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한 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일본은 19세기 후반 서구화에 성공한 이후 아시아 제조업 강국 지위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이 올해 연간 기준으로 일본을 제치는 게 현실화하면 이런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1960년대 이후 시작된 수출 주도 산업화에 획기적인 성과를 달성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쓰게 된다는 것이다.

한 통상 분야 전문가는 “일본으로부터 배운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을 통해 원조 국가를 넘어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출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은 국제적으로 경제적인 파트너로서, 공급망 거점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뜻”이라며 “미·중 패권경쟁으로 글로벌 무역 환경이 다변화하는 시대를 맞아 수출 강국이 지니는 의미는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산업화의 걸음마를 막 떼던 1960년 한국 수출은 3280만달러였다. 주요 수출품은 가발이었다. 당시 고도 경제성장기에 들어서 있던 일본의 수출은 같은 기간 41억달러로 한국의 100배를 넘었다. 한국이 산업화 본궤도에 오른 1980년에도 수출은 174억달러로 일본(1298억달러)의 7분의 1 수준이었다. 올해 한국 수출이 일본을 넘어선다면 100배 격차를 60여 년 만에, 7배 격차를 40여 년 만에 극복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수출은 2009년 4월 처음으로 세계 수출 대국 10위권에 진입했고 2022년에는 6위에 올랐다. 반도체가 부진했던 지난해에는 8위를 기록했다. 2019년 네덜란드에 4위 자리를 내준 이후 줄곧 5위에 머물러 있는 일본과 비교된다.

일본은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 3대 경제대국 자리를 독일에 내준 일본은 올해 인도에도 밀려 세계 5위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흔들리는 수출 5위 자리는 일본 경제의 침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데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계 수출 시장은 한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여러 나라들이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후발 국가들의 맹추격에 밀려 언제든 순위권 밖으로 밀릴 수 있다는 뜻이다.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 체질 개선에 힘쓰고 신규 수출시장 개척, 공급망 확보 등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