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New Money '닉'역 노아 리케츠(Noah J Ricketts, '조던'역 사만다 폴리(Samantha Pauly) (c)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위대한 개츠비]New Money '닉'역 노아 리케츠(Noah J Ricketts, '조던'역 사만다 폴리(Samantha Pauly) (c)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브로드웨이에서 한국인 제작자가 성공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제작자가 자리를 잡고 나면 한국인 배우는 물론 한국에서 만든 작품을 수출하는 사례도 만들 수 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가 그 시작이 될겁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국문화원에서 기자들을 만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간담회 내내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 날은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브로드웨이에서 정식으로 첫 선을 보인 다음 날. 초반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고무된 기색이 역력했다. 신 대표는 이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로 기획부터 투자유치, 제작진을 구성하고 배우를 캐스팅하는 등 전 과정에 관여했다.

한국인이 만든 '지극히 미국적인' 뮤지컬

한국인 총괄 프로듀서가 진두지휘했다는 점을 빼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모든 면에서 지극히 미국적인 작품이다. 소재부터 그렇다.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좆는 개츠비의 이야기를 다룬다. 미국 고등 교과서에 실려있어서 ‘미국인이라면 다 안다’고 봐도 좋을 유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소설의 저작권이 2021년 만료된 뒤 작품의 재사용과 각색이 자유로워지면서 뮤지컬로 만들어진 첫 작품이다.
[위대한_개츠비]_Gatsby’s_Ballroom_'개츠비'_역_제레미_조던(Jeremy_Jordan),_'데이지'_역_에바_노블자다(Eva_Noblezada)_(c)_Matthew_Murphy_and_Evan_Zimm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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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과 등장 배우도 대부분 미국인으로 채웠다. 개츠비가 여는 파티 장면의 무대 장식과 의상을 보면 브로드웨이 뮤지컬 특유의 화려함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작품인 배경인 1920년대 미국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시기다. ‘광란의 20년대’라고 불릴만큼 문화적으로도 화려했던 모습을 무대에 녹여내려는 노력이 작품 내내 이어진다.
브로드웨이 입성한 K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초반 돌풍
여기엔 신 대표의 의도가 담겼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무기로 삼았다. 그는 2009년 ‘드림걸즈’의 공동 프로듀서로 브로드웨이에 처음 입성했다. 이후 세차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직접 제작했지만 결과는 신통치않았다.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등 국내에서 유명 뮤지컬을 제작한 유명제작자에게도 브로드웨이 도전은 ‘쓴 맛’만 남겼다. 신 대표는 “국내 뮤지컬을 포함한 과거 작품들은 대사 한 줄까지도 모두 관여하면서 세심하게 신경썼다”며 “이번에는 현지 제작진과 의사소통하면서 자율권을 더 많이 보장했다”고 말했다.

프리뷰 공연서 '원 밀리언 클럽' 달성

초반 관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브로드웨이에서 4월은 ‘토니 시즌’으로 불린다. 미국 뮤지컬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인 ‘토니어워즈’ 후보가 되려면 4월 말까지 극을 올려야하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 기대작이 한꺼번에 몰리는 기간인만큼 관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신 대표는 “올해 브로드웨이 신작 가운데 가장 반응이 좋은 작품이 ‘위대한 개츠비’”라고 강조했다. 개막 공연 전 진행한 4주간의 프리뷰 공연에서 ‘원 밀리언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신작 뮤지컬이 한 주에 100만달러(약 13억8000만) 이상을 벌어들이는지를 흥행의 척도로 삼는데, 이를 달성했다는 의미다.
[위대한 개츠비] New Money '조던'역 사만다 폴리(Samantha Pauly) (c)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위대한 개츠비] New Money '조던'역 사만다 폴리(Samantha Pauly) (c)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제작비를 회수하는 기간도 예상보다 빠르게 잡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의 제작비는 2500만달러에 달한다. 절반 가량을 오디컴퍼니에서 투자했고, 나머지는 인터파크, SBS, 위지윅스튜디오 등 외부 투자자를 유치했다. 여기에 공연을 이어가는 데 주당 90만달러가 추가로 든다.

신 대표는 투자금 회수 기간을 1년가량으로 보고 있다. 그는 “투자금을 회수한 뒤 수익 구간까지 공연을 이어간다면 현실적인 성공이라고 본다”며 “적어도 5년간 브로드웨이 공연을 이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애초부터 공연기간을 정해두지 않는다. 인기가 많은 뮤지컬은 ‘라이언 킹’처럼 10년 넘게 공연하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바로 사라진다. 극장과 계약할 때 부터 ‘몇 주 연속 매출이 일정 기준보다 떨어지면 극장주 권한으로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조항을 넣기 때문이다.

영국 호주 등도 진출 추진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뒤 한국은 물론 해외 다른 지역으로 공연을 확장하는 게 신 대표의 다음 목표다. 그는 “미국 투어와 동시에 다른 지역에 공연 라이센스를 판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영국 호주 등에서 이미 공연 요청이 들어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도 이르면 내년이나 내후년 께 위대한 개츠비 공연을 올리는 게 신 대표의 목표다.
[위대한 개츠비] '데이지'역 에바 노블자다(Eva Noblezada), '톰'역 존 스트로제스키(John Zdrojeski) (c)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위대한 개츠비] '데이지'역 에바 노블자다(Eva Noblezada), '톰'역 존 스트로제스키(John Zdrojeski) (c)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가장 미국적인 작품 ‘위대한 개츠비’를 발판으로 국산 뮤지컬을 브로드웨이에 선보이는 꿈도 꾸고있다. 신 대표는 “지금까지는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한 뮤지컬을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수입했지만, 앞으로는 한국의 완성도 높은 뮤지컬을 역수출하는 게 목표”라며 “보편성과 완성도를 갖춘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서 ‘K뮤지컬’의 시대를 열고싶다”고 말했다.

뉴욕 = 나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