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케라스 인근 석탄 화력발전소 앞에서 풍력발전기가 운영되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독일 자케라스 인근 석탄 화력발전소 앞에서 풍력발전기가 운영되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발전소의 탄소배출량 규제안을 발표했다. 배출량 감축 방안으로 저탄소수소(그린수소)를 삭제하고 탄소포집저장(CCS)를 권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 환경보호청(EPA)는 25일(현지시간) "기존의 석탄화력발전소와 신규 천연가스화력발전소는 2039년까지 탄소배출량의 90%를 감축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규칙에 따르면 기존 석탄발전소는 2039년 이후에도 가동되기 위해서는 2032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축을 시작해 2039년까지 오염 물질의 90%를 감축해야 한다. 당초 제안됐던 시한보다 1년을 더 단축했다.

신규 가스화력발전소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제안을 들고 나왔다. 석탄발전소와 마찬가지로 2032년부터 탄소배출 감축을 시작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다. 특히 신규 가스발전소에 대한 EPA의 용량 기준을 하향 조정해 규제 범위를 대폭 넓혔다. 기존에는 더 큰 용량의 발전소만이 규제의 대상이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더 작은 용량의 가스발전소도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기존에 이미 가동 중인 가스발전소에 관한 규정은 제외했다.

EPA는 이번 규제안으로 2047년까지 13.8억메트릭톤(1메트릭톤=1000㎏)의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들은 "(시한 단축으로) 전체적인 규제가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 전력망에서 가장 큰 발전원인 기존 가스발전소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배출량 감축 규모는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석탄화력과 천연가스화력을 차등하는 규제안을 마련해 화석연료 업계와 기후환경운동가들의 사이에서 절충안을 모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PA는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첫 번째 전력(발전) 부문의 탄소배출량 규제안(클린 파워 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EPA의 월권 행위"라며 해당 규칙을 폐기했고, 이번에 내놓은 규칙은 이를 의식해 수위를 낮췄다는 분석이다.

EPA는 발전소들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저탄소 수소(그린수소)' 대신 '탄소포집저장(CCS)' 기술만 권장했다. 그린수소를 제조하기 위한 전해조 설비를 설치하는 데 드는 투자 비용이 비싸다는 화석연료 업계의 반발을 감안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천연가스 개질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만드는 블루수소를 청정수소로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석탄발전소는 미국 발전원의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력 공급량의 약 20%를 담당한 신재생에너지에 추월당했다. 가스발전은 43%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PA가 이후 계획에서 기존 가스발전소의 오염 관련 규정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11월 대선 전) 남은 몇 달 사이에 발표될 지 시기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