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컬AI로 전문영역 공략…빅테크 맞서 독자 입지 구축"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장악한 인공지능(AI) 시장에서 독일 스타트업 딥엘은 독자적 입지를 다진 AI 번역 업체로 꼽힌다. 야렉 쿠틸로브스키 딥엘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버티컬 AI가 생존하기 위해선 실패할 위험성이 있더라도 주저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딥엘은 이날 생성형 AI를 활용한 작문 솔루션인 ‘딥엘 라이트 프로’를 공개했다. 그는 이 솔루션을 국내에 공급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아직 시장에서 이렇다 할 경쟁 제품이 없을 정도로 기능이 새롭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인 딥엘 라이트 프로는 이용자가 쓴 문장을 더 좋은 표현으로 바꿔준다. 사업·학술·단순·일상 등 4개 문체와 친근·외교·신뢰·열정 등 4개 어조를 제공한다. 현재는 영어와 독일어만 적용 가능하지만 한국어 지원도 준비하고 있다.

폴란드 태생인 쿠틸로브스키 CEO는 독일 쾰른에서 AI 스타트업을 이끌며 실리콘밸리 개발자들과 경쟁했다. 그는 “우리 번역기는 전문 번역가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GPT-4 등의 번역 기술보다 최대 4.7배 높은 선호도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업체가 보유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슈퍼컴퓨터는 지난해 11월 기준 세계 슈퍼컴 순위(톱500)에서 34위에 올랐다. 스타트업이 언어에만 집중한 버티컬 AI로 낸 성과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언어 번역용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59억4000만달러에서 2030년 274억6000만달러(약 37조8700억원)로 네 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딥엘이 2017년 선보인 ‘딥엘 번역기’는 32개 언어 번역 솔루션으로 기업 10만여 곳에서 쓰고 있다. 젠데스크, 니혼게이자이신문, 히타치 등이 주요 고객사다.

음성 통역 솔루션인 ‘딥엘 스피치’도 출시를 앞뒀다. 그는 “기업 회의에서 실시간 통역이 가능한 수준까지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온디바이스 통역 솔루션과의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LLM을 활용하는 네트워크 기반 솔루션이 정확도와 품질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며 “법률, 과학기술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일수록 네트워크 기반 AI 솔루션의 강점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인터뷰 내내 개발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엔지니어는 뭔가를 만드는 데서 동기를 얻는다”며 “한국이든 유럽이든 엔지니어에게 대형 프로젝트의 개발 기회를 주지 않는 회사는 인력 유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