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스드메의 돈단속'
결혼식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1년 넘게 결혼식을 준비하며 품을 많이 들였다. 힘들기보다는 보람찼다. 그러나 유독 불쾌하고 화나는 때가 있었다. 이런 감정은 소위 ‘스드메’(스튜디오 촬영·웨딩드레스 대여·신랑 신부 메이크업)로 대표되는 웨딩업계 문화로부터 기인했다. “인생의 한 번뿐인 좋은 날이다.” 이 말은 너무도 강력했다. 신랑에게 신부의 웨딩드레스 업그레이드를 제안할 때, 신부에게 신랑의 맞춤 예복을 권할 때, 신랑 신부에게 혼주 예복을 제안할 때 나오는 말이다. 때로는 ‘내 결혼식을, 신랑을, 부모님을 인질로 잡는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웨딩업계에서 소비자는 최약체, 갑을병정 중에서 ‘정’ 정도에 해당한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왜 수많은 커플이 결혼한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을까?

이런 현상이 생긴 주된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드레스 업체 대부분은 드레스별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 유입 경로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온라인 마켓의 수많은 상품을 보면 같은 상품이 서로 다른 가격과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가 가격을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다. 온라인에 없는 매물도 있어 가격 명기가 어렵다고?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방문하면 온라인에 등재되지 않은 매물을 보여주곤 한다. 하지만 온라인에 올라온 매물 가격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공개된 매물을 토대로 시세를 판단할 수 있다.

드레스 업체는 어떤가? 공식 홈페이지에 가격 표시가 없는 건 기본이다. 대다수 웨딩업체가 업체와 소비자 간 1 대 1 거래보다 플래너를 통한 제휴 계약 가격을 더 저렴하게 책정한다. 그런데 플래너 업체조차 드레스 가격을 개별 공개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스드메 패키지 가격만 확인할 수 있다. 각 업체의 시작가가 공개된다고 가정하자. 온갖 명분으로 추가금이 붙기 때문에 드레스는 부르는 게 값이다. 누가 어떤 드레스를, 언제, 얼마에 대여했는지 등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웨딩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개선 속도가 느린 이유는 무엇일까. 업체로서는 한 번 보고 떠나보낼 고객이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고객의 충성도를 얻어 크게 득 볼 게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는 기회를 빌미로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내려고 할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분은 조금 나빠도 결혼식을 마치면 끝이다.

내년부터 웨딩서비스 가격 표시제가 도입된다고 한다. 수많은 추가금과 불합리한 조항을 뚫고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기혼자가 된 후에도 쭉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