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원 연구인력 고작 4명…보수정당 30년 싱크탱크의 '민낯'
‘지원 부서보다 적은 연구인력’ ‘경제 전공자 한 명 없는 연구진’.

26일 대외에 공개된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여연)의 민낯이다. 이날 여연 노동조합은 연구원의 운영 실태와 홍영림 여연 원장(사진)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내놨다.

입장문에서 노조는 “탄핵으로 쪼그라든 야당 시절에도 최소 10명 정도이던 정책 연구진이 4명으로 줄었다”며 “싱크탱크라고 하기에 초라한 수준”이라고 고발했다. 행정부서 인원은 5명으로 연구진보다 많다.

연구진의 질적 하락도 문제다. 박사학위 소지자는 한 명뿐이며, 경제학 전공자는 아무도 없다. 노조는 “유일하게 있던 경제 전공자는 홍 원장의 갑질로 해고에 준하는 보복 조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객원 연구원 한 명도 홍 원장의 구두 약속 번복으로 계약 연장에 실패해 연구원을 나갔다고 했다.

부족한 자원은 단기 현안 연구에 소모되며 중장기 연구는 하지 못한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배석하는 여연 원장이 지도부의 눈에 들기 위해 당 대표가 신경 쓰는 단기 현안만 살핀다는 것이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홍 원장이 올초 취임 후 한 번도 직원 전체회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총선 패배 이후 당 안팎에서도 여연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수도권에 출마했던 한 낙선자는 “각 지역구 선거 판세와 관련된 분석 보고서를 여연이 넘겨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한 의원은 “여연 원장이 6개월이 멀다하고 바뀌다 보니 업무에 연속성이 없고, 연구원의 역량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며 “득표율을 넘어 투표율까지 맞추는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연구원과 비교하면 선거에서 역할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 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오기 전부터 여연의 정책 기능은 약화했고,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인력을 보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며 “직원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임명된 지 3개월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누구를 자르고 하냐”고 반박했다.

이어 “여연 자료를 공유하는 건 당 사무처의 업무”라며 “연구 인력은 14명으로 4명에 불과하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1995년 민주자유당 시절 한국 최초의 정당 정책 연구원으로 설립된 여연은 당명이 수차례 바뀌는 동안에도 명맥을 유지하며 보수정당을 대표하는 싱크탱크로 인정받아 왔다. 여연 사정에 대해 내부 고발이 공개적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경목/박주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