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문 이제 그만…與, 정책으로 싸우는 계파 왜 없나"
사진=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쇄신을 위해 인물 중심이 아닌 정책 중심 계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당으로서 정책 아젠다를 주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9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왼쪽 네번째)이 국회에서 주최한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윤 의원은 총선 패배 이후 여당 쇄신 전략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잇따라 개최해 왔다.

서 교수는 "국민의힘이 정당으로서 어떻게 자생력을 키우고, 실력을 갖출 것인가 논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대통령 탓만 하다 보면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요원해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물 중심으로 계파를 형성하는 한국 정당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서 교수는 "친윤, 친문 같은 사람 이름이 붙는 계파가 아니라 이념, 정책 중심의 개파가 필요하다"며 "당내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법안과 관련해 보팅 블럭(법안 의결 중심 공동체)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정책·기업가형 의원이 많아야 한다"며 "'미스터 저출산' '미스터 의료 개혁'이런 국민이 동의한 아젠다에 대한 전문가들이 생겨나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직적 당정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이 정당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나 용산 눈치만 보며 따라갔다"며 "정당 정치를 복원하고, 정당으로서 역할과 책임성을 강화해 지금의 수직 구조를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지역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당 안팎의 목소리를 듣고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신환 전 후보(서울 광진을)는 "어느 순간부터 당에서 뭔가를 말하면 잡혀가거나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는 포용적 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재영 전 후보(서울 강동을)는 "(전당 대회 룰은) 반드시 일반시민 여론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며 "(당심 대 민심) 5대 5 정도는 돼야 총선을 통해 나온 민심의 회초리에 응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를 개최한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에 강하게 만연해 있는 뺄셈정치의 DNA를 덧셈정치로 바꾸어야 한다"며 "국민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라 서비스로 봉사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근간은 영남의 몸통과 2030을 대변하는 이준석 전 대표와 안철수계로 대변되는 중도층 두 개의 축이 있었는데, 집권 이후 두 축을 잘라버리는 자해정치를 하다 보니 우리를 지지했던 10% 이상의 유권자가 등을 돌렸다"며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이념적 동지의식이 약하고 이익집단의 DNA가 강한데 이를 혁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