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이탈리아 북부 도시 우디네에 정우성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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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우디네극동영화제
지난 4월 24일 이탈리아 우디네에서는 제26회 우디네극동영화제의 개막식이 열렸다. 올해는 한·중·일을 포함한 12개국의 아시아 국가에서 출품된 79편의 장편영화가 상영된다.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우디네극동영화제는 국내 관객들에겐 생소하지만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영화제가 생긴 초기부터 한국 영화와 영화인들을 초청해왔고 꾸준히 한국 영화를 유럽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영화제의 위원장인 사브리나 바라체티는 매년 부산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 국제영화제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한국 영화인들과의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한국 영화 섹션은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다. 영화제는 한국 고전영화와 개막이 있는 4월을 기준으로 그 전년도부터 4월 전까지 상영했던 한국 상업영화, 독립영화 그리고 미개봉 작품들을 상영한다. 올해는 <비공식작전> (김성훈, 2023), <파묘> (장재현, 2024), <서울의 봄> (김성수, 2023), <시민덕희> (박영주, 2023), <밀수> (류승완, 2023) 를 포함한 상업 장편영화들과 <미망> (김태양, 2023), <301호 모텔 살인사건> (연제광, 2023) 등의 독립영화, 그리고 아직 국내 미개봉작인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이 프리미어로 상영됨으로써 영화제에서는 단일 국가로 가장 많은 편수인 총 11편이 관객을 만난다.
또한 올해 우디네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의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신상옥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최은희가 주연한 <지옥화>(1958)를 포함, 1950년대에 개봉한 한국 고전영화 7편의 디지털 복원판이 우디네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50/50 한국 고전영화 패키지'라고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영상자료원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한국 고전영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복원된 1950년대 한국 영화들로 구성한 상영 프로그램으로, 외국인 관객을 위한 영어 자막이 추가되었다. 영상자료원과의 콜라보레이션 상영작은 <지옥화>를 비롯해 6·25 전쟁 중 제작한 영화로는 유일하게 전체 분량이 현존하는 전창근 감독의 <낙동강>(1952), 반공 휴머니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1955),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인 박남옥 감독의 <미망인>(1955) 등이다.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1956), 전후 한국 사회의 모더니즘을 한 여성을 통해 재현한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1956), 그리고 1950년대 전원의 삶을 그린 김소동 감독의 <돈>(1958) 등도 상영작에 포함됐다. (50/50 영상자료원 행사와 관련해서는 자료원 원장인 김홍준 감독의 현지 인터뷰를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이명세 감독의 회고전으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지독한 사랑> 역시 이탈리아의 관객을 만난다. 스케일로 고려했을 때 우디네극동영화제는 작은 영화제지만 분명 내실 있는 프로그램과 게스트 리스트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영화제다. 한국의 관점에서는 가장 충실하고 꾸준히 한국 영화와 영화인들을 소개하고 있는 고마운 영화제이기도 하다. 특히 영화제는 한국의 영화제들에서도 보기 드문, 과감한 프로그램과 토크 이벤트를 열어 해외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 내기도 한다. 작년 같은 경우 장선우 감독의 회고전을 통해 컬트 영화이자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큰 이슈를 일으켰던 문제작, <거짓말>의 무삭제판을 공개했다. 상영 후에는 장선우 감독과 신철 제작자를 초대해 당시의 한국 영화 산업과 표현의 자유를 이슈를 주제로 관객들과 긴 토론을 나누어 한국 영화사의 일부분을 공유했다.
