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이 크리스에프앤씨 KL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이정민이 크리스에프앤씨 KL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공에서 핀까지의 거리는 14m. 이정민(32)이 긴 거리에서 시도한 버디퍼트가 홀 한 뼘 옆에 붙었다. 내내 차분한 표정으로 경기하던 이정민의 얼굴에 그제야 작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가벼운 스트로크로 공을 홀 안에 넣은 뒤 이정민이 왼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15년 차 만에 거둔 첫 번째 메이저 우승, 투어 통산 11번째 우승의 순간이었다.

이정민이 28일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리스에프앤씨 KLPGA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날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CC(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로 6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했다. 2위 전예성(23)을 4타 차로 제치며 우승상금 2억3400만원의 주인이 됐다.

이정민은 한국 여자골프의 ‘원조 아이언 퀸’이다. 2010년 투어에 데뷔해 172㎝의 큰 키에서 나오는 장타에 송곳 같은 아이언으로 한국 여자골프의 강자로 떠올랐다. 전성기 시절,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2, 3번 아이언을 캐디백에 넣고 다녔을 정도로 아이언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2016년 우승 이후 잠시 부진을 겪었지만 2021년부터 매 시즌 1승씩 추가하며 ‘베테랑의 뒷심’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 이정민은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에 홀인원까지 기록하며 파란을 예고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시작부터 버디쇼를 펼치며 전날 기록한 10언더파가 행운이 아님을 증명했다. 경쟁자인 방신실(20)이 타수를 좀처럼 줄이지 못하는 가운데 이정민은 자신의 장기인 송곳 아이언을 앞세워 전반 9개 홀 동안 6타를 줄이며 훌쩍 달아났다. 그의 최종스코어 23언더파 265타는 KLPGA투어 역대 최소 스트로크 우승 타이기록이다.

이정민은 “예전에는 메이저대회 역시 30개 대회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메이저라는 타이틀이 주는 기쁨은 확실히 다르다”며 환하게 웃었다. 올해로 투어 15년 차인 그는 “다른 선수를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앞으로도 제가 원하는 골프, 원하는 샷을 치는 것에 집중하며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양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