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최대 고민 '공시가격'…올해는 "더 올려달라" 민원 많았다는데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동구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한경DB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동구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한경DB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 양천구에 ‘내 집 마련’을 성공한 30대 직장인 강모 씨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안내받고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봤다. 지난해 매매 당시 생각했던 재산세보다 다소 올랐기 때문이다. 전용 84㎡를 매입할 당시 소개받았던 재산세는 90만원이 채 넘지 않았는데, 올해 오른 공시가격 탓에 110만원으로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강 씨는 “산 지 1년도 안 돼 세금이 20% 늘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강 씨의 사례처럼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집주인들의 세 부담을 결정짓는 요소이기 때문에 언제나 많은 관심을 받는다. 특정 아파트 단지는 높아진 공시가격 때문에 집단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공시가격을 더 높여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는 등 특이 현상도 늘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 1.52% 상승

올해 전국에서 가장 공시가격이 비싼 아파트로 꼽힌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 청담(PH129)'의 전경. 전용면적 407.71㎡의 올해 공시가격은 164억원에 달한다. 연합
올해 전국에서 가장 공시가격이 비싼 아파트로 꼽힌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 청담(PH129)'의 전경. 전용면적 407.71㎡의 올해 공시가격은 164억원에 달한다. 연합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대비 1.52% 상승했다. 이번에 결정된 공시가격 대상은 전국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1523만가구다.

지난 정부에서 급등했다가 현실화율을 낮추며 다시 내리는 등 공시가격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한 변동을 겪었다. 1년마다 내야 하는 재산세 등이 크게 변하면서 집주인들의 고심도 컸다. 그러나 올해는 2005년 공동주택 공시제도 도입 이후 2011년(0.3%)과 2014년(0.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변동률을 보이면서 집주인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올해 공시가격에는 작년과 동일한 현실화율인 69%가 적용됐다. 한국부동산원이 산정한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이라면 공시가격이 6억9천만원으로 산정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인천·경기 등 7곳의 공시가격이 올랐다. 대구·부산 등 10곳은 반대로 떨어졌다.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세종으로 6.45% 올랐다. 서울(3.25%), 대전(2.56%), 경기(2.21%), 인천(1.93%)이 뒤를 이었다. 세종 공시가격은 지난해 30.68% 하락하며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내려간 곳은 대구(-4.15%)였다. 이어 광주(-3.17%), 부산(-2.90%), 전북(-2.64%), 전남(-2.27%)이 2∼3%대 하락률을 보였다.

“공시가 올려달라” 민원 5000건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전경. 사진=한경DB
이번에 결정된 공시가격 변동률은 지난 3월 정부가 앞서 발표한 공시가격안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대전의 경우 열람안은 지난해 대비 2.6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지자체와 소유주의 이의제기를 접수한 결과 상승률이 2.56%로 다소 줄어들었다. 충북 지역 역시 열람안(1.12% 상승)보다 결정안(1.08% 상승)에서 다소 상승 폭이 작아졌다.

반대로 제주 지역은 열람안 당시 작년 대비 2.09%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결정안에서는 2.08% 하락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오히려 공시가격이 소폭 상승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는 오히려 공시가격을 더 올려달라는 민원이 낮춰달라는 민원보다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의견제출 건수는 전년보다 22%가 감소한 6368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하향 의견을 제출한 경우는 1205건에 그쳤는데, 상향 의견을 제출한 건수는 5163건에 달했다. 특히 아파트가 아닌 빌라 등의 소유주 사이에서 상향 의견이 많이 제시됐다.

빌라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기존 공시가의 150%에서 126%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전세보증 한도는 더 낮아지게 되기 때문에 공시가격 하락이 반갑지 않다.

이 때문에 빌라 소유주 사이에서는 불만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빌라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한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는 “집주인 사이에서 세입자를 더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며 “빌라 공급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자리하게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지적에 정부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향의견 접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임대보증금보증에 관한 제도개선방안을 별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알아야 ‘절세’도 가능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걸린 부동산 관련 세금 상담 안내. 한경DB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걸린 부동산 관련 세금 상담 안내. 한경DB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부동산을 취득할 때나 보유할 때, 양도할 때 내는 세금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취득 시에는 공시가격에 따라 취득세 중과 제외 대상에 포함될 수도, 제외될 수도 있다. 공시가격이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취득세 계산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부동산 양도에도 공시가격이 영향을 미친다. 취득 기간이 오래된 부동산의 경우에는 환산취득가액을 계산해 양도세를 정하는데, 이때 공시가격이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부동산 관련 세금인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과 밀접하게 연관됐다.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세금으로, 공시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도 낮아진다. 이 밖에도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에도 공시가격이 영향을 미친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피부양자 자격요건 등에 공시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하락하면 재산 점수도 떨어져 건강보험료가 인하된다. 공시가격이 높아져 재산세 과세표준이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소득과 무관하게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부동산 공시가격에 따라 부동산 취득과 양도 시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공시가격 안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비교적 정확한 세금 부담 계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과거 급등기와 비교하면 지금 상황이 취득이나 양도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