산에 정책 초점이 좀 더 맞춘 결과다. 기존의 낮은 신혼부부 소득 기준도 올려야하는 것 아니냔 목소리가 관가 안팎에서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전세이자 지원' 기준도 완화

여전히 연 소득 기준이 낮은 신혼부부 지원사업 중 하나가 서울시의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이다. 연 소득 9700만원 이하 신혼부부에게 3억원 한도로 대출금리 일부를 대신 부담하는 사업이다. 연 소득에 따라 최저 0.9%포인트에서 최고 3%포인트를 최장 10년간 대신 내준다.

기준금리인 신잔액기준 코픽스(COFIX)에 1.6%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정하고, 거기서 이자 지원을 빼면 신혼부부가 실제 부담하는 금리가 나온다. 지난 15일 신잔액기준 COFIX가 3.19%였으므로 가산금리 1.6%포인트를 더한 4.79%가 대출금리다. 여기에 0.9~3%포인트를 뺀 1.79~3.89%가 실제 부담하는 금리다.

인기가 많아 서울시가 총 990억원을 들여 3만명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득 기준 완화를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보장협의회에서 논의 중"이라며 "1억3000만원이냐, 아니면 새로 제시된 기준(신생아특례대출)이냐 등으로 의견이 갈려 협의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딤돌 대출도 아직 신혼부부 소득 기준이 8500만원으로 남아있다. 대출승인일 기준 담보평가액이 5억원 이하인 전용 85㎡ 이하 주택 구입 때 2억5000만원까지 대출금리를 0.2%포인트 낮춰주는 제도다.

맞벌이 부부 합산 기준은 140→200%로 껑충

정부의 정책 행보를 보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기준소득'도 대폭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25일 시행된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공주택 특별공급 추첨제 물량에서 맞벌이 부부의 합산 연 소득 기준은 기존 140%(약 1억2000만원)에서 200%(약 1억6000만원)로 크게 확대됐다. 기준소득 100%인 신혼부부가 단순 합산만 해도 200%인데 140%를 적용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아직 140% 이하에 머무르는 신혼부부 관련 혜택이 많다. 가령 주변 임대료 시세의 60~80%로 공급하는 행복주택(전용 30~45㎡)은 아직 월평균 소득 기준이 120% 이하다. 신혼부부는 기본 2년에 최장 6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다. 서울에서 임대료 시세의 30~70%로 제공하는 청년안심주택은 월평균 소득 140% 이하여야 신혼부부로 청약을 넣을 수 있다.

이번에 새로 공공분양에 도입된 신생아 특별공급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50%까지 확실하게 우선권이 주어지는 구조다. 맞벌이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20%에 물량의 70%가 우선 공급된다. 기준 소득의 150%는 그 다음 물량인 20%가 배정된다. 나머지 10% 물량만 놓고 150%를 초과하는 고소득자가 추첨제로 경쟁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