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슨모빌과 LNG 계약 협상" 깊어지는 美-튀르키예 '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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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에너지 장관, FT 인터뷰
"과도한 러시아 의존 완화 목적"
"과도한 러시아 의존 완화 목적"
튀르키예가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 엑슨모빌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계약을 맺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對)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으로,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비준을 계기로 시작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탔다는 평가다.
알파슬란 바이락타르 튀르키예 에너지 장관은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단일 파트너(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공급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엑슨모빌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엑슨모빌 측도 “튀르키예 정부와 초기 단계 논의를 거쳤다”고 확인했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이번 계약이 “10년간 지속될” 장기 프로젝트이며, 성사될 경우 튀르키예는 연간 최대 250만t의 LNG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에너지관리청(EMRA) 데이터에 기반해 FT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이는 작년 기준 튀르키예 전체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의 약 7%를 차지한다.
구체적인 가격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에너지 데이터 제공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 비용은 약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다.
튀르키예가 엑슨모빌에 손을 뻗은 건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튀르키예 의회가 올해 1월 스웨덴의 NATO 가입 비준안을 비준하자 미국은 오랜 기간 보류해 온 F-16 전투기의 튀르키예 판매를 승인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후 첫 양국 정상회담도 성사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내달 9일 방미길에 오른다. 튀르키예는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지만, 대부분을 러시아, 이란, 알제리, 오만 등 다수 국가로부터 수입한다. 그중에서도 40% 이상이 러시아산이었다. 그러나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으로부터 500만t의 LNG를 사들이며 ‘줄타기’에 나섰다.
튀르키예는 특히 LNG 수입·저장 관련 인프라 확충에 힘쓰는 등 파이프라인가스(PNG) 비중을 줄이고 LNG 비중을 늘리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 결과 2014년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15% 수준이었던 LNG 비중은 2023년 30%까지 올랐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2025년 러시아와의 장기 계약 일부가 만료되고, 2026년에는 이란과의 계약도 종료될 예정이라 그전까지 천연가스 공급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단절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저렴하게 공급받은 덕에 유럽 전체를 뒤흔들었던 에너지 위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며 “러시아든, 아제르바이잔이든, 이란이든, 어딘가로부터든 가스 공급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며, 어떤 가스가 더 저렴한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튀르키예에 가장 많은 원유를 공급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지중해 연안에 건설 중인 튀르키예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 ‘아쿠유’를 소유·운영하는 곳도 러시아 에너지 기업 로사톰이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러시아는 한국과 함께 흑해 연안에서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유럽의 ‘에너지 허브’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흑해에서의 대규모 가스전 개발, 남동부 지역에서의 원유 시추 등 자체에너지 탐사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올해 말 흑해에서 원유 탐사가 시작될 수 있다”며 “자체 생산된 에너지는 전체 수요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튀르키예에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알파슬란 바이락타르 튀르키예 에너지 장관은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단일 파트너(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공급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엑슨모빌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엑슨모빌 측도 “튀르키예 정부와 초기 단계 논의를 거쳤다”고 확인했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이번 계약이 “10년간 지속될” 장기 프로젝트이며, 성사될 경우 튀르키예는 연간 최대 250만t의 LNG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에너지관리청(EMRA) 데이터에 기반해 FT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이는 작년 기준 튀르키예 전체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의 약 7%를 차지한다.
구체적인 가격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에너지 데이터 제공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 비용은 약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다.
튀르키예가 엑슨모빌에 손을 뻗은 건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튀르키예 의회가 올해 1월 스웨덴의 NATO 가입 비준안을 비준하자 미국은 오랜 기간 보류해 온 F-16 전투기의 튀르키예 판매를 승인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후 첫 양국 정상회담도 성사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내달 9일 방미길에 오른다. 튀르키예는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지만, 대부분을 러시아, 이란, 알제리, 오만 등 다수 국가로부터 수입한다. 그중에서도 40% 이상이 러시아산이었다. 그러나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으로부터 500만t의 LNG를 사들이며 ‘줄타기’에 나섰다.
튀르키예는 특히 LNG 수입·저장 관련 인프라 확충에 힘쓰는 등 파이프라인가스(PNG) 비중을 줄이고 LNG 비중을 늘리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 결과 2014년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15% 수준이었던 LNG 비중은 2023년 30%까지 올랐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2025년 러시아와의 장기 계약 일부가 만료되고, 2026년에는 이란과의 계약도 종료될 예정이라 그전까지 천연가스 공급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단절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저렴하게 공급받은 덕에 유럽 전체를 뒤흔들었던 에너지 위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며 “러시아든, 아제르바이잔이든, 이란이든, 어딘가로부터든 가스 공급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며, 어떤 가스가 더 저렴한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튀르키예에 가장 많은 원유를 공급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지중해 연안에 건설 중인 튀르키예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 ‘아쿠유’를 소유·운영하는 곳도 러시아 에너지 기업 로사톰이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러시아는 한국과 함께 흑해 연안에서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는 유럽의 ‘에너지 허브’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흑해에서의 대규모 가스전 개발, 남동부 지역에서의 원유 시추 등 자체에너지 탐사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올해 말 흑해에서 원유 탐사가 시작될 수 있다”며 “자체 생산된 에너지는 전체 수요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튀르키예에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