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틸슨 토머스는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을 잇는 미국의 대표 마에스트로다. 창의적인 해석력과 탁월한 언변, 따뜻한 인품까지 두루 갖춰 반세기 넘도록 많은 이의 존경을 받았다.일찍이 피아노에 재능을 보인 그는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피아노와 지휘, 작곡을 배웠다. 커리어 초기 버펄로 필하모닉 수석객원지휘자로 일하며 번스타인의 주목을 받았다. 번스타인은 ‘젊은 지휘자 프로그램’에 틸슨 토머스를 참여하게 했고 뉴욕필하모닉 무대에 대타로 세웠다. 틸슨 토머스는 이후 LA필하모닉, 런던심포니 등을 거쳤으며 대학원생 음악가로 구성된 ‘뉴 월드 심포니’를 설립(1987년)했다.그는 1995~2020년 샌프란시스코심포니 오케스트라(SFO) 음악감독을 맡으며 악단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냈다. 이때 그가 제작한 방송 ‘키핑 스코어’는 클래식 대중화에 한 획을 그었다.그는 120여 개 음반을 작업했으며 그래미상을 12번 수상했다. 2021년 뇌암 수술을 받았으며 투병 생활 끝에 포디움으로 복귀하는 투혼을 보여줬다.최다은 기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는 10월 스물아홉 번째 막을 올린다. 30여 년 전 ‘문화 불모지’로 취급받던 부산이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시발점이 된 권위 있는 축제지만 지난해 성추문과 인사 잡음 등 난맥상이 드러나며 신음했다. ‘아홉수’의 BIFF는 강력한 쇄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영화제 포문을 여는 영화 ‘전, 란’이 변화의 시작이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공동경비구역 JSA’로 대종상 미술상을 받은 김상만 감독이 연출한 사극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될 작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중성’에 방점 찍은 BIFF제29회 BIFF는 10월 2~11일 열흘간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63개국 영화 224편이 상영된다. 지난해보다 15편 늘어난 규모로, 관객 참여형 행사인 ‘커뮤니티 비프’까지 합치면 총 279편이 관객과 만난다.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고른 결정이 흥미롭다. 해외 유수 영화제들이 OTT 작품 초청 비중을 높이고 있긴 해도 극장에 걸리지 않는 작품을 개막작으로 낙점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BIFF는 대중성을 전면에 내세운 결과라고 설명한다.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관객이 얼마나 즐길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며 “‘전, 란’은 역대 개막작 중에서도 대중에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관객 친화적 영화제라는 정체성은 다른 초청작에서도 드러난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의 다큐멘터리인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가 오픈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야외 극장에서 상영되는 게
그의 작품은 단순하다. 창호지를 붙인 한옥 문짝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는 게 전부인 것 같은 작품도 있다. 단순한 그림으로 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 이교준. 이 작가는 “가장 단순한 것이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한국 2세대 기하추상회화 작가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1955년생인 이 작가가 단순하고 고요한 작품에 매력을 느낀 것은 20여 년 전이다. 스무 살 무렵 실험적 설치 작업으로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가 1990년대 들어 회화와 재료를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알루미늄, 금속판, 납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평면 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도형과 점, 선, 면 등 기하학적 요소를 바탕으로 한 평면 작업에 몰두했다.그러다 2000년대 이교준은 ‘덜어냄의 미학’을 깨닫는다. 최소한의 형태와 구성, 색채만으로 회화의 본질을 표현할 수 있다는 신념을 품으면서다. 그는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에서 개인전 ‘비욘드 더 캔버스’를 열고 있다.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도 모두 단순하고 깔끔하다. ‘단순함이 모든 것을 담는다’는 그는 그림을 통해 정보의 늪에서 부유하는 현대인에게 덜어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인공지능(AI) 등 점점 더 빠르고 새로운 것만 찾는 현대 미술계를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하다.그가 평면에 선을 그려 넣는 데는 ‘수행자 정신’이 바탕이 됐다. 평면을 분할하며 ‘본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때문이다. 그는 선과 면을 나누며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다시 생각하고 고찰하는 등 수행자와 같은 시간을 보낸다.피비갤러리 개인전은 오는 28일까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