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회의 불려나갔다…'국민 메신저' 때린 日, 무슨 일?
일본 국민 메신저로 성장한 라인이 이번엔 집권당인 자민당 회의 자리에 불려나갔다. 자민당 측은 이 자리에서 라인야후 임원에게 라인 계정을 이용한 유명인 사칭 사기 문제를 따져 물었다.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인 소프트뱅크의 라인야후 지분을 늘리도록 행정지도 한 데 이어 집권당이 또 다른 사안을 들고 나와 라인야후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일본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일본 자민당 디지털사회추진본부는 지난 25일 회의를 열어 라인야후 임원을 불러내 유명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칭 사기 대책에 관한 설명을 요구했다.

본부장을 맡은 히라이 타쿠야 자민당 의원은 "가짜 광고를 제외하는 기술이 일부 구현돼 있는데도 상황이 변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사회추진본부는 유명인을 사칭한 라인 계정으로 현금을 갈취하는 사기 수법이 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라인야후에 대책이 있는지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라인야후 세노 마사히토 상임원은 "(라인을 이용해) 사기 범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범죄 피해의 척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을 소프트뱅크가 더 많이 확보하도록 개입하고 자민당이 SNS 사칭 사기 문제로 재차 압박에 나선 만큼 불똥이 어떻게 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라인 사용자 등의 개인정보 50만건이 유출된 이후 운영사인 라인야후를 압박하고 있다. 당시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업무를 위탁한 회사 직원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네이버와 시스템 일부를 공유하는 라인야후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총무성은 이에 3개월에 한 번씩 정보 유출 방지 대책의 시행 상황을 보고받기로 했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총무상은 지난 2일 각의(국무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총무성은 지난달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 등 경영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는 A홀딩스다.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은 64.5%다.

같은 날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 주식을 사들이려는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가 50%씩 지분을 보유한 상황에서 소프트뱅크가 이를 추가 매입하면 네이버는 경영권을 내주게 된다.

라인야후는 지난 1일 재발 방지책을 제출했다. 여기에는 내후년 12월까지 네이버와 네트워크를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무성은 내용이 불충분하다고 보고 지난 16일 또 다시 행정지도를 실시했다. 네트워크 분리 조치를 더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자본관계에 대해서는 모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가 조속히 검토를 진행하도록 요구했다.

라인야후는 "행정지도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지난 1일 제출한 보고서의 대처를 더 가속화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다만 자본관계 재검토와 관련해서는 행정지도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네이버가 어떤 입장과 계획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한국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네이버가 일본 이용자 정보를 불법 활용한 것도 아닌데 정보를 악용한 적대국의 기업에게나 적용할 법한 과도한 조치로 압박에 나서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외교적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