올해 우디네극동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한국의 블록버스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과 이 작품들의 감독들이 대거 게스트로 참여해 이탈리아의 관객들을 직접 만난다는 것이다. 최동훈 감독 (외계인), 김성훈 감독 (비공식작전), 김성수 감독 (서울의 봄), 허진호 감독 (보통의 가족), 박영주 감독 (시민덕희), 장재현 감독 (파묘) 등 상영되는 작품의 거의 모든 감독들이 영화제에서 열리는 토크 프로그램과 Q&A에 참여할 예정이다. 24일에 열린 개막식에서는 감독들과 정우성 배우가 참여했고, 현지 관객들에게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과연 해외에서의 한국 영화의 지위와 관심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세계의 3대 메이저 – 칸, 베를린, 베니스 – 영화제를 필두로 지구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영화제들이 존재하지만, 영화제가 한국과 한국 영화인들에게 보내는 사랑과 관심을 고려하면 우디네극동영화제는 단연 1위에 꼽힐 것이다. 올해 26번째 생일을 맞는 이 사랑스러운 영화제에 이제는 한국 관객들이 관심과 응원을 돌려줄 때다.
우디네=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또한 올해 우디네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의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신상옥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최은희가 주연한 <지옥화>(1958)를 포함, 1950년대에 개봉한 한국 고전영화 7편의 디지털 복원판이 우디네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50/50 한국 고전영화 패키지'라고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영상자료원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한국 고전영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복원된 1950년대 한국 영화들로 구성한 상영 프로그램으로, 외국인 관객을 위한 영어 자막이 추가되었다. 영상자료원과의 콜라보레이션 상영작은 <지옥화>를 비롯해 6·25 전쟁 중 제작한 영화로는 유일하게 전체 분량이 현존하는 전창근 감독의 <낙동강>(1952), 반공 휴머니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1955),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인 박남옥 감독의 <미망인>(1955) 등이다.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1956), 전후 한국 사회의 모더니즘을 한 여성을 통해 재현한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1956), 그리고 1950년대 전원의 삶을 그린 김소동 감독의 <돈>(1958) 등도 상영작에 포함됐다. (50/50 영상자료원 행사와 관련해서는 자료원 원장인 김홍준 감독의 현지 인터뷰를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이명세 감독의 회고전으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지독한 사랑> 역시 이탈리아의 관객을 만난다. 스케일로 고려했을 때 우디네극동영화제는 작은 영화제지만 분명 내실 있는 프로그램과 게스트 리스트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영화제다. 한국의 관점에서는 가장 충실하고 꾸준히 한국 영화와 영화인들을 소개하고 있는 고마운 영화제이기도 하다. 특히 영화제는 한국의 영화제들에서도 보기 드문, 과감한 프로그램과 토크 이벤트를 열어 해외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 내기도 한다. 작년 같은 경우 장선우 감독의 회고전을 통해 컬트 영화이자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큰 이슈를 일으켰던 문제작, <거짓말>의 무삭제판을 공개했다. 상영 후에는 장선우 감독과 신철 제작자를 초대해 당시의 한국 영화 산업과 표현의 자유를 이슈를 주제로 관객들과 긴 토론을 나누어 한국 영화사의 일부분을 공유했다.
올해 우디네극동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한국의 블록버스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과 이 작품들의 감독들이 대거 게스트로 참여해 이탈리아의 관객들을 직접 만난다는 것이다. 최동훈 감독 (외계인), 김성훈 감독 (비공식작전), 김성수 감독 (서울의 봄), 허진호 감독 (보통의 가족), 박영주 감독 (시민덕희), 장재현 감독 (파묘) 등 상영되는 작품의 거의 모든 감독들이 영화제에서 열리는 토크 프로그램과 Q&A에 참여할 예정이다. 24일에 열린 개막식에서는 감독들과 정우성 배우가 참여했고, 현지 관객들에게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과연 해외에서의 한국 영화의 지위와 관심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세계의 3대 메이저 – 칸, 베를린, 베니스 – 영화제를 필두로 지구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영화제들이 존재하지만, 영화제가 한국과 한국 영화인들에게 보내는 사랑과 관심을 고려하면 우디네극동영화제는 단연 1위에 꼽힐 것이다. 올해 26번째 생일을 맞는 이 사랑스러운 영화제에 이제는 한국 관객들이 관심과 응원을 돌려줄 때다.
우디네=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