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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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에 달러당 160엔을 넘어 가치가 급락했던 엔화가 오후 들어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추측되는 움직임 이후 달러당 155.01엔으로 급반등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현저한 국채 수익률차이에 미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일년 내내 뒤로 미뤄지면서 반등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은행 소식통들은 이 날 일본 은행들이 엔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팔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고 말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달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는 역사적인 첫 금리 인상에 나섰으나 그럼에도 달러대비 엔화 가치가 34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화 거래자들은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미국과 대비해 일본 금리가 한동안 낮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월요일이 공휴일로 이 날 모든 금융 시장이 문을 닫았으며 대장성의 국제 담당 차관인 칸다 마사토는 일본 당국이 개입했는지 묻는 질문에 논평을 거부했다.

싱가포르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의 아시아 전략가인 니콜라스 치아는 "오늘의 조치가 당국의 개입이라면 일회성 조치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엔이 다시 160으로 움직이면 대장성이 더 많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160 수준은 어떤 의미에서 고통의 한계점”이라고 지적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업체에는 호재이지만, 수입 비용을 증가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하며 가계를 압박하기 때문에 정책입안자들에게는 큰 문제가 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주 기자회견에서 환율 변동성이 상당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통화정책은 환율을 직접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외환 거래자들이 실망감을 표출하면서 엔화는 지난 26일 158.445에서 154.97 사이에서 움직였다. 현재 10년 만기 미국과 일본간 국채 수익률 격차는 약 375bps로 엔화 약세에 강력한 유인이 되고 있다.

ANZ의 외환 연구 책임자 마자빈 자만은 “과거 개입에서 엔화의 즉각적 반응이 몇 엔 정도 움직였다가 다시 펀더멘털로 회귀됐다며 달러/엔의 가장 큰 동인은 미-일 국채 수익률 격차"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통화를 관리할 의무가 없지만 엔화 약세로 인플레이션 관리 문제가 복잡해졌다. 부채가 많은 일본 정부와 경제가 불안정해질 것을 우려해 금리를 빨리 인상하기도 어렵다.
일본 국채는 외국 국채보다 훨씬 수익률이 낮아, 일본 자금이 해외로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면서 엔화 가치를 하락시키고 있다.

5월 1일에는 미 연준의 금리가 발표된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상승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일년 내내 뒤로 미뤄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포함한 정책 입안자들은 금리 변화가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엔화 하락에 일본 정부의 개입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일본은 2022년 세 차례 통화 시장에 개입해 엔화를 사기 위해 달러를 매도했는데, 처음에는 9월에, 또 다시 10월에는 엔화가 당시 32년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52달러까지 하락했다. 당시 일본은 통화 방어에 약 600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일본, 한국은 이달 초 통화 시장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합의했으며 일본은 엔화의 과도한 움직임에 대한 수사를 철회했다. 엔화는 유로, 호주 달러,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도 수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