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민희진 어도어 대표/사진 = 하이브-텐아시아 사진DB
하이브-민희진 어도어 대표/사진 = 하이브-텐아시아 사진DB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공방이 연이어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공인회계사의 입장에서 눈여겨보게 된 것은 민 대표가 매수한 어도어 주식의 거래가액이었습니다. 민 대표는 하이브 자회사의 임원이기 때문에 거래가액의 적정성 여부는 과세당국에서도 주의깊게 살펴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어도어는 2021년 11월 쏘스뮤직 레이블사업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된 법인입니다. 하이브가 어도어에 출자한 금액만 약 215억원으로 주당 가액은 약 6693원(발행주식 322만주)입니다. 하이브는 이러한 어도어 지분의 18%(57만3160주)를 지난해 민 대표에게 주당 1988원 수준으로 매각하게 됩니다. 당시 민 대표는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순하게만 보면 민 대표에게 헐값에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브로서는 손해를 보는 거래이지만 그만큼 뉴진스라는 브랜드가치를 만들어낸 민 대표를 신뢰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이브는 무려 자산총액 5조원 상당의 기업이자 다수의 이해관계자로 구성되어 있는 주권상장법인입니다. 제아무리 큰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하이브는 어떻게 이런 통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요? 현행 세법 규정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현행 세법은 거래 당사자 간 적정한 가격으로 거래되었는지 여부를 살필 때, '시가'라는 개념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시가에는 해당 재산의 매매·수용·공매· 감정가액이 포함되며 그러한 시가가 없는 경우,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한 평가액을 시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의 지분거래 전 까지 어도어 발행지분의 100%를 갖고 있었기에 세법에서 규정하는 매매·수용·공매·감정가액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한 평가액이 어도어 주식의 세법상 시가가 되는 것 입니다.

현행 세법은 어도어와 같은 비상장주식의 경우 평가일 현재의 순자산가치와 과거 3년 간의 순손익가치를 가중평균한 가액을 보충적 평가액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현행 세법이 설립 3년 미만의 법인은 순자산가치로만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어도어의 경우 2021년 설립된 법인이기에 민 대표와의 거래 시 어도어의 순자산가치만을 시가로 보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도어의 2022년 말 기준 순자산은 약 121억원으로 확인됩니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어도어 지분을 뉴진스의 잠재가치 대비 저렴한 가액으로 매각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주당 1987원이란 가액은 하이브가 민 대표에 표현한 신뢰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표면에 보이지 않는 세법상 리스크까지 검토해 산정된 거래가액인 것이죠.

얼마전 특정 증권사는 리포트를 통해 어도어의 기업가치를 2조원까지 추정한 바 있습니다. 미래 현금흐름을 기초로 하여 가치를 측정하는 방식과 상증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은 이처럼 △미래에 중점을 두느냐 △과거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상이한 기업가치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현행 세법이 갖고 있는 묘미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태준 우리회계법인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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