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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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과정에서 무면허 과속 운전을 하다 사고로 사망을 지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범죄행위라 해도 사고 발생 경위 등을 봤을 때 반사회성이 크지 않다면 산재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최수진)는 사망한 근로자 A씨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지난 19일 유족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근로자 A씨는 2022년 10월 24일 오후 퇴근길에 오토바이를 주행하던 중 시속 약 60km 로 진행하는 차량을 추월하려 속도를 내다가 80m 앞에서 서행 중이던 대형 사료 운반 트럭을 추돌해 사망했다.

A씨의 자녀들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A씨가 무면허인 점 △추월하려 시속 60km 이상 과속 주행한 점 △평소 도로주행 습관이 거칠었다는 회사 동료의 진술 등을 근거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을 했다.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유족이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유족은 “오토바이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농어촌 지역에서 이동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A의 집에서 회사까지는 출퇴근에 이용할 만한 대중교통이 없다”며 “회사도 A가 수년 간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을 용인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면허 상태로 오토바이를 타고 통근한 행위가 산재보험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될 정도로 그 위법의 정도나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사료 운반차량 운전자에게도 비상등을 켜지 않고 시속 20km로 서행운전한 잘못이 있다며 “해당 사고는 정상적으로 추월하는 과정에서 사료 운반 차량 운전자의 안전조치 미이행이 경합해 발생한 것으로 A의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A가 수행하던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라고 봄이 타당하다”라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과속운전의 도로교통법상 법정형은 20만 원 이하의 벌금인 점 등에 비춰보면 산재보험급여를 부정할 필요까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에게 일어난 사고는) 평소 운전업무에 종사하면 도로 여건이나 교통 상황 등과 결합해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업무 자체에 내재된 전형적인 위험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또 “산재보험은 업무에 수반한 불의의 재난에 대비하고 피해자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이라며 “외형상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해도 보험급여를 박탈할 정도의 불법적이고 사회적으로 비난할 만한 과실행위나 반사회성이 있는 경우 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민경진/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