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난 1분기 수출액이 일본의 97% 수준을 넘어서면서 세계 5위 수출국 자리를 놓고 양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8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강은구 기자
한국의 지난 1분기 수출액이 일본의 97% 수준을 넘어서면서 세계 5위 수출국 자리를 놓고 양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8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강은구 기자
2022년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4조2320억달러였다. 같은 기간 한국(1조6740억달러)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경제 규모가 40%에 불과한 한국의 수출이 올해 1분기 일본을 3% 이내로 추격할 수 있었던 원인을 통상 전문가들은 주력 수출 품목의 차이에서 찾았다. 일본이 자동차라는 강력하지만 하나뿐인 엔진으로 수출시장에서 승부한다면 한국은 반도체에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까지 4개 엔진으로 경쟁한다는 것이다.
'車 원톱'에 기댄 日…韓 '반도체+차·화·정' 앞세워 수출 맹추격

반도체에 차화정 가세한 韓 수출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은 자동차산업이 좌우한다. 지난해 일본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7.1%에 달했다. 두 번째 수출 품목인 반도체·전자부품의 비중은 5.4%에 불과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소니 워크맨이 세계를 제패하던 1980~1990년대에는 일본도 자동차와 전자의 쌍발엔진을 보유했다. 하지만 반도체와 전자 시장 주도권을 한국에 내준 이후 일본의 수출은 ‘자동차 1강’ 구도로 변했다.

한국은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15.6%를 차지하지만 자동차 비중도 11.2%에 달한다. 일반기계(8.5%) 석유제품(8.2%) 석유화학(7.2%)까지 포함하면 수출 비중이 10% 안팎인 품목이 다섯 개다. 주력 품목 하나가 부진해도 나머지 수출품으로 보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했던 지난해에는 자동차가 한국의 수출을 지탱했다. 올해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1분기 양국 간 수출 격차가 3% 이내로 좁혀졌다.

일본의 수출은 2011년 역대 최대 규모인 8232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20년 넘게 7000억달러 안팎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에 신음하는 동안 수출은 ‘잃어버린 20년’에 빠진 것이다.

주요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한 데 따른 산업공동화도 일본의 수출이 좀처럼 7000억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일본 기업들은 생산시설을 대거 해외로 옮겼다. 오늘날 일본 기업 생산의 20% 이상이 해외에서 이뤄진다는 통계도 있다.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한 물량은 수출로 잡히지 않는다.

진검승부는 2분기부터

올 들어 한·일 수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 1월 한국의 수출은 548억달러로 501억달러에 그친 일본을 47억달러 앞섰다. 일본 대형 제조업체들이 1월 초순까지 신정 연휴로 휴업하기 때문에 1월 수출이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큰 격차였다. 지난해만 해도 한국의 수출은 1월부터 일본보다 34억달러 뒤졌다.

한국 수출업체들이 설 연휴로 휴업하는 2월 한·일 수출은 각각 524억달러와 551억달러로 일본의 근소한 우위였다. 하지만 1~2월 누적 실적은 한국이 1072억달러로, 1052억달러인 일본을 여전히 20억달러 앞섰다. 3월 한국의 수출은 566억달러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이 63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하면서 누적 실적이 근소하게 뒤집히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2분기부터가 진짜 승부라고 입을 모은다. 두 나라의 수출이 연말로 갈수록 늘어나는 흐름을 보여서다. 한국은 반도체가 살아나고, 일본은 역사적인 ‘엔저(低)’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교수는 “한국이 올해 수출 7000억달러 목표를 달성하면 일본을 앞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한신/정영효/이슬기